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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는 안녕하십니까?”[기획-100세 시대, 갈 곳 잃은 고령의사] 진료현장 지키는 노년층 의사 해마다 줄어
진짜 전문가 vs 과거의 유물 '엇갈리는 시선'...편견 없는 건강한 삶, 사회적 고민 필요
고신정 기자  |  ksj8855@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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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8.08  06: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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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민수

# 내과 개원의 A씨의 최근 가장 큰 관심사는 은퇴와 노후대비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10년가량 모교에서 일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의원을 차린 지 이제 7년, 그러는 사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50대 중반을 맞이한 그다.

"개원의는 특별한 연금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의원 문을 닫는 순간 수입은 ‘제로(0)’가 된다. 은퇴하기 전까지 열심히 노후자금을 모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다달이 국민연금, 개인연금 등 목돈을 붓고 있다. 월 생활비 300만원 수준에 맞춰 노후자금을 확보하고 10년 뒤 은퇴하는 게 목표인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인구 고령화에 발맞춰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의사들의 노후, 고령의사의 삶에 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별히 정년이 없는 일인 데다, 의사라는 직종 자체를 오랜 기간 부와 명예의 대명사로 여겨왔던 탓이다.

그러나 실제 고령의사들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의사 면허에는 정년이 없다지만 진료현장에서 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마음 먹고 진료현장을 떠나려 해도 갈 곳이 마땅찮다.

고령의사의 정의 자체도 아직 분명치 않으나, 정부 통계에서는 대체로 '60세 이상'을 최고령 구간으로 구분하고 있다. 통계분석에 있어 이 기준을 인용했음을 미리 밝힌다.

진료현장 지키는 60세 이상 의사 해마다 줄어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간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료현장을 지키는 60세 이상 고령의사 숫자는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업저버

실제 의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전체 의사의 숫자는 2011년 8만 2685명에서 2012년 8만 5073명, 2013년 8만 8945명, 2014년 9만 6180명, 2015년 9만 3484명, 2016년 9만 6180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39세 이하 젊은 의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반면 진료현장에서 일하는 60세 이상 의사의 수는 2011년 1만 1066명, 2012년 1만 809명, 2013년 1만 514명, 2014년 1만 231명, 2015년 9870명, 2016년 9564명으로 5년 새 13.6%가 줄어 들었다.

이들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39세 이하 젊은 의사들의 숫자는 전 종별에 걸쳐 큰 폭으로 늘었지만, 60세 이상 의사의 숫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40.8%, 종합병원에서 17.4%, 병원에서 16.1%가 줄었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100병상 이상 병원에서는 감소율이 각각 24.4%, 18%로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고령의사의 자리가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업저버

개원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원급에 종사하는 60세 이상 고령의사의 숫자도 2011년 대비 2016년 17.9%가 줄었다.

의원급 대부분이 개원의사 단독개원의 형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고령의사들이 해당 기간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갈 곳이 줄어든 고령의사들은 요양병원으로 몰렸다. 요양병원에 종사하는 60세 이상 의사의 수는 5년새 47.4%가 늘었다. 특히 다수 의사인력을 필요로 하는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에 쏠림 폭이 컸다.

아예 의료현장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트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의료기관에 종사하는 60세 이상 의사는 2011년 2373명에서 2016년 3840명으로 61.8%가 늘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형병원의 경우 병원운영 방식 자체가 시스템화돼 있는 데다, 빠른 순환을 위해 상대적으로 20~30대 의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개원의사의 정년은 오롯이 의사 본인의 선택이라지만, 개원환경의 변화로 자의 반 타의 반 은퇴를 택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진짜 전문가 vs 과거의 유물? 고령의사를 향한 두 시선

고령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 극단에 있다.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진 '진짜 전문가'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편에는 낡은 진료·처방패턴을 고수하는 '과거의 유물'과 같은 존재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령의사의 가장 큰 강점은 풍부한 임상 경험이다. 오랜시간 진료실을 지켜오면서 얻은 다양한 임상 경험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만큼 값진 재산이다.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의원을 운영한 경우라면 여기에 환자와의 유대감이 더해진다. 단골환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인적 관리를 제공하는 주치의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이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최신 의료기술은 물론 그에 발맞춰 등장하는 새로운 진단·치료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라는 시각이다.

고령의사가 주인공이 된 각종 사건사고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비판적으로 만들었다. 2015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다나의원 사태나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고령의사의 사무장병원 면허 대여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다나의원 사건은 2015년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환자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일컫는 것으로, 사건 조사과정에서 정상적인 진료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고령의 의사가 간호조무사인 아내와 함께 의료기관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30년 넘게 개원가를 지키다 최근 은퇴를 선택한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어느 순간부터 진료실을 지키는 게 편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A 전문의는 "소아과는 다른 전문과에 비해서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에 맞춰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데 몇 년을 더 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나이가 되다 보니,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며 "나이 든 의사라는 사실만으로 불안해 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이에 주변 다른 의원들로 환자들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개원의사의 은퇴 시기는 본인이 아닌 환자가 정한다는 말이 있다"며 "서서히 환자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의원 수익이 운영비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오더라. 말이 은퇴지 사실상 자연스럽게 퇴출된 것이다.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울에서 가정의학과 의원을 운영 중인 50대 개원의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은퇴를 강요받는 선배의사들의 사례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미국 등 해외사례를 보면 사회적 나이가 아닌 능력을 은퇴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70~80대라도 능력만 있으면 일할 기회를 갖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무보수라도 계속 일하고 싶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자의 반, 타의 반 은퇴를 선택한 의사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2011년 대한의사협회가 65세 이상 은퇴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은퇴 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자원봉사 및 재취업 의향을 묻는 질문에 62.5%가 희망한다고 답했고, 희망근무 분야는 일반진료를 계속하고 싶다는 응답이 39.6%, 건강검진 관련 업무 20.6%, 건강증진 관련 업무가 14.4%, 보건교육 및 상담업무 종사를 희망한다는 답이 13.8%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들의 은퇴 이후의 희망보수에 대한 조사에서는 무보수 또는  보수의 여부는 ‘상관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38%로 가장 많았다. 무보수의 봉사활동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면 더 일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다.

   
©메디칼업저버

그러나 이를 연계할 사회 시스템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자국 의사협회에서 고령·은퇴의사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는 1994년 6월 30일 협회 내 '시니어 의사그룹(Senior Physicians Group)'을 결성하고, 시니어 의사들의 정기 모임을 주선하거나 자원봉사 혹은 무료진료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사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도 2003년 '은퇴의사 포럼(Retired Members Forum)'을 설립하고 연례대표자회의(Annual Representative Meeting)를 개최해 영국의사협회에 의견을 개진하며 은퇴의사들이 자원봉사 진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은퇴의사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11년 시니어클럽 운영방안을 모색하고 사업을 추진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로 맺어지지는 못했다.

“자격관리 강화해 고령의사에 대한 우려 해소해야”

전문가들은 고령의사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두 가지 트랙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늦은 나이까지 현직을 지키는 의사에 대해서는 자격관리를 강화해 사회적인 편견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을 떠나고자 하는 의사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전문성을 활용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개원의사회 관계자는 "다나의원 사태의 망령을 깨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고령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진료현장에 나와 있는 의사들은 믿을 만하다’는 최소한의 기준, 자격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일단 전문가 집단 내부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통한 외부의 규제보다는 전문가 집단인 의협이 실질적인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집단 내부에서의 자정작용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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