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질환 발생 예측도 연구의 현황과 과제

학회차원 장기 추적 코호트 개발 시급

지 선 하/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개인의 미래질병 발생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역학연구의 꽃이라고 본다. 질병발생의 역학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가장 오래된 연구는 미국의 프래밍햄연구로서 1950년도에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돼 오고 있다. 이 연구에서 발표된 역학적인 연구만 약 수백편에 달하며, 가장 대표적인 연구주제는 심장병과 암 발생이다. 이러한 질환은 단일 위험요인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 두 요인만을 관리해서 심장병이나 암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연구된 것이 여러 가지 위험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질환발생위험도를 추정하고 치료 및 관리하는 글로벌 리스크 개념이다. 이러한 연구는 1976년 Kannel 등에 의해 발표된 심장병 발생위험도 연구가 처음이다. 이 연구에서는 심장병 위험요인으로 연령, 흡연, 혈압, 당뇨병, 총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좌심실비대증을 포함하는 로지스틱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후 1990년에 들어오면서 질병발생위험도 모형연구는 Weibull 모형을 통해 뇌졸중이나 암 발생 등 좀더 세부적인 질환발생 위험도를 원하는 기간동안 추정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최근에는 전향적 코호트연구에서 가장 많이 쓰여지고 있는 Cox모형을 이용한 추정식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프래밍햄 연구에서 발표된 일련의 질병발생 예측식은 미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진 것이 사실이다.

 과연 프래밍햄연구에서 발표된 예측식이 다른 국가에서 사용되어지는 데는 문제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에 답하기 위해 30여년 동안 세계적으로 사용돼 온 프래밍햄 연구의 위험도산정식에 대한 각 나라에서의 자체 평가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2003년 독일에서 Hense의 연구가 비교적 이 분야의 처음 연구로 생각된다. Augsburg 5786명과 PROCAM 8682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독일인의 실제 심장병 환자수보다 훨씬 과대 추정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독일의 연구에 이어 2004년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그림 1>은 중국인의 실제 10만명당 관상동맥질환 발생위험도(검정색 막대)와 프래밍햄연구에서 추정한 발생위험도(흰색 막대)를 남녀별로 비교한 것이다. 즉, 중국에서 실제로 관찰된 위험도보다 4~5 배 높게 과대추정되었음을 쉽게 알수 있다(Liu 등, 2004).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반적으로 심장병 발생추정을 위해서는 대규모 장기간 추적 코호트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프래밍햄 연구와 같은 장기간 추적연구가 많지 않은 상태이다. 단, 현재 이용 가능한 것으로 10년 이상 추적을 하고 있는 대규모의 코호트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자료를 이용한 연구가 있다. 이 자료는 일부 직종만을 대표하고 측정되어진 변수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규모이고 연구결과가 비교적 일관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제한점을 보완한 대규모 새로운 코호트 연구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당장 이용 가능한 보험자료 코호트를 최대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보험자료 코호트를 이용해 한국인 심장병 발생을 위한 추정식을 개발 중에 있다. 연구방법은 미국의 프래밍햄연구와 동일하다. 즉, 연구대상의 절반은 추정식 개발에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타당도 검증에 사용하는 split half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심장병 발생 추정식에는 프래밍햄식에 포함된 위험요인중 HDL 콜레스테롤과 좌심실비대증이 포함되지 않은 대신에 비만도가 포함되었고, Cox 모형을 이용하였다. 이렇게 개발된 심장병 발생 예측식을 이용해 실제 관찰된 심장병과 프래밍햄식으로 예측된 것을 비교 평가한 결과, 역시 외국의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래밍햄식은 우리나라 사람의 심장병 발생위험을 과대추정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프래밍햄식이 독일이나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의 심장병 발생위험도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심장병 발생률이 매우 높은 미국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에 개발한 국내 심장병 발생 예측식은 우리나라 사람의 심장병 발생을 비교적 잘 예측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금까지 질병발생 예측식 연구분야에 대한 국내외 연구로부터 얻은 경험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프래밍햄 예측식은 독일과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사람에게도 실제 심장병발생을 과대 추정하였다. 둘째, 비록 국내자료의 제한점이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질환발생추정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람의 자료를 이용한 예측식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좀 더 정확한 질환발생 예측식을 위해서는 관련 학회차원에서의 질병발생 주요위험요인이 풍부하게 포함된 장기 추적 코호트 개발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며, 이를 이용한 한국인 질병발생 예측식에 관한 연구가 적극적으로 수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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