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질환관리 시스템·인력 부족

의사적 시각 `질환`아닌 `노인`에 맞추길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노인학과 노인병학 등 노인의학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전체의료비 중 노인의료비 구성이 불과 20년사이 100배 이상 증가했다는 심평원 통계나 202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5.7%에 달할거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이런 요구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질환을 중심으로 치료하는 병의원은 존재하지만, 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의료기관은 없을뿐더러 노인에 흔한 질환이나 노인 특유질환에 대해 포괄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료 교육체계(의대, 전공의, 연수교육)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한노인병학회 윤종률 이사장(한림의대 가정의학과)은 "노인의료의 특성과 방법은 기존 학문과 차별화된 어려운 분야"라며, "전문 교육 과정을 별도의 수련과정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 의과대학에서 노인의학에 대한 별도의 강의를 마련하고, 각 학회와 의사회에서 관련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질환에 국한돼 있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는 두 가지 방안을 마련해 관련기관과 단체에 건의할 방침이다. 첫째는 각 과 특성에 맞는 노인의료 커리큘럼 강화고 두번째는 노인병전문의제 도입이다. 전자는 비뇨기과, 내과, 정형외과 등의 수련과정에 요실금·전립선 관련, 내분비계통, 재활과 관련한 교육을 강화해 노인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며, 조만간 각 학회에 의견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노인병전문의제 시행의 경우 관련부처와 학계, 의료계, 시민단체의 입장이 서로 달라 시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의료계 내부적 합의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서울의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이미 외래환자 절반이 노인인 상황에서 전문의제도 도입은 의사와 환자에게 또 다른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전문의제도 도입은 결국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행위에 자격제한을 두어 불황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김용욱 교수(연세의대 재활의학과)는 노인병전문의제의 장점에 대해 인정하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시간적,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연수교육과 인정의 교육 강화"라면서 현재 각과에서 노인의학에 관심 있는 의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인 만큼 굳이 미국처럼 전문의제도를 무리해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송파구의 서대원 원장(서대원내과)은 "선진국의 경우 노인병 전문의의 역할이 자문 진료를 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주치의적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가지 역할을 함께 하면서 환자를 여러 차원에서 분석하고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인 면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고통까지 케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치료 계획을 세울 때에도 여러 영역의 의료진의 공조가 필요하고, 환자의 모든 독립적인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이고 "분명한 것은 노인환자를 치료하려면 만성질환에 대한 지식, 외래나 입원환자의 급성질환치료, 요양원에서의 환자 진료까지 다양한 진료 능력을 필요로 하므로 전문의 수준의 학술적 기반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노인환자는 비특이적인 질병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다, 만성적이고 진행성인 건강 문제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엽적인 학술지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 대비 의사 수, 환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노인의학에 정통한 의사들은 그 수가 절대 부족한 상태다. 노인의학은 점차 학문적, 사회적 당위성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의료인들은 더욱 전문적으로 노인진료에 임할 수 있는 체계화된 제도와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더 체감하게 될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노인의학이 질환 중심으로만 흘러가는 것이다. 간호사, 간병인, 물리치료사, 호스피스 등 관련 전문인력에 대한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노인환자에 대한 인권문제도 앞으로 의료인이 고령사회를 대비하면서 동시에 풀어야할 숙제기 때문이다.
 노인의학이 발전하면서 노인환자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이 `질환`이 아닌 언젠가 누구나 필연적으로 맞게될 `노인`이라는 한 인간에 맞춰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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