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협, 맞춤형 의료질지표 연구용역 발표...한양의대 한동운 교수 54개 지표 선정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중소병원들이 뿔났다. 선택진료비 폐지 이후 병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의료질평가 지원금이 43개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고, 중소병원에는 거의 분배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최근 대한중소병원협회가 의료질지표를 만들고, 그것을 근거로 평가받고 이후 지원금을 받겠다고 독자 행보를 선언했다. 중소병원협회의 이러한 행보는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의료질지표가 상급종합병원에 유리하게 책정돼 있다는 호소를 지속해 왔다. 또 정부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토로해 왔다. 

"중소병원 체격에 맞는 의료질지표 필요"

하지만 정부에 대한 나홀로 외침이 메아리로 끝나자, 결국 중소병원협회가 한양의대 보건의료연구소 한동운 교수팀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하게 된 것이다. 상급종합병원과 다른 중소병원에 맞는 의료질지표를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한 교수팀은 '의료질지표의 전향적 개선 및 개발' 보고서를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중소병원협회의 주장과 같이 한 교수팀은 현재의 의료질지원금 지원은 종합병원 50% 이상에서 산출하지 못하는 지표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평가 지표의 적정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표의 변별력 문제도 짚었다. 일부 지표는 상급종합병원 대다수가 최고 점수를 획득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표를 선정할 때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과 진료량 연동 단일 보상 방식, 후향적 평가 등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의료질지원금을 입원료나 진찰료 산정횟수에 따라 부가하는 것은 의료질과 관계없이 환자가 많은 병원이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구조"라며 "인력이 풍부한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유리한 구조로 돼 있어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행 의료질 평가는 설립 유형 등 해당 기관의 고유한 특수성으로 일부 분야의 진료 실적이 없어 평가 점수가 낮은 의료기관이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지금의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또 기본점수 부여로 등급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 맞춤 지표 54개 선정

상황을 고려한 결과 중소병원을 평가하는 지표는 54개로 정리됐다.  

우선 평가 영역을 ▲의료질과 환자안전 영역(65%) ▲ 공공성(10%) ▲의료전달체계(10%) ▲교육수련(8%)으로 나눴고, 새로운 지표도 만들었다. 의료질과 환자안전 영역에서 경력간호사 비율, 의약품 안전사용 정보 수용률,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지표가 그것이다. 또 교육수련 영역에서 전공의 폭행에 대한 대응조치 이행 지표를 추가했다.   

한 교수팀은 또 교육 수련부분은 '해당/미해당'으로 가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다고 평가했고, 또 연구개발 부분은 임상환자 진료의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제외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정부는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이 아니라 개선율도 반영해 전체적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에서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지표를 선정하고, 비의료적 요소는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병원에 치우친 자원을 고르게 분산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영국에서 급성기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도입된 CQUIN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우리는 너무 절박했다"

중소병원협회 이송 회장은 중소병원 몸집에 맞는 의료질 지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선택진료 폐지 이후 정부가 의료질지원금을 지원했지만,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에 해당했기 때문에 중소병원은 소외됐다는 것. 

자료: 2017년 의료질 평가결과(심평원)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에 지원금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다. 2017년 의료질 평가 결과를 보면 의료질과 환자 안전·공공성·의료전달체계 영역에서 43개 상급종합병원은 1등급 30곳, 2등급 13곳이었다. 3등급 이하를 받은 상급종합병원은 한 곳도 없다. 반면 중소병협 회원이 많이 포진한 종합병원은 1등급 3곳에 불과했고 5등급에 116곳이 분포돼 있었다. 등급제외도 46곳이나 됐다.  

대부분 중소병원이 낮은 평가를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의료질지원금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질·공공성·전달체계 영역을 보면 1-가 등급을 받은 상급종합병원은 입원환자 2만 2500원, 외래 환자 7500원을 환자 1인당 지원받는다. 중소병원이 대부분 포진해 있는 5등급은 입원 420원, 외래 140원을 받는다.

이송 회장은 "5등급을 받았을 때 입원 환자 1명당 420원을 받는데, 지난해 7월에는 70원이었다. 정부는 이를 두고 600% 상승했다고 말했다"며 "의료질평가지원금은 약 2000억 규모인데 이중 중소병원에 어느 정도 배분됐는지 의문이다. 지금과 같은 결과를 놓고 볼 때 3차 병원들이 의료질지원금을 나눠 먹으려고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상급종합병원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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