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체형이 오히려 스트레스로 작용"...비만수술 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의뢰 필요

"정상으로 바뀐 체형 변화가 오히려 자살을 유도한다"

비만의 외과적 치료인 베리아트릭 수술이 자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또 나와 주목된다.

지난 1월 9일자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는 두 개의 코호트 연구를 토대로 베리아트릭 수술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실었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보건원(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과 스웨덴 연구위원회(Swedish Research Council)가 후원한 것으로, 지금까지 조금씩 알려져 왔던 비만 수술 후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대규모 코호트로 입증한 연구로 평가되고 있다.

대규모 코호트서 또 한번 확인

이를 위해 6만8528명의 전향적 스웨덴 비만 연구(SOS) 코호트와 14만9582명이 참여한 스칸디나비아 비만 수술 등록(SOReg) 코호트를 활용했다.

SOS는 일반적인 치료군과 베리아트릭 수술군(위 우회술, 위밴드, 수직위성형술)을 비교했고, SOReg은 고강도 생활습관 개선과 위우회술을 비교했다. 최종 평가 목적은 두 치료군 간 자살 또는 비치명적 자해 발생률이다.

분석 결과, SOS 코호트에서 수술군이 대조군보다 자살 또는 비치명적 자해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보정 위험비(aHR)를 분석한 결과 수술군의 자살 및 자해 위험 발생은 대조군대비 1.78배 더 높았다(aHR1.78, 95% CI 1.23-2.57; P=0.0021).

수술 형태별 분석에서는 위우회술이 3.8배로 가장 높았고(aHR 3.48, 1.65-7.31; P=0.0010), 위밴드는 2.43배(aHR 2.43, 1.23-4.82; P=0.011), 수직밴드 위성형술은 2.25배(aHR 2.25, 1.37-3.71; P=0.0015)를 기록했다.

한편 SOS 코호트 내에서 발생한 9명의 사망례 중 5명은 위우회로술군이었다.

이같은 양상은 위우회술과 고강도 생관습관 개선을 비교한 SOReg 코호트에서도 나타났다. 위우회술군의 자살 및 비치명적 자해 발생은 생활습관 개선군보다 3.16배 높았다(aHR 3.16, 2.46-4.06; P<0.0001). 이 중 자살은 각각 33명과 5명으로 이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5.17, 1.86-14.37; P=0.0017).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물질(약물)남용과의 연관성도 관찰했다. SOS 코호트에서는 수술군의 48%가 물질 남용이 있었으며, 대조군은 28%로 나타났다(P=0.023). 또 SOReg 코호트에서도 각각 수술군과 대조군 각각 51%와 29%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03). 따라서 자살 및 자해 위험은 낮은 체중 감량과 관련이 없었다.

연구를 수행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 임상 역학부 Martin Neovius 교수는 저널 평론을 통해 "그동안 베리아트릭 수술은 사망률을 줄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연구가 많았는데 실제 그 연관성이 대규모 코호트에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베리아트릭 수술은 자살과 자해와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이지만 상대적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지 절대적 위험도는 낮다"며 "따라서 비만 수술이 필요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수술 후 정신과적 평가가 필요할 수 있음 의미하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수술과 자살 연관성 연구 다양, 원인은 '스트레스'

이번 연구가 나오면서 비만 수술과 자살의 연관성 연구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Ann Surg에 관련 연구가 두 편이나 실렸고(Ann Surg. 2017 Feb;265(2):244-252, Ann Surg. 2017 Feb;265(2):235-243), 2016년에도 유사연구가 Lancet Diabetes Endocrinol에 발표됐었다(Lancet Diabetes Endocrinol. 2016 Mar;4(3):199-200).

급기야 BMJ는 비만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자살 위험을 가리기 위한 스크링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BMJ. 2015 Oct 7;351:h5367).

현재까지 나온 이론을 종합하면 비만 대사수술 후 자살 위험성이 높아지는 배경은 정신 심리학적 변화 때문이라는 이론이 우세하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허윤석 회장(인하의대 외과)은 "비만 환자들은 비만 자체를 사회회피 수단으로 이용했는데 외모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것이 자살과 같은 행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결론이 나오면서 우리나라도 앞으로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위한 사후 관리를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 회장은 "비만수술을 받은 사람은 정신과적 상담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비만 수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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