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코팅기술 성공 가장 흐뭇"

지난 9월,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의 절대강자 `노바스크`에 맞서 국내 4개 제약사의 개량신약 및 제네릭 제품이 관련 시장에 동반 입성했다.
 이들 국내 제약사들은 시판허가를 시점으로 자사 제품에 대한 불꽃튀는 홍보·마케팅을 펼쳐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6,000억원대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임을 감안할 때, 어쩌면 이들 제약사들의 행보는 당연한 수순을 밟은 셈.
 하지만 유독 종근당은 자사 고혈압치료제 `애니디핀`의 시판허가를 받은 이후에도 제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관련 업계에 흘리지 않았다. 더욱이 이보다 앞선 시판 8개월 전, 이미 특허출원을 마친 애니디핀 개발에 핵심 기술 `마이크로 코팅기술`에 대한 대외 홍보 역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결국 종근당은 애니디핀 출시를 15일 남기고,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애니디핀을 시장에 선보인다.
 종근당은 왜 애니디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왔을까?
 여러 제약사들의 고혈압치료제 가 동시다발적으로 출시되는 상황에서 애니디핀이 신기술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보다 극적으로 알리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과 함께, 그 이면에 깔려있는 애니디핀에 대한 종근당의 강한 자신감이 아닐까싶다.
 이러한 애니디핀의 개발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신희종 종근당 제제연구소장이다.
 신 소장은 지난 1979년 종근당 입사 이래 지금까지 최일선에서 제제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6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승리한 장기이식 면역억제제 `사이폴-엔`의 개발자로 주목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98년에는 `안정성이 개선된 새로운 경구 Omeprazole 제제개발`로 한국약제학회로부터 제제기술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약물전달시스템 연구의 핵심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과연 애니디핀 개발에 핵심기술인 마이크로코팅 제제기술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애니디핀의 개발과정 및 차별화된 강점을 신희종 제제연구소장으로부터 들어보자.



애니디핀 개발에 일등공신이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1979년 종근당에 입사한 이래 26년동안 가장 힘든 7년여의 시간이었다. 초기엔 단순첨가제연구로 접근했으나 지난해 9월 화이자제약이 제제 특허를 내면서 어려움에 봉착해 일요일이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를 했다. 특히 `미세 과립 코팅기술` 프로젝트 성공은 내 연구원 인생의 가장 큰 보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애니디핀의 약물안정화를 극대화시킨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이 안정화 제제기술은 외부의 수분, 열, 빛, 공기 등으로부터 거의 완벽하게 약물을 보호하면서도 생체 내에서 빠르게 약물을 방출시키는 기능성 막을 이용해 말레인산 암로디핀을 분말상태로 피복 시키는 마이크로 코팅기술이 그 핵심이다.
 기존 말레인산 암로디핀이 단순 첨가제를 사용해 노바스크(성분 암로디핀 베실레이트)와 동등한 안정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니디핀의 마이크로 코팅기술은 기능성 보호막으로 약물의 외부노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분해를 방지하는 첨단 기술이며, 특히 빛에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진 암로디핀 제제에 불투명한 피막을 입힘으로써 빛에 대한 안정성까지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팅을 하면 체내흡수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안정성 및 유효성은 어떤가?
 고혈압치료제의 경우 장기 복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연구진은 약 분말을 일일이 코팅해 산소, 수분, 빛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는데 특히 주력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첨가제를 넣은 화이자의 특허법보다 3~5배 안정성이 높다. 특히 임상시험시 용해단계에서 흡수, 분해되는 속도 또한 빨라 코팅을 하면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 점도 개선됐다.
 이러한 안정성 확보를 통해 의약품의 필수 요소인 안전성, 치료효과, 유효성 모두를 갖춘 고혈압치료제 애니디핀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번 신기술개발 성공과 전 공정 국산화의 의미와 성과는?
 우선 국내 자체 연구력과 기술력으로 미국 FDA로부터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말레인산 암로디핀을 원료합성에서 완제품까지 전공정을 완전 국산화함은 물론 독자 신기술에 대한 특허출원을 완료함으로써 타사 제품과는 차별화된 안정성이 뛰어난 고혈압치료제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고가의 다국적제약사 제품에 비해 국내 완전 제조를 통한 390원이라는 저렴한 보험약가로 인해 고혈압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또한 덜어줄 수 있다.
 이같은 확실한 제품력 우위를 통해 향후 암로디핀 시장에서 약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원으로서 국내 제약업계를 진단한다면?
 이제 국내 제약사가 살 길은 DDS와 같은 제제기술에 따른 개량신약 개발뿐이다. 실제로 인도의 경우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해 다국적 제약사와 경쟁해 나가고 있다. 덧붙여 제약산업 연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사진·김형석 기자 hskim@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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