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기반 내수시장 분명한 한계…신약개발·글로벌화로 대응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모험 보다는 안주를, 외형 확장 보다는 후대 승계를 선택해왔던 국내 제약업계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제약사들이 급변하는 제약산업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제네릭 의약품을 필두로 내수시장에 의존해왔던 방식에 한계를 느낀 중소제약사들이 R&D를 통한 신약 개발과 글로벌화를 통해 체질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내수 시장 집중 벗어나야 기회 잡는다"

업계에서는 중소제약사들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삼고 있어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R&D 투자 확대, 정부의 의료비 지원 확대 정책 등 헬스케어 업종의 전망이 밝긴 하지만, 제네릭 의약품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영업 규제 강화 등으로 국내 중소제약사의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의로 인해 새롭게 창출되는 제네릭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 2년 동안 2000억원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900억원대에 머물 전망이다. 

즉 과거처럼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 시기에 맞춰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함으로써 외형 성장을 기대하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또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꾸준히 줄어들었던 상위제약사들의 점유율은 최근 들어 상승세로 반전했고, 반대급부로 고성장을 유지하던 중소제약사들은 약세로 전환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적이익지출보고서, 실거래가 약가조정 등 정부 정책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며 "중소제약사는 오픈이노베이션 등 체질개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분주한 중소제약사…신약 개발 동앗줄 잡았다

내수시장 둔화 및 경쟁 심화, 약가 압박 등 위기감에 중소제약사들은 회사별로 전략을 찾는 데 분주하다. 

이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다. 자체 개발 개량신약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제품은 항혈전제 실로스탄CR과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가스티인CR이다.

실로스탄CR과 가스티인CR은 지난해 각각 315억원과 108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는 각각 262억원과 107억원을 올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나이티드는 이 같은 개량신약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19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내수시장에 전념하는 건 아니다. 유나이티드는 최근 미국 아보메드에 페미렉스, 시스플라틴 등 항암제 2종에 대한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고, 중국, 동남아시아 등 파머징 시장 수출을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을 통해 매출 2000억원 이상을 노리는 중소제약사는 또 있다. 주인공은 영진약품이다. 영진약품은 최근 영국에서 개발한 유전적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 신약 KL1333의 임상 1상을 승인받고, 올해 안에 영국 현지에서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주요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꼽히는 COPD 치료제 YPL-001도 임상 2a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이달 초 면역항암제 신약개발 분야 플랫폼을 보유한 지놈앤컴퍼니와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 글로벌 진출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일제약도 소형제약사지만 신약 개발 열기는 뜨겁다. 삼일제약은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아람콜의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을 준비 중이다.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NASH 치료제 시장에서 삼일제약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독보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NASH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곳은 인터셉트파마, 길리어드, 젠핏, 엘러간 등 4곳이 전부다. 

지난해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을 인수한 보령제약은 희귀난치성질환이자 혈액암의 일종인  NK/T세포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VT-EBV-20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1년 국내 임상 2상을 완료한 후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조건부 허가를 받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외에 PI3K(Phosphoinositide 3-Kinase) 저해 표적항암제를 화학연구원에서 도입해 개발 중이다. 

상위 제약사들이 주도했던 '수출'을 통한 수익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는 중소제약사도 있다. 특히 중소제약사들은 해외 기술수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수출도 한 방법 "전 세계 나가자"

우선 신풍제약은 최근 세르비아 EMI Pharma D.O.O사와 유착방지제 메디커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7년간 계약금액은 총 185만 달러(약 21억원)이다.

이번 계약으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내에 메디커튼을 독점 공급할 수 있지만, 상표권과 특허권은 신풍제약이 소유한다.

국제약품은 최근 대만 제약사인 뉴인과 항생주사제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플로목세프 주사제 수출계약을 체결했던 뉴인과 세팔로스포린계 주사제까지 수출하기로 추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삼천당제약은 올해 초 유럽시장에 점안제 완제품 수출 계약을 올렸다. 독일 제약사 옴니비전에 개량신약인 녹내장 치료 일회용 점안제 완제품 4개 품목을 수출하며, 규모는 모든 품목의 판매 허가가 완료되는 2019년부터 10년간 계약금 약 1367억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제약사는 제약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맞은 위기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R&D를 강화해 신약을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기술을 수출하는 등의 방안을 대안으로 삼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