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속셈? 美 의약품선별등재방식 전격 수용

"우리주장 수용 명분줘 다른 것 얻으려 들것"
"지재권 강화" 들어주면 결국 껍데기만 남아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등재 의약품 "선별등재방식 전환"을 미국정부가 수용키로 한 후, 오늘부터 이틀간(21~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의약품 작업반 회의(한미FTA 별도 협상)에 의약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서울서 열린 제2차 FTA에서 선별등재방식 전환 재검토를 요구하며 협상 자체를 보이콧 한 바 있는 미국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했다는 점에서 수용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등재방식은 여러 OECD회원국이 채택하고 있지만 국내외 제약사와 의료계가 서로 다른 입장에서 도입 반대를 외쳐왔고 미국도 반대해와 난관이 예상돼 왔었다. 따라서 미국이 이 방식을 전격 수용한후 열리는 제3국 회의는 약가적정화 방안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을 예고하는 한편 제3차 한미FTA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전략용 카드일수도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의약품과 관련한 각종 문제에 대해 국익차원에서 철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약계는 이미 미국측이 무엇인가를 더 얻어가려고 할 것이고, 이미 일정 부분 양보를 대가로 "빅딜"이 진행돼 이번 회의는 형식적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와 함께 선별등재방식이 한미FTA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돼 있지만, 이는 협상전략중 하나로 우리 정책을 수용하면서 명분을 주는 대신에 실속을 챙겨가는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편 선별등재방식으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설치나 특허권 연장, 특허관련 자료를 인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료독점권 등 지적재산권 강화를 인정하면 이 제도는 사실상 빈껍데기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있지만 미국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인다면 제도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약제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투자자 정부제소 제도가 허용되면 다국적제약업체의 제소에 의해 국내 약값개혁정책이 근본적으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우석균 한미FTA보건의료공동대책위 정책위원장도 "미국이 다른나라와의 FTA 협상에서는 없었던 유사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까지 요구하는 안을 협정문 초안에 포함시켰는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국내 제네릭은 사실상 퇴출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변함없는 정부의 기본입장이며, 다만 협상을 하는 만큼 주고받게 될 것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에서 지금은 제3국 협상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시민장관도 복지부 홈페이지 "유시민 장관의 상생정책"에 "약가제도 변경-복지부는 국민을 속이지 않습니다" 글에서 협상은 투명하게 할 것이며, 상대가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때로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언가를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가 주장하고 있는 것은 우수 의약품 관리기준(GMP)을 미국도 인정,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유통을 용이하도록 하고 의사·치과의사·약사의 면허도 인정해줄 것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확실
제네릭 위주 중소 제약사 타격



제약계 구조조정 따를것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한미FTA 협상내용에 따라 수위가 달라지겠지만 제약계의 구조 재편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우선 생산하지 않은 의약품 4500개와 복합제 일반의약품의 퇴출을 시작으로 5000개 정도의 의약품만 보험약으로 관리, 지난해 29%를 차지하고 있는 약품비 비중을 2010년까지 24%대로 감소시켜 나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700개 제약업체중 상위 대형업체와 다국적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퇴출업체와 직장을 잃는 근로자들로 인해 사회·가정적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고은지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LG주간경제 7월 5일자에서 "살아남은 제약업체도 의약품 품질강화와 가격경쟁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만큼 업계의 부담은 크게 가중될 것"이라며, 이같은 환경변화에 대해 제품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복제약품 생산에 의지하고 있는 중소제약사의 경우 도산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다국적제약사도 환자들의 신약 접근권 제한으로 사용이 더욱 낮아질 것 등을 우려,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또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이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제네릭시장이 부상하고 있어 신약 가격보장을 기대하는 입장이기에 이 제도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은지 연구원은 최근 제도변화는 그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보다 성숙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제도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철저한 논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22일 열리는 싱가포르 협상과 9월 열리는 제3차 한미FTA 협상에서 어떻게 논의가 진행될지 의약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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