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뿐 아니라 직무상 상해 유발도

직무스트레스의 정의와 현황


신 호 철 / 성균관의대교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외국에서는 지난 1990년 Jonathan Raymond의 주장 이후 많은 관련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아직까지는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고 관련 연구도 많지는 않지만 최근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직무 스트레스는 심혈관계 질환이나 우울증과 같은 주요한 만성 질환들에 이환될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직무 스트레스에 의해서 흔히 유발된다고 알려져 있는 질환들을 보면 고혈압, 궤양, 대장염, 피부 질환, 알레르기성 질환, 관절염, 요통, 두통, 불안증, 우울증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질환들을 망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직업 재해도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직무 스트레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양상으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모든 계층의 근로자들에게서 관찰될 수 있고, 근로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노사 비용의 증가로 직결되며, 실제로 의사를 방문하는 근로자들의 50% 정도는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근로자들의 1/3이 자신이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여기고 있고, 근로자들의 1/4이 자신의 직업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하물며 근로시간이 가장 긴 근로환경 국가 중의 하나인 우리의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느끼는 직무 스트레스가 훨씬 클 것으로 여겨진다.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지면의 제약상 간단하게 미국 NIOSH(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의 견해를 중심으로 직무 스트레스의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직무 스트레스의 정의

 직무 스트레스의 개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직무 스트레스는 “업무상의 요구가 근로자의 능력, 자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거나 근로자 자신의 요구와 맞지 않을 때 나타나는 유해한 신체적, 정서적 반응”을 가리킨다.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는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직무상의 상해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적절한 직무상의 도전은 정신적이건, 신체적이건 관계없이 직업적인 업무와 관련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을 쌓으며 성취감을 갖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은 작은 스트레스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일반적인 스트레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직무상의 요구가 과도하게 커지고 반복되는 경우 직업적인 만족도는 오히려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고 성취감으로 나타나는 이완감은 오히려 탈진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단계에서 근로자들은 각종 질병, 상해에 노출되고 직업적인 실패에도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직무 스트레스가 근로자와 업무 조건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유발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근로자의 특성과 업무 조건 중 어느 것이 직무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직무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이 어느 것 인가에 따라서 직무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성격이나 대처 방식 등과 같은 근로자의 개인적 특성 차이는 어떤 업무 조건에서 직무 스트레스가 유발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즉 어떤 근로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 환경이 다른 근로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직무 스트레스의 예방 전략이 근로자 각 개인에 집중되고 그들로 하여금 업무상의 요구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정되도록 한다. 물론 각 근로자 개인의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특정한 업무 조건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업무나 지나친 기대는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흔한 요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과도한 업무로 나타나는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중요 요인들로는 시간적 압박, 과도한 책임감, 지지 결핍, 본인과 주변의 지나친 기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업무 조건이 직무 스트레스의 주요인으로 인식되고 직무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한 일차적인 전략은 직무 재조정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NIOSH의 접근


 다양한 경험과 연구 결과를 근거로 NIOSH는 업무 조건이 직무 스트레스에서 우선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근로자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NIOSH의 견해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업무 조건은 (소위 직무 스트레스 인자)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특성과 여러 가지 상황 요인들이 이러한 영향들을 약하게 혹은 강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업무 조건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친지 혹은 동료들의 지지, 이완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업무와 가족 그리고 개인적인 생활 사이의 균형 등을 들 수 있다.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업무 조건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업무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들 수 있다.

▶업무 방식 - 과도한 업무량, 적은 휴식 시간, 긴 작업 기간, 교대 근무, 근로자의 기술을 이용하지 않는 단순 작업 등
▶관리 방식 - 의사결정에 근로자가 참여하지 못함, 조직 내에서의 의사소통결여, 가족과 친숙한 분위기가 아닌 조직체계 등
▶인간 관계 - 동료나 상사로부터 도움이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환경 등
▶업무 역할 - 지나친 책임, 불확실하거나 상반되는 기대 등
▶경력 관리 - 직업의 불안정성, 승진 기회의 결여, 급격한 변화 등
▶환경 조건 - 과밀, 소음, 공기 오염, 인체공학적인 문제 등과 같이 쾌적하지 않고 위험한 업무 환경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보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통제 능력이 높고, 직장 내에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직무 스트레스가 낮은 반면 업무에 대한 통제 능력은 낮으면서 업무로 인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을 경우에는 직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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