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치중한 정책추진 말아야




이 영 성 충북의대 교수, 국가지정의학연구정보센터 소장


 보건의료정보체계의 구성은 국가보건의료체계의 하부 망으로서 인식해야 한다. 접근성, 형평성, 의과학적 질보장, 포괄성의 확보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주도적 사업과 지원적, 보조적 사업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정보화는 보조적 사업이므로 의료체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 정보화를 보건의료 사업이 아닌 정보기술 중심으로 출발한 기존 정부 주도 사업이 실패했던 경험을 잘 살려 정보기술에만 접근하기 보다 사업 참여주체들 간의 네트워킹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그간 정보화 정책은 이용자보다 정부의 기술적, 정책적 측면만을 중심에 두고 추진돼 왔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보건의료정보화 정책 역시 산자부나 정통부가 주도하고 정작 복지부는 뒷전에 두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었다. 즉, 정작 대한의학회나 의협 등 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는 정책 수립 초기부터 소외돼 왔던 것이다.

 현재 보건의료정보화사업은 타 보건사업 부문과의 연계가 결여돼 있고, 비전과 전략, 목표 시스템이 부족하며, 일방적 성공지향성으로 시범사업의 원래 의미가 퇴색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또한, 기관의 확산전략과 확산 역량이 부재한 상황이며, 장기이식정보화사업 등 일부 사업의 경우 추진 주체가 불명확하고, 정보기술 변화에 대한 대처나 사업평가 시스템이 부족하며, 기술 평가는 가능하나 사업과 연계해서 평가할 시스템이 없는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사용자 및 제공자 등 정보인력의 훈련과 기존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서 이미 개발된 요소기술의 활용과 관련된 연구(응용기술개발)를 중심으로 하는 가운데 자체 R&D는 연구공모 사업(복지부 연구사업으로 통합)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관련 법률의 경우 타 입법 사례의 부작용을 교훈 삼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EHR을 이용, 소비자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적극 활성화 시키되, 건강정보의 개발 기전과 관리 및 전달 기전을 분리하는 등 추진방식에서 소비자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관련 기관의 재원을 통합해 한국적 콘텐츠 개발을 활발하게 하고, 국가인증제도를 마련, 개별 병원 등 민간기관에서 자체 발굴하는 컨텐츠도 장려해야 한다.

 정보인권의 보호와 관련, 복지부는 정보인권 침해의 개연성과 심각성이 얼마인지 따져보고 정보화로 얻는 이득을 누리기 위해 건강 정보 보호를 위한 세부지침 및 보안기술 마련에 힘써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옛 속담이 주는 교훈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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