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청소년은 '문제아' 아닌 '도움 필요한 아이'"
"자해 청소년은 '문제아' 아닌 '도움 필요한 아이'"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8.09.21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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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재단 "자해는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가 자해 조절 능력을 넘어선 것"
▲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교육부 산하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는 20일 서울성모병원 마리아홀에서 '자해 대유행(Self Injury Epidemic) 특별 심포지엄'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자해 청소년을 문제아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해를 나쁜 행동(bad behavior)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부적응적 행동과 스트레스 총량이 자해를 조절하는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회(위원장 채정호)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권준수), 교육부 산하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센터장 정운선)는 20일 서울성모병원 마리아홀에서 '자해 대유행(Self Injury Epidemic) 특별 심포지엄'을 열고 청소년 자해 문제 및 해결책에 대해 논의했다. 

자해란 스스로 자신에게 상처를 내거나 자신을 해롭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20세가 되기 전 청소년 시기에 자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에 '자해' 관련 검색이 늘고 있고 이른바 '자해 인증샷'이 SNS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면서 자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 게다가 자해 시작 시기가 점점 어려진다고 알려지면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자해 문제를 정서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의대 권용실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자해가 유행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5년 전 진행한 '학생 자해행동의 평가 및 지도방안 연구' 설문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자해의 원인을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렇지만 분노,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문제가 그 원인일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많았다. 즉 자해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 전부터 정서적인 문제와 자해 문제를 동일하게 여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교육 현장에서는 자해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해 청소년에 대한 낙인을 없애면서, 자해 청소년이 '자해만 안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감정, 즉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효능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 정운선 센터장(경북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은 "학생들의 20%는 늘 심리적, 신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러한 요구가 더 커지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증가한다"면서 "자해 청소년에게 자해를 유발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하며, 우울증 및 자해 유발 생각이 들 때 대체활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해를 멈추기 위한 질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정 센터장은 "자해를 멈추게 하는 중요한 질문은 '왜'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자해를 하는지'다"면서 "(자해를 멈추기 위해)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자해 시작 후 치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학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청소년을 돌봐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였다.

권 교수는 "자해 행동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지만 학교에서는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 하지만 한두 명 교사의 관리체계에서 교사가 소진되면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 어렵고, 결국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게 된다"며 "학교에서는 치료 후 좋아지면 다시 돌아오라고 하지만 그사이 몇 년간 청소년은 있을 곳이 없다. 학교를 떠난다고 자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해 청소년을 돌보는 체계가 중요하다"면서 "학교가 이들을 품을 수 있도록 교육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조명연 학생건강정책과장은 "학교 현장에서 자해·자살 고위험 학생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위기문자상담망(CTL)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CTL이란 문자메시지 기반 24시간 위기 상담 서비스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마련됐다. 청소년이 CTL을 찾는 빈도와 사용하는 단어 등을 기계가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담자는 청소년과 상담할 수 있다.

조 과장은 "지난 2~8월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도시에서 시범 운영했으며, 9월부터 전면 확대 시행했다"면서 "최근 문제가 되는 자해 문제처럼 앞으로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자해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연자로 나서 자해 청소년들의 생각과 현 교육 현장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면서 정신건강전문가, 교사 및 지역사회 관계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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