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의원, 의료사고 후 의료진 위로·공감·유감 표현 재판 증거능력 배제

 

의료사고 발생 후 의료기관과 환자간 소통 과정에서 나온 위로·공감·유감의 표현들은 이후의 재판과정에서 사고의 책임에 대한 증거로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료사고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미안하다(I am sorry)"라고 말한 것이 향후 법정에서 의사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하지 않도록 한 미국의 '사과법(apology law)'을 따온, 이른바 한국판 사과법 제정 움직임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의원(자유한국당·복지위 간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20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환자안전사고의 공개와 설명, 이에 대한 면책규정 등을 법률에 명시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으로 하여금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피해자와 보호자에게 사고의 내용을 공개하고 경위를 알리는 등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의료인의 유감 표현 등을 향후 민·형사상 재판, 행정처분 및 의료분쟁 또는 중재의 과정에서 의료인의 책임에 대한 증거로 삼지 못하게 했다.

이는 미국의 '사과법(apology law)'을 모태로 한다. 

미국 미시간대학병원은 지난 2001년 의료사고 발생 시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을 즉각 공개하고 환자에게 사과하며, 병원 쪽에서 보상금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진실 말하기'(disclosure) 프로그램을 도입, 제도 도입 6년만에 연간 의료분쟁 건수가 262건에서 83건으로 65% 감소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미국 전역에 화제가 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연방 상원의원 시절인 2005년,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이나 환자나 가족에 대해 행한 어떠한 형태의 사과나 후회의 표현도 법적 책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안을 함께 발의하기도 했다. 

이후 하버드대,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 대학병원들이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비슷한 성공을 거뒀으며, 현재 약 30여 개의 주에서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장려하기 위해 설명 등의 과정에서 나온 공감·유감·사과의 표현을 이후의 재판과정에서 책임 인정의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두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서 보듯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최대한 사건을 숨기면서 환자 및 그 가족들과의 만남을 회피하려 하고, 환자 측에서는 이러한 의료기관의 태도로 인하여 더 큰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소한 의료사고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하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환자나 가족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진심어린 사과'와 '설명'이라며, "동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소통을 통해 의료분쟁 단계로 넘어가기 전 원만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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