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어떤 의료 공급할까 고민해야

윤 인 모 한일병원 성형외과 과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 경영학 박사 과정

 의료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것이다. 또한 이들의 입장과 생각이 각각 다르다. 이것이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을 아주 어렵게 한다.

 의료산업 발전은 이런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장 필요로 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은 각 이해관계자의 상황을 파악하면서 시작된다.

정치권의 입장

 정치가들이 바라보는 의료산업의 발전방향은 이를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정당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선거당선시 내건 공약 이상으로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닿게 하는 정책을 펴서 차기정권을 획득하고, 그 안에서 봉사하겠다는 것은 정치·행정의 기본이다. 문제는 의료산업은 그 발전을 위해 타산업보다 비교적 긴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뭔가 보여주어야 하는 정치·행정의 입장에서는 집권기간내 어떤 성과물을 내야하는 시간의 차이가 있다. 즉 정치가의 시계와 실제 산업에 필요한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원래 의료의 발전, 특히 서양의학이 다른 의학의 주류보다 빨리 발전한 이유에는 이러한 정치행정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던 것도 있다. 서양의 최근 1~2백년의 역사는 혁명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전쟁의 역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위정자들이 국민들의 눈에 확실히 보여줄 것은 페니실린을 이용한 질병퇴치였다. 그리고 어려운 지역에 병원을 지어서 건강을 돌봐주는 것은 그 어떤 정책보다 효과가 좋았다. 즉 위정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공헌이 국민들의 피부에 바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기에 의료복지정책 이상으로 좋은 것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도 그렇게 시작하였으며, 독일도 비스마르크 정권부터, 한국도 예외가 아니였다.

 그 중에서 효과 빠른 서양의학은 다른 대체의학보다 병과 배고픔에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전시적 효과와 그 효과를 나타내는 스피드 면에서 탁월하였다. 따라서 국가는 의사들에게 면허증이라는 권리를 주고 동시에 이들을 의료정책에 최대한 활용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현정권내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의료 혜택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정말 보건의료 100년 대계를 바라보고 세우는 정책인지, 현재의 정권입지인지는 냉철히 판단하여야 한다.

 현정권에서 무엇을 이뤄내야 다음 정권 창출을 기대할수 있는 정치에서의 시계가, 사과나무를 심어야 사과를 얻을 수 있는 기업의 시계와 다른 것은 탓할 것이 못된다. 정치는 늘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개혁의 리스크를 견디려 하지 않는 속성을 기본으로 한다. 위험 없이 대민 혜택을 주기에 의료이상의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문제의 개혁은 표를 가진 사람들의 올바른 판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판단 주체는 국민이기에 그래서 제대로 된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의료공급자는 국민과 가까워져야 한다.

 그러면 의료공급자는 국민에게 어떤 것을 제공해야 가까워질 것인가. 우리는 이것을 현재 고민해야 한다. 이것을 고민하는 사람이 산업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00년 대계를 제대로 세우는 곳에 의사의 살길도 같이 있다.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국민과 함께 하면 정치의 시계를 올바로 돌려놓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의료공급자의 과제다.

강제보험으로 인한 관리의료의 입장

 의사의 견제는 크게 3가지 흐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의사가 의사를 견제하던 시절이 있었다. 환자의 감기약 처방을 잘못내면 자기의 지도교수에게 혼나던 그런 시절이다.

 그러다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제는 제3자(한국은 보험공단, 심평원)에게 견제를 받는다. 감기약 처방을 내면 왜 그런 약을 처방하였는지 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진료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그런 시대가 변해서 이제는 환자, 고객에게 견제받는다. 감기약 처방을 하였더니 환자가 "인터넷에 보니까 이런 약을 먹던데요. 왜 그것을 주세요? 이것을 주세요"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사의 진료를 견제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서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자는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일어난다.

 첫째는 증가하는 약제비, 신기술의 의료에서 사용비의 증가이다. 보험회사에서 각 의료공급자에게 지급되는 의료급여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약제비이다.

 그리고 의학 발전이 되면서 부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신기술 이용비이다.

 이것이 주요 의료비상승의 원인이다.

 둘째는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선택권의 확장은 곧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의사를 선택하고, 병원을 선택하고,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을 유지하는 사회시스템의 비용증가로 나타난다.

 셋째는 서비스 질의 증대가 요구되고 있다. 먹고 사는것이 문제였던 시대와는 달리 현재의 시대는 의료의 선택기준이 달라졌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서 비용상승이 되자 재정을 줄이기 위한 제3자의 의료공급자 견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러한 신기술 신약 도입에 대한 경제성에 관한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더욱더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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