환자와의 삶을 압축시키다


계시의 순간을 언어로

 "계시"란 성스러운 존재나 그 존재의 뜻이 인간에게 전해지는 것을 말한다.

 여러 전통마다 그 형태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계시는 모든 종교의 본질적 양상이다. "월간문학"으로 등단해 "빛과 소리를 넘어서(1992)", "햇빛 유난한 날에(1996)", "청진기와 망원경(2002)", "팬터마임(2004)"에 이어 다섯번째 작품집을 낸 이원로 인제대 백중앙의료원장·일산백병원장은 5번째 시집 "피아니시모"를 통해 아주 약하고 조용한 순간에 이뤄지는 가장 큰 부름, "계시"의 순간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이 원장은 "중병 등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겪을 계시의 순간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접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켜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의 이런 생각 때문인지 그의 시 내용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를 넘어 자연스러움에 이르는 경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원장은 "내세 즉, after life를 상상하며 꿈꿀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삶의 압축 "시"…더 대중화 되길

 환자, 보호자와 함께하는 것이 생활의 거의 80%를 차지하기에 시상은 대부분 환자를 통해 얻는다고. "나의 생각이 투영된 환자들의 모습에서 시상을 얻는 것이죠. 내 생각이 반영된 환자들의 모습, 그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 아닐까요?"

 "시"라는 장르, 우리의 삶과 가깝지만은 않다. 새하얀 가운에 냉철한 표정이 먼저 연상되는 의사들에겐 더욱 그럴 것 같은데. "무조건 어렵게만 생각하는 편견이 문제에요. 시나 노래나 다를 건 전혀 없죠. 유행가도 한편의 시가 될 수 있는 건데…" 이 원장은 시가 보다 더 대중화되길 바란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조선시대에 관리를 뽑기위해 치렀던 과거시험은 주어진 시제에 맞게 시를 쓰는 방식이었다.

 이는 "시"가 다양한 것을 종합해 분석한 후 압축적 언어로 표현해야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리라. 따라서 진료와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될 것임은 당연지사. 이와 더불어 이 원장은 임상의의 자세에 대해 "기초의사와 목사의 중간단계"라고 생각한다며 "환자의 감성과 영적인 부분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심장혈관센터를 발전 동력으로

 이 원장은 나날이 성장하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위치에 오른 심장혈관센터를 병원의 밴드웨이건으로 소개했다.

 주력진료과목으로써 병원 전체 발전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오는 12월 초에는 센터 개소 5년만에 심장수술 6천례를 달성한 성과를 자축하는 기념식도 거행할 예정이라고. 또, 진료시간이 오래걸리고 절차가 복잡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원데이 원스톱 당일진료프로그램을 마련, 11월 초부터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루에 진료부터 검사, 결과까지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해 환자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엔 병원 증축계획도 있다는데. "현 600병상에서 250병상을 추가하는 큰 공사로 병원 양쪽 날개부분에 5층 건물 두개를 신축하고 현 건물도 두 층 올라갑니다. 병상확장 뿐 아니라 연구시설 확충으로 병원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를 계획적으로 써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하는 이 원장은 "시는 생활의 일부이며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흥이나면 노래를 하듯, 살아있는 한 펜을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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