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나를 동일시 하지 마라"

직무 스트레스의 관리


안 귀여루 / 강남대 교육대학원교수, 임상심리학


 모든 직업은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적응해야만 하는 고유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어려움이 바로 직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무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백수로 지내면 스트레스가 덜해지는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직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이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과 사랑이라고 했듯이 삶에서 일과 관련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직무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대처법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직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의 개입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많은 조직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 종사자 개인이 어떻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관리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것에만 강조점을 두고 있다.

 종업원 지원 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EAP)같은 경우에도 아직 직무 스트레스라는 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강하며 따라서 조직 내에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직무 스트레스의 관리는 개인이나 조직 어느 한 측면에서만 이루어져서는 효과적으로 달성되기 힘들다. 두 측면에서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직무 스트레스 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1.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개인적 관리 책략들

 개인적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 역시, 여러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마도 개인의 태도나 생각을 변화시키는 기법이 필요할 것이고,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도 필요할 것이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직장 환경이나 조직의 부정적인 측면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문제 해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상담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신체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긴장 이완 기법들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자신의 직무스트레스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즉 막연하게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 일지를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의 내용이나 상황, 주로 연관된 사람들을 기록함으로써 자신의 스트레스의 프로파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직장 내의 동료들에게서 객관적인 자료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자신의 신체가 말하는 것을 잘 들을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신체는 스트레스의 초기단계에서부터 경고를 보낼 수 있고 그것을 제대로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편 직무와 관련된 태도나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로 인지적인 기법들이 사용되는데, 개인이 자신의 직무나 능력과 관련해서 가지고 있는 비이성적이거나 부적절한 신념들을 수정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최근 스트레스 관리와 관련해서 수많은 대처법들이 책자나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이런 방법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 이완훈련일 것이다. 이완훈련을 통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의 지나친 긴장이나 각성 상태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완훈련의 대표적인 것들은 복식호흡, 점진적 근육이완법, 시각화 기법, autogenics, 명상법 등이 있다.

 또 다른 스트레스 대처 기법으로 대인 관계 훈련이나 의사소통 훈련이 있는데, 이는 대인 관계의 개선을 통해 회사 적응을 돕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 관리 방법들 중 어느 것이 가장 효과가 있느냐를 구분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다년간 이루어진 연구들에서 직무스트레스를 다루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개인차원의 조언들은 다음과 같다.

 1. 적절한 섭식과 운동을 통해 좋은 신체적 건강상태를 유지하라.
 2. 자신의 장점, 약점, 성공, 실패 등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모든 방면에서 유능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3.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가깝고 신뢰할 만한 친구관계를 유지하라. 만약 현재 강한 사회적 지지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시간을 투자하라. 중요한 것은 친구 관계의 질이지 양이 아니다.
 4.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다룰 때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조처나 행동을 취하라. 지금 현재 이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라.
 이런 긍정적인 조처들을 취하기 위해 EAP 프로그램등에서 제공하는 대처 방법들을 적으로 새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5. 직장 바깥에서의 사회생활을 유지하라. 이것은 직장에서 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직장의 문제가 개입되지 않은 사회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 숨쉴 공간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6. 창조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라. 취미 생활이나 개인적 성장을 위한 활동을 하도록 하라.
 7.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라. 짧은 기간이라도 자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개인적인 회복을 하도록 하라.
 8. 의미있는 일들을 하라.
 9. 직무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에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방식을 도입하라.

 신체적 운동은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에서 종종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운동은 직무로부터 관심을 이동시키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며, 동시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특히 책상에만 앉아 있는 직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정서적, 정신적 긴장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온다. 또한 좌절을 줄이고 분노감이나 공격성을 줄여주기도 한다.

 또 다른 대처 전략의 하나는 흥미로운 취미생활을 개발함으로써 직무 이외의 것으로 관심을 바꾸는 것이다.

 취미 생활은 개인을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인 면에서 능동적으로 만들어주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정확하게 하는 것도 직무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직무에서 요구하는 바와 자신의 직무 기술상의 차이는 종사자가 자신이 맡고 있는 직무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에는 오히려 승진이 재앙이 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직무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직무스트레스의 원인에 대해 마치 과학자처럼 가설을 세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법적인 대처 및 관리

 직장에서 일하는 피고용자들은 자신들의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된 법적인 대처방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은 개인적 고통을 줄이고 조직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피고용자들은 자신의 직무 수행 상에서 일어나는 안전 재해의 문제나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회사에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법적인 조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고용 안정이나 작업장 안전에 대해서 정부 역시 감시 감독을 하고 시정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한편 직장 내 성희롱의 문제는 여성들에게 있어서 취업과 관련해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회사뿐 아니라 정부 기관이나 학교 등 대부분의 공적인 기관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지에 대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 이런 법적인 제도와 절차가 피고용인의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조직은 자신의 피고용자들이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직무 스트레스를 식별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조직차원의 제도와 절차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3. 조직적 차원의 스트레스 관리

직무 스트레스를 개인의 차원이 아닌 조직의 차원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은 회사에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이 움직임은 우리나라에도 소수이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다.

 EAP는 피고용자들이 직장에 적응하면서 마주치는 많은 종류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EAP 프로그램은 직업장면 뿐 아니라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장 바깥에서의 적응 문제들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에는 개인적인 상담, 스트레스 관리와 대처에 대한 강의, 직업 재교육, 전직 상담,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가족에 대한지지 등이 포함된다. 자녀 보육 서비스, 놀이방시설, 목욕시설, 운동시설, 영양사나 운동 처방사의 처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EAP는 자신의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들만을 위해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외부의 기관과 연합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적으로 직무 스트레스의 관리는 조직과 개인 차원에서 모두 이루어져야 하며, 조직은 그 안에 있는 개인들이 스트레스를 덜 경험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며, 개인은 조직에 적응하면서 자신과 조직의 발전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직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더불어 잘 지낼 수 있는 자신만의 개인적인 전략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