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심하면 관상동맥질환 위험

직무스트레스와 신체 건강


양 윤 준 / 인제의대교수,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스트레스는 신체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건강이 저해되고, 건강이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내과계 입원환자들의 70% 정도가 정신신체장애를 앓는다. 즉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이 생기거나 원래 있던 질병이 악화된다.

 정신신체장애 환자들은 스트레스 받고 있는 사실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쉽고, 점차 만성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신체 기관에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정신신체장애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 기관지천식, 과호흡증후군 등 호흡기계 질환, 위십이지장궤양, 과민성대장증후군, 궤양성대장염 등 소화기계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섬유성근육통, 근막통증후군 등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되어 있으며, 긴장성 두통, 편두통, 신경성 피부염, 암, 월경통 등도 일으킨다.

 스트레스와 질병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기전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생활사건에 대한 지각이 감정 상태를 유발하고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면 생리적 변화가 생겨서 질병이 발생된다는 설이다.

 또한 심리 변화가 생활습관을 변동시켜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심리적으로 편하지 않으면 운동을 게을리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게 되고 영양 섭취 불균형이 초래되는데 이것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화학물질이 작용하여 내장 기관 기능을 변화시키고 동시에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 자기 방어가 무너지고 자아 기능이 약화된다는 이론도 있다.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서 모두 질병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즉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이환될 수 있다.

 Rahe의 스트레스 및 대응모형은 개인이 주요 생활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나중에 질병으로 진단되기까지 과정을 6단계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즉 띀 지각단계, 띁 심리적 방어단계, 띂 정신생리적 반응단계, 띃 반응 감소(대응기술이용) 단계, 띅 질병행동 단계, 띆 질병평가단계이다. 대부분은 띁 단계 또는 띃 단계에서 적응이 잘되어 발병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

1. 지각단계 - 생활 사건을 겪었을 때 스트레스 정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결정되는 시기이다. 사건에 대한 과거 경험, 현재 사회적 지지, 소득 및 교육 정도, 인종 성별 연령 직업 상태 등에 의해 지각 강도가 결정된다.

2. 심리적 방어단계 - 억압이나 부정과 같은 심리적 방어기재를 사용하는 단계인데, 이를 잘 사용하면 정신생리적 반응이 예방되고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3. 정신생리적 반응단계 -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인데, 인식할 수 있는 증상(두통, 기분변화, 근육 긴장 등)과 인식할 수 없는 증상(혈압, 지질 상승)으로 다 발현될 수 있다.

4. 반응감소 단계 - 대응 기술을 이용하는 단계인데 생활습관, 사회적지지, 스트레스반응, 생활만족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5. 질병행동 단계 - 질병으로 인한 행동변화가 발생되는 시기인데, 닥터 쇼핑, 환자 역할(sick role) 등이 발생할 수 있다.

6. 질병평가단계 - 의사에 의해 진단이 내려져 의무기록에 병명이 기록되는 단계이다.

 직무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질병으로 확립된 것은 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이다.

 급성 스트레스가 심혈관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Kaprio 등은 가까운 친지 사망 후 1달 이내에 사망률이 높아짐을 증명하였다. 남성에서는 2배 이상, 여성에서는 3배 이상 사망률이 증가하였다. LA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급성 심장 사망이 평소보다 3~5배 많이 발생하였었다.

 급성 스트레스가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키는 기전은 다음과 같다. 급성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맥박과 혈압이 높아지면 허혈성 심장병이 생길 수 있고, 부정맥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혈관 내막세포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내막세포를 손상시킴으로써 혈전이 보다 위험해지고, 혈전 형성 위험성도 높아진다.

 만성 스트레스는 두 가지 경로 즉 직접적인 경로와 간접적인 경로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직접적인 경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혈관내막 세포가 손상을 받아서 동맥경화가 촉진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약화되어 심박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인슐린 감수성이 감소되어 대사증후군에서와 마찬가지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간접적 경로로는 생활습관이 나빠지는 것인데,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과음이나 흡연을 많이 하고 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더 잘 발생하게 된다.

 직무스트레스 중 어떤 요인이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것인가? 직무스트레스와 심혈관질환에 대한 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상대위험도는 1.4~4.95였는데, 분석된 10개 연구 중 6개 연구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나타났다.

 논문에 의하면 업무 요구도가 높거나 업무 자율도가 낮은 경우에 심혈관계 질환 특히 관상동맥질환 위험성이 증가하였다.

 13,799명을 대상으로 한 단면 연구에서는 높은 업무 요구, 낮은 자율성, 낮은 사회적 지지 군에서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2.17배 높았다.

 환자대조군연구에서는 자신이 평가한 주관적 업무요구도가 높은 경우에 1.4배 심근경색증 발병이 증가하였다.

 전향적 연구에서 직위부적절(4.4배) 직무불안정(3.4), 고강도 노동(3.4) 낮은 보상 특히 낮은 직업 안정성이나 낮은 진급 전망 속에서 높은 업무노력을 하고있는 근로자들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3~4배 높았다.

 호주 심장재단(National Heart Foundation of Australia)의 전문가 회의에서는 스트레스와 관상동맥질환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우울증은 관상동맥질환의 독립적 위험요인이며, 예후에도 관여된다.(근거 매우 높음) 이는 남녀, 나이, 거주 국가에 무관하다.

 우울증 중증도가 증가하면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도 높아진다. Minor depression에서는 위험이 1~2배, 주요 우울증에서는 위험이 3~5배 증가한다. 이는 흡연이나 고지혈증이 관상동맥 질환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한 강도이다.

 사회적 고립 또는 사회적 지지 결여도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요인이다.(근거 매우 높음) 이것도 관상동맥질환 발병과 예후에 모두 독립적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 급성 생활사건도 관상동맥질환을 유발한다.
애도(근거 높음)나 지진, 테러리스트 공격(근거 매우 높음) 등은 근거가 증명되었다.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 직무관련 스트레스, A형 성격, 불안 등이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있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요인 중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은 절망감을 포함한 우울증, 불안, A형 성격, 사회적 지지의 부재 혹은 고립감, 직무스트레스를 포함한 일상적 만성 스트레스 등이다. 즉 호주 전문가 회의 결과는 달리 만성 스트레스, 직무 스트레스, A형 성격, 불안 등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인자로 인정받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도 직무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 연구원은 5가지 사회심리적 요인이 작업관련성 근골격계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즉 직무만족도, 노동강도 증가, 단조로운 작업, 직무재량, 사회적 지지 등이다.

 직무만족도가 낮으면 근골격계증상이 잘 생기고 오래 지속된다. 노동강도가 강하면 근골격계질환에 잘 걸린다. 빠른 속도의 업무, 장시간 작업 등은 목 어깨 손 손목 증상을 발생시킨다. 많은 작업량, 긴 작업시간, 바쁜 작업 등 양적인 노동강도와 지나치게 간단하거나 어려운 직무로 표현되는 질적인 노동강도가 모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단조로운 작업은 요통과 경통을 일으킨다. 직무재량이 작아지면 근골격계 질환이 증가한다. 컴퓨터가 보편화 되면서 작업 재량이 축소되고 업무 다양성이 작아지며 격리가 증가하고 있다. 낮은 업무재량권은 목과 어깨 통증과 많이 관련된다. 사회적 지지가 작으면 근골격계 질환이 증가한다.

 이러한 사회심리적 요인들이 근육긴장도를 증가시키고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를 통해 생역학적 긴장을 악화시킨다. 즉 생체에 대한 부담이 적절히 배분되어 분산되지 않기 때문에 근골격계 문제가 생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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