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방 앞둔 투자로 인식

10여개 대학병원 전문센터 운영…병원 브랜드 이미지 향상



미국인 A씨는 얼마전 교통사고로 뇌를 크게 다쳐 미군 오산비행장에서 항공편으로 서울로 응급 이송됐다.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A씨는 한양대 국제협력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응급처치는 물론 수술을 받은 후 자신의 진료기록을 들고 며칠 후 일본과 하와이를 거쳐 고향인 미국 텍사스로 돌아가 현지 병원에서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진료는 물론, 입원실을 갖추고 응급상황에서도 치료와 수술까지 담당하는 국내 의료기관의 친절과 서비스에 깊은 인상을 받고 한국을 다시 평가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최근 국내 대학병원들이 크게는 국가 이미지 제고, 병원경쟁력 향상이라는 목표와 작게는 병원수익개선을 통한 경영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전문 진료를 담당하는 진료센터를 잇달아 설치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진료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3~4개의 대학병원들이 외국인진료소, 국제진료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외국인 진료에 나섰으며, 기존에 외국인전용 진료센터나 병원을 운영중인 대학병원까지 포함하면 최소 10여곳에 달한다.
 우선 최근에 문을 연 곳으로 지난 9월 개원한 강남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와 외국인클리닉을 확대 2개월전 다시 개원한 영동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센터가 있으며, 순천향의료원의 경우 지난 99년 개원한 외국인진료소를 최근 확장 이전해 새롭게 진료를 시작했다.
 또 기존에 외국인 대상 전용 진료를 실시해 온 곳으로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소, 서울아산병원 인터내셔널 클리닉, 계명대 동산의료원 외국인진료소, 연세의료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 의정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가천의대 길병원 여행자클리닉과 남동길병원 외국인클리닉 등이 있다.
 이외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병원급 규모로 지난 2003년에 개원한 한양대 국제협력병원이 있으며, 서울대병원의 경우 외국인 전담 간호사를 통해 각 과별로 외국인을 진료하는 국제협력진료 체계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내에 외국인전용진료센터를 운영중이다.
 이처럼 대학병원들이 외국인 전용 진료에 적극 나서는 것은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50만명(2000년 법무부 자료)을 넘어섰고 지난 2002년에만 4백30만여명(2002년 법무부 통계자료)의 외국인 체류 및 입국이 이뤄지면서 의료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한 두달 동안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수도 늘어나 투자 대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와 관련 한양대 국제협력병원 안유헌 원장(내분비내과 교수)은 룕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인들이 한 국가에 투자를 할 경우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의료와 교육룖이라며 룕당장의 병원 수익보다는 글로벌시대의 국가경쟁력 제고와 강화라는 측면에서 국내 대학병원들이 고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전용 진료센터나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룖라고 설명했다.
안원장은 특히 한양대 국제협력병원의 경우 대다수 환자들이 각국 대사관 직원이나 유학생, 외국계 기업체 간부, 국내 대학 교환 교수 등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 기본적인 의사소통에서부터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필수라며, 장기적인 계획을 통한 특화된 외국인 전용병원 운영이 결과적으로 병원 이미지와 경쟁력 향상은 물론 경영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김양리 소장도 "이 진료센터의 운영은 결과적으로 병원 브랜드 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강남성모병원의 경우 아직 틀이 잡히지 않았지만 향후 운영에 따라 병원 수익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진료소를 운영중인 동산의료원 외국인진료소 서서원 사무국장은 "지난 2000년 미군18의무사령부와 의료협정을 체결 한 후 미 현역 군인 및 가족, 일반 외국인들의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외국인전용 진료를 통한 병원이미지 향상은 수익 창출을 떠나 그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운영되는 대다수 외국인전용 진료소의 현재까지 성적은 병원 경영상 일정의 수익개선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의료시장 개방시대에 앞서 병원 자체의 브랜드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더 큰 효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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