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사고 전단계 죽상경화증 차단 목표

▲"다가올 아시아 심혈관질환 대란, 위험인자 통합관리로 맞서야 (아시아 심장학 심포지엄)"
▲"고혈압 환자에 있어 심혈관계질환 위험인자 통합관리 대두 (Angioplasty Summit 2006)"
▲"위험인자 동반한 고혈압 환자 통합적 위험관리 필수 (아태동맥경화학회)"
▲"고혈압 환자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강조 (대한고혈압학회 학술대회)"
▲"당뇨병 환자, 혈당과 혈압조절 모두 중요 (당뇨병 치료신약 다국가임상시험 연구자 모임)"


 위 주장들은 올들어 국내외 주요 심혈관계 내분비계 학술회의에서 등장한 것으로, 심혈관질환 관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통합관리" 또는 "Global CV Risk Management"가 그 주인공.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심혈관질환 극복의 새로운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 패러다임이 최근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에 눈을 돌린 다국적제약사들이 1가지 이상의 위험인자 관리가 가능한 복합제들을 내놓으면서 임상적용도 서서히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통합관리의 패러다임은 아직 일부 진보적인 석학들의 주장에 그치고 있으며, 몇몇 약물요법과 연관된 임상적용만이 가능하다.


미국·유럽선 임상전반 적용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위험인자 통합관리 개념이 전반적으로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Framingham Risk Score"와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도 모델을 통해 개별환자의 질환 발생 가능성을 단계별로 구분, 위험도에 따른 예방·치료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10년내 질환발생 위험도가 20% 이상인 환자를 고위험군, 10~20%를 중등도 위험군, 10% 이하는 저위험군으로 분류하는데, 고위험군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약물치료의 기준이 된다.
▶관련기사 42면

 핵심은 연령·성별·고지혈증·고혈압·흡연·당뇨병 등 각각의 위험인자가 아닌 이들의 집합체가 미치는 전체 위험도를 예방과 치료전략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험군일 경우 총체적인 심혈관질한 발생위험을 고려해 콜레스테롤이나 혈압의 기존 목표치보다 공격적인 전략이 구사된다. 또한, 위험인자가 정상수치라 해도 죽상경화증을 차단키 위해 약물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위험인자의 개별적인 관리가 아니라, 이들이 향후 죽상경화증과 죽상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총체적으로 예측해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통합적인 관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이 이미 발생했거나 죽상경화증 발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치료했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패러다임이다.

위험인자 동반땐 위험 급증

 전체 위험도에 따른 치료전략은 다발성 위험인자 발현시 심혈관질환 위험이 급증하고 이를 동반치료할 경우 심혈관 사고를 기존 보다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일련의 임상결과들이 근거가 됐다.
 "INTERHEART" 연구에 따르면, 남·여 모두에서 흡연·당뇨·고혈압·고지혈증 가운데 세개의 위험인자 동반시 급성심근경색 발생위험도가 13.1로 한가지 위험인자(2배)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네가지 위험인자 모두 발현되면 위험도는 42.3으로 급증한다. 고대 구로병원의 서홍석 교수는 "위험인자 증가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단순 산술적 합산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가중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설명한다.

 항고혈압제와 지질저하제의 병용을 통해 두가지 위험인자를 동시에 관리하는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음은 "ASCOT"와 같은 대규모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39면

위험인자간 상호작용이 핵심

 전문가들은 심혈관질환 위험증대의 이유를 위험인자간 상호작용에서 찾고 있다. 정상에서는 위험인자로 작용하지 않는 정도의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및 혈당수치가, 동반된 상태에서는 상호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기저 병리상태인 죽상경화를 악화시킨다. 이는 곧 중상반 파열을 야기하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질환으로 귀결된다는 것.

 서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죽상경화는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혈압·고지혈증·당뇨·흡연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내피세포 이상을 초래해 죽상경화성 혈관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죽상경화증이 발현된 상태는 이미 화살이 활시위를 떠난 시점으로 심혈관질환으로의 귀결을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즉, 위험인자와 심혈관 사고의 중간단계인 죽상경화증의 발현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궁극적 심혈관질환 극복의 핵심열쇠인 셈이다.

공격적 치료전략 설득력

 통합관리의 개념은 위험인자 하나 하나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이들 집합체의 상호작용의 결과이자 심혈관 사고의 기저질환인 죽상경화증의 관점에서 예방과 치료전략을 세우자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을 적용할 경우, 고위험군 환자의 다발성 위험인자 발현시 죽상경화 발생은 물론 악화위험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통합관리와 함께 기존 목표수치보다 공격적인 치료전략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험인자에 대해서도 상호작용의 결과를 고려해 기존 정상수치도 공략해야 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위험인자가 다수 동반된 경우 죽상경화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subclinical atherosclerosis)라 할지라도, 이미 이환이 진행중라는 가정하에 위험인자의 상호작용과 향후 죽상경화 병소에서의 죽상반 파열까지 계산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것. 개별 위험인자 자체의 관점이 아닌 죽상경화의 관점에서 전체 심혈관 사고 위험도를 평가하고, 고위험군 분류시 죽상경화로의 진행을 막거나 병소를 퇴행시키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위험인자 통합관리의 이론적 논리다.

국내도 독자적 주장 제기

 이같은 주장은 사실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가천의대 길병원 심장센터 고광곤 교수(본지 편집자문위원)팀은 2000년대 초반부터 "To Lower Blood Pressure or To Control Other Factors?"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혈압강하에만 집중되는 단기적 치료의 한계를 지적, 장기적 측면에서 고지혈증과 같은 여타 위험인자의 동반관리를 통해 심혈관 합병증 예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교수는 심혈관의 내피세포 기능에 주목, 항고혈압제와 지질저하제의 병용요법에 관한 임상결과를 "Circulation"에 발표하는 등 위험인자 통합관리의 어젠다를 이끌어 왔다.
▶관련기사 39면

 동반 위험인자 사이의 상호작용 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타깃으로 죽상경화증으로의 이환을 막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최근 붐을 타고 있는 심혈관계 위험인자 통합관리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심혈관계 위험인자들이 죽상경화 악화에 미치는 상호작용의 기전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현단계에서는 내피세포 기능·NO(산화질소) 활성·RAS(레닌-안지오텐신계) 등이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도다. 이 상호작용의 기전을 명확히 밝혀낼 경우 심혈관질환 극복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깃으로 하는 신약개발을 통해 죽상경화로의 이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듀엣(암로디핀 + 아토바스타틴)을 비롯해 엑스포지(암로디핀 + 발사르탄) 등의 복합제 개발도 이같은 목표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위험인자 통합관리 패러다임의 이론적 근거를 기반으로 이를 실제 임상에 적용키 위한 연구가 요구된다.

이상돈 기자 sdlee@kims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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