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은 입소문 부르고…

 "서비스가 깔끔하던데요, 편리하고 빠르고… 요즘은 병원들도 장난이 아니네요" 회사 근처의 한 치과의원에서 진료를 받고온 회사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궁금한 마음에 지난 몇달간 그들의 서비스 프로세스를 관찰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입소문은 해당 치과의원이 그들 고객의 터치포인트들을 잘 파악하고 관리한 결과라 생각된다.

 고객과 마주하는 순간순간 그 찰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가는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짓는다. 병원 문을 들어서고, 내부직원을 마주하고,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를 받는 등의 모든 과정들이 해당 병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결정적 요소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는 병의원의 소소한 인테리어 색상이나 소품, 직원들의 유니폼, 화장실의 메모 하나까지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끄는 수단들이라 여겨지는 요즘이다.

 그럼 여기서 과연 이곳의 어떤 활동들이 이토록 고객의 칭찬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인지 필자가 선정한 그들의 CRM 활동 "베스트 3"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1. 고객과 마주하는 첫번째 포인트 - 숙련된 리셉션 리스트

 치과의원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말끔하게 정돈된 화분들과 올리브 그린의 산뜻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필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줌마 리셉션리스트가 그 주인공.

 "홍길동님 맞으시죠?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세요" 그녀는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물론 예약시간에 맞춰 해당 고객의 진료차트를 미리 준비해 놓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이 건물에서 일하시나요? 몇 층이요? 아… 그 회사예요? 거기에 이몽룡씨도 계시죠? 얼마전에 저희 치과에 오셨더라구요"라며 해당 고객과의 공통 소재들을 끌어내며 인터렉션을 이어가려 노력했다.

 또한 그녀는 고객의 방문횟수가 늘어날수록 해당 고객과의 대화의 폭을 넓혀가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 될 한가지 바로 인간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치과의원의 경우 소규모에 신설이라 아직까지는 한명의 리셉션리스트가 그녀의 기억력을 빌어 고객들과 인터렉션 하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향후 자리를 잡고 고객을 확보해 가는 과정에서 리셉션리스트의 활동범위 역시 넓어질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그녀와 똑같은 복제인간을 만들어 업무를 공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득 이 리셉션리스트가 각 고객과의 인터렉션을 기록해 둘 수 있는 IT 시스템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구사하는 정겨운 대화법은 각 고객들의 인터렉션 기록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멋진 인테리어보다 훨씬 효과적인 "이미지 향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2.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 - 문자 메시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IMC 활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단으로 "광고"나 "홍보"를 꼽았다. 하지만 이들 활동들이 비용 대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라고 하면 어떤가? 이들은 브랜딩 이슈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 형성을 담당하는 요소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 같다.

 현시대 IMC 활동은 TV, 신문 등 4대 매체뿐만 아니라 인터넷, 핸드폰, PDA 등의 원투원 매체를 아우르는 다매체 활용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종류의 매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비용은 물론 인력과 기간까지 고려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아무리 의료업계가 자유경쟁체제에 돌입했다고 하나 허울좋은 정석코스를 밟아가며 과다경쟁에 휘말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특히 병의원의 경우 그 이미지라는 것이 IMC 활동보다는 기존고객들의 입소문이나 직접적인 서비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간단한 문자메시지 정도가 보다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게 필자의 사견이다.

 오늘 소개하고 있는 치과의원 역시 문자메시지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는 예시라 할 수 있다. 사실 요즘은 건당 30원 정도만 지불하면 각종 웹페이지를 통해 손쉽게 대량으로 문제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문자메시지 쯤이야 누가 못보내냐?"는 식으로 여기고 있는게 사실이다. 문제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타이밍과 그의 내용. 해당 치과의원은 고객이 차후의 방문 일정을 정하면 이에 대해 예약 전날과 당일 아침에 확인차 다시 한번 문자메시지를 남긴다.

 이는 혹시라도 예약을 변경하고자 하는 고객을 미연에 확인함으로써 진료 당일날 해당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또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에는 해당 고객의 이름을 언급하며 치료받은 부위가 괜찮은지 물어보는 센스까지도 발휘하고 있다.

 작은 배려지만 받는사람 입장에서는 한번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문자메시지의 표현 방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이다. 자, 여기에 카드대금 미납 고객에게 보내진 두개의 메시지가 있다. "흥부님의 이번달 카드대금이 연체되었습니다. 카드대금이 지불되기 전까지 카드사용이 정지됩니다", "놀부님, 잠깐 잊고 계신 건 아닌가요? 결제일은 15일입니다" 어떤 문자메시지가 더 효과적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 고객정보를 기억하는 시스템 - CRM IT 소프트웨어

 여느 신설 병의원들이 그렇듯 이 곳 역시 IT 시스템을 구비하고 나름대로의 CRM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었다.

 기존의 치과의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치아 필름을 판독한 후 단순히 말로만 그들의 치아상태를 설명해 주는데 그쳤다면, 요즘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필름을 체크하며 치아상태를 점검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진료대에 누웠을 때 환자는 정면의 모니터 화면을 통해 치료하는 부위의 치아 필름을 볼 수 있고, 모니터 하단에는 고객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섹션도 마련되어져 있었다.

 이 값비싼 시스템은 그 외형만으로도 최신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병의원으로서의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여기도 헛점은 존재했다. 그들이 입력해 놓은 고객정보란 고작 고객의 이름과 생년월일에 불과했다. 보다 자세한 개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공란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지만 누구하나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는 듯 했다. 또한 이러한 훌륭한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음에도 리셉션리스트는 서류뭉치의 진료차트를 관리하며 이중으로 고객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모순된 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고객정보와 진료내역들이 하나로 통합·관리된다면 나아가 리셉션리스트뿐만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위생사들 모두가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해당 고객과 보다 자연스럽게 인터렉션을 이어간다면 값비싼 마케팅 활동들에 투자하지 않고도 고객의 감성적 충성도를 자극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필자가 여태껏 CRM은 IT 소프트웨어가 아니라고 강조한 것도 고가의 시스템을 구비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기 위함이었다. 결국 CRM의 실행과 성공은 다시금 "사람"의 이슈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루는 리셉션리스트에게 이 치과의원에 전문 마케팅 인력이나 아웃소싱 파트너가 있는지 살짝 물어보았다.

 그녀는 내부의 모든 직원들이 그들의 마케터이며 고객들이 만족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수줍게 대답했다. 물론 이 치과의원이 전문적으로 CRM 개념을 배운 것도 괄목할만한 전략적 CRM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눈에 보여지고 피부로 다가오는 그 요소요소들은 다른 병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할만 했다.

 다음 호에는 본 치과의원의 활동들을 IDIC, 특히 차별화 단계에 포커스를 맞춰 설명할까 한다. 어느 병의원 할 것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보안점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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