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관측 50년 일본은 의료자료 상당량 축적














홍 종 원 우리병원 성형외과 과장
전 남극세종기지 제18차 월동대 의무담당



 지난 8월 26일 일본 극지연구소에서는 남극의료워크숍이 있었다. 매년 8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의료워크숍에는 일본남극기지에서 월동한 의사들, 연구기관의 의학자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Japan Aerospace Exploration Agency)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 의학자들이 참여해 열리는 학술대회이다.

 이 대회의 실질적 주관자인 기치로 오노(Giichiro OHNO)박사의 초대를 받아 올해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었고, 아울러 한국 세종기지에서의 의료현황과 극지의료연구에 대해서 발표할 기회를 가졌다.

 오노 박사는 2004년 독일 브레맨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 Scientific Committee on Antarctic Research) 회의에 참여했을 때 의료분야 MEDINET meeting에서 일본대표로 알게 되었다. 그때 인연으로 작년 세종기지에서 그리고 이번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여러 모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인연이 이번에도 계속되어 일본 극지의사모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남극에서의 의료는 더 이상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탐험 시대에 요구되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류의 건강 증진에는 의학의 발전 못지않게 영양과 위생, 경제와 과학의 기여가 더 컸다. 마찬가지로 남극에서 인간생활을 위한 과학이나 시스템, 즉 이동수단, 거주, 음식저장, 본국과 기지의 운영 등이 발달하면서 의료는 생존보다는 생활, 즉 건강유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왔다.

장기간의 일몰에 의한 실내생활, 고립, 운동부족 등으로 이제는 성인병으로 알고 있는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의무담당으로서 느꼈던 것도 2년전 MEDINET에 참여해서도 그리고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더욱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번 모임에서 현재 어느 정도 정보가 쌓여 있고 나름대로 그에 맞춰 대응하는 한국의 남극의료현황에 대해서 발표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들과 비교하고 싶고 어느 면에서는 얻어야 하는 정보가 더 많았다.

 첫째 의료문제로 후송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어떤 방법으로 후송하고 있는지, 둘째 후송이 필요한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는 후송될 가능성을 사전에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어떤 조치들을 취하는지, 셋째, 그러기 위해서 월동대로 파견되는 의사들은 어떻게 선출하는지, 넷째 현재 의사 선출을 위한 의사 인력풀(Pool)은 어디서 하는지, 즉, 한국처럼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일반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지, 다섯째 이런 후송의 가능성 혹은 남극의 제한적 조건으로 인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월동을 위한 대원들을 상대로 어떤 설명과 동의 혹은 어떤 조치들을 출국 전에 하는지, 여섯째 대원들의 사전 신체검사 및 남극과의 원격의료 시행시 어떤 기관과 유기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이 우리의 경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비교가 필요한 내용을 해당 의사들로부터 직접 듣고 싶었다.

 8월 26일 토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워크숍은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내용은 크게 남극의료운영과 극지의학으로 나눠 볼 수 있었다. 전체 7개 분야로 나뉘어서 발표와 질의가 오고 갔다.

첫째 남극 의학연구의 세계적 동향으로 지난 7월 호주에서 열린 MEDINET의 내용과 극지의학과 우주의학간 비교가 있었다.

둘째 각국 기지의 의료현황과 조사 가능한 남극 전체 기지 간 비교를 일본, 중국, 한국 순으로 발표하였다.

셋째 Telemedicine으로 정의되는 원격의료의 실제와 일본 IT 신개혁전략,

넷째 다른 기지와 일본 쇼와기지 대원간의 심리학연구, 불면증, 방향 감각을 잃는 원인 분석 등 심리학

다섯째 남극 생활용수에서 Legionella의 검출여부,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아미노산 대사의 변화, 월동대의 한국과 일본의 식단을 통한 영양분석 등을 다룬 자유연제,

여섯째 남극 대륙 안쪽에 해발 3810m에 위치한 돔 후지(Dome Fuji)기지를 위한 고산의료, 마지막으로 내년에 월동하게 되는 48차 월동대의 의료분야 연구계획 발표가 있었다.

 또한 남극 쇼와기지와도 Telemedicine을 이용한 화상세미나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주로 월동을 지낸 의사들 위주의 연구와 발표로 짜여졌지만, 의사가 아닌 관련 연구자의 발표도 무척 돋보였다. 특히, 왜 길을 잃게 되는가, 어떤 요소가 길을 잃을 확률이 높고, 어느 요소가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길을 잃었을 경우 오른쪽 편향이 주로 일어나는 것을 실제 산 능선 모델로 주변 환경 분석, 길의 곡률, 피실험자의 분석을 통한 연구는 대단했다.

또한 일본의 국립스포츠과학 연구소의 연구원이 발표한 고산병 적응을 위한 예방과 훈련에 대한 내용도 모든 가능한 자료를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가정이 아닌 통계에 의한 명제로 나타낼 때도 흥미로웠다. 사전에 보낸 세종기지의 식사 사진으로 영양과 교수가 열량과 영양소를 모두 분석해서 일본 쇼와기지 대원의 식단과 비교한 내용도 관심있게 들었다.

 또한 1998년 일본에서 발생한 대중사우나 Legionellosis에 의한 경각심으로 혹한에서의 Legionella 검출가능성과 역학관계 조사도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간단한 세종기지의 소개와 한국에서 월동의사의 자격 및 선발, 지난 1년간 발생한 환자분석, 환자 후송 및 세종기지가 있는 킹죠지섬의 여러 기지를 방문하여 얻은 의무실 현황과 남극국가 운영자위원회(COMNAP) 홈페이지에 기재된 의무실 현황 비교, 그리고 이웃 아르헨티나 쥬바니기지 대원의 사망사고를 분석해서 발표했다.

 현재 47차 월동대가 남극에 있고 올해로 남극관측 50년을 맞고 있는 일본은 그 역사에서 보듯이 의료분야에서도 왕성한 활동과 상당한 량의 자료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 특유의 정리와 보관하는 특성을 이번 발표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까지 남극에서 1500여명이 월동을 했으며 1차에서 46차까지 총 86명의 의사가 월동대에 참여했다. 2004년에는 1956년부터 2003년까지 발생한 환자 전체를 모두 정리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지금까지 하고 있었다.

 워크숍 전날 일본에 도착해서 이번 모임의 의장이자 작년 쇼와기지 월동대장이었던 와타나베 겐타로 교수, 오노박사 그리고 내년에 월동을 할 48차 의사, 중국의사 등과 저녁을 함께하며 많은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같은 문제로 다른 국가 사람들과 대화를 해봤지만 한·중·일 3국의 생각과 정서가 비슷하다는 것을 서로 느끼는 자리였다. 막연하게나마 짐작했던 궁금증과 의문을 직접 묻고 이해했고, 그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궁금증을 묻고 확인하는 자리였다.

 일반 사회에서도 응급상황이 존재하고, 남극에서도 그런 가능성은 많다. 하지만 응급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세종기지는 상대적으로 일반사회와 가깝다. 또 월동 환경으로는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지가 많기에 타 국가에 비하면 조건이 좋다. 하지만 앞으로 건설하게 될 제2대륙기지는 우리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건강유지가 장기적으로는 가장 중요하나 유사시를 대비한 후송대책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후송 이전에 기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시설과 인력, 그리고 월동 출국 전에 체계적이고 일원화, 전문화된 자문기관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지연구소의 관심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관심도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워크숍 주관자 오노박사와 함께

















일본극지연구소 앞에선 필자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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