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아닌 상행위 취급…공허한 사명감만


복지부 위·수탁기관 급여지불 분리 추진


 본지는 1년전 검체 검사를 의뢰받는 수탁검사의료기관과 위탁의료기관(일선 의료기관)간의 고질화된 관행적인 검체검사 비용 덤핑과 할인, 이로 인한 수탁검사의료기관들의 경영난과 검체검사의 질 저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본지 311호 검체검사 적정급여를 위한 직접청구 전산시스템 확립 좌담회, 315호 검체검사 급여시스템 문제점 기획취재)

 검사물 수탁을 위한 과잉경쟁과 검사비용 덤핑, 위탁검사의료기관들의 가격 할인 요구 등의 관행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탁검사의료기관들의 검사를 의료행위가 아닌 하나의 상행위로 인식하는 정부와 의료계내의 인식의 부재를 지적했다.

 1998년 이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복지부의 검체검사 급여비용 별도지급 고시가 의료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문제점 개선을 위해 고려대 진단검사의학과 이갑노 교수 연구팀이 복지부 연구용역과제로 검체검사 직접청구시스템 연구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갑노 교수팀이 최근 2차년도 과제를 완료하는 시점임에도 의료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 덤핑과 할인요구, 이에 따른 검체검사의 질 저하, 부적합한 검체검사기관 증가와 경쟁 심화 등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검체검사를 수행하는 수탁의료기관의 행위 자체가 명백한 의료행위임에도 검체 검사가 상품처럼 취급되는 현실에서 수탁검사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은 의사로서의 자존심과 사명감을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탁검사의료기관인 모 의료재단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등이 수탁검사의료기관간의 가격 덤핑을 자제하고, 검체검사가 적정한 의료행위로 인정받도록 노력하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정하자 일선 의료기관이 공정위에 이를 신고해 공정위가 학회의 지침을 담합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국공립 의료기관들도 조달청을 통해 검체검사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 최저가 입찰을 시행하고 공정위마저 적절한 의료행위를 위한 자정 노력을 담합으로 규정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잘못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차영주 이사장은 검사의 질을 높이려는 학회의 자정 노력은 검체검사가 의료행위라는 인식에서 출발했지만 일선 의료기관은 물론 정책 결정자들도 검체검사를 상품 판매행위로 본다는 인식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병리학, 진단검사의학 뿐만 아니라 핵의학, 영상의학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라고 대다수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복지부 보험급여기획팀 손영래 사무관은 "검체검사 보험급여의 지불체계가 개선되어야 덤핑, 할인요구 등의 문제와 검사의 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는 데에는 정부도 동의하는 만큼 급여의 분리지급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심평원과 분리지급을 위한 실무적 논의를 진행중인 만큼 연내에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검체검사 보험급여 분리지급이라는 복지부의 정책 판단과 연내 해결점 도출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계점은 있다. 손영래 사무관은 특히 위·수탁 기관간의 리베이트, 가격할인 등의 문제를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규제를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은 의료계와 정부 모두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손사무관은 이와 별도로 검사 기관의 정도 관리 강화와 이를 강제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수탁검사기관 인증제나 허가제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갑노 교수 연구팀은 검체검사 급여 시스템의 변화를 통한 질 관리를 위해 2가지 방안을 최종 연구 결과로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이 제시한 2가지 방안 첫번째는 바코드 형태의 검체인식 코드를 생성시키는 "통일화된 ID code를 생성 이용하는 방안"이며 두번째는 위·수탁기관과 심평원의 모든 OCS프로그램에 별도의 검체검사 송·수신 모듈을 탑재하는 "새로운 전산프로세스 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고 현재 문제가 되는 가격할인이나 덤핑, 출혈경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인식변화가 급선무라는 의견이다.

 차영주 이사장은 의료계 내부는 물론 정부도 검체검사가 의료행위라는 큰 틀에서의 인식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일선 의료기관들도 새로운 제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유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 검체검사기관 관계자는 "가격 할인을 해주지 않으면 수탁기관을 다른 곳으로 바꾸겠다는 거절하기 어려운 압력까지 받는 현실에서 의사로서의 자존심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며 "검체검사가 의료행위라는 인식과 상행위가 아니라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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