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메르스·보장성 강화 정책 계기로 ‘적정수가’ 언급하며 지원 예고 했지만...
의료계 내부 네 탓 공방에 기회 놓쳐...“대안 마련 여부 두고봐야”

 

결국 우려대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판은 엎어졌다. 

18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협의체는 만 2년에 걸쳐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비롯됐다. 그동안 잠잠했던 관련 논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탄생한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급격히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 일차의료에 대한 지원, 적정수가 보장 등을 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호소도 결국 무용지물로 돌아갈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막을 수 없었다. 

메르스에서 비롯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일차의료 강화 제외 지적에 政, 수가 고민했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민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가 감염병 유행에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하는 치부를 들춰냈기 때문이다. 

메르스 이후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정부는 의료감염관리대책 추진 권고문을 발표한 데 이어 2016년 1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공급자 및 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구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다만 협의체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며 논의가 중단됐고, 지난해 1월 제1차 협의체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를 재가동했다. 

참석자들은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을 완화해 병의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 향후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완화 ▲일차의료 기능 강화 ▲인력·의료장비 등 의료자원의 효율화 ▲의료기관간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실행방안을 구체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당시 복지부 정진엽 장관은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과제가 실행력을 갖도록 법령 개정, 수가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뒷받침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료현장의 의견을 경청하고 의료계와 계속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강화는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당시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급여화. 이 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나서 적정수가를 언급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수가 적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복지부도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기 위해 약 4조 3000억원 정도를 급여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달체계 기능강화 수가를 먼저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여전한 네 탓 공방
외과계 “더 양보하기 어렵다” VS 의협 “대안 마련은 외과계가 해야”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과 맞물려 의료전달체계, 일차의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 이에 따르는 수가 적정화를 약속했지만, 이를 위한 협의체는 결국 권고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했다. 

다만, 아직 재논의의 여지는 남아있다. 오는 30일까지 합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중재안 또는 절충안을 마련해 올 경우 협의체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는 방법으로 추후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일차의료살리기를 위한 불씨는 아직 남아있지만, 의료계의 네 탓 공방은 여전하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 채택에 강하게 반발했던 외과계과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이끌어 온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우선 외과계는 이번 협의체 종료의 원인은 대한병원협회의 반대에 있다며, 추후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위해서는 의협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의협에서 주도적으로 전 의료계를 모아 대안 마련을 위한 재논의 여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면 참석할 의사는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의 요구사항은 최대한 양보한 것이다. 더 이상 양보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의협에서 의협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에 권한을 일임한다면 대안 마련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실질적으로 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집행부와 비대위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협은 대안은 외과계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대안 마련 여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야 결정될 것”이라며 “다만 그동안 외과계에서 반대 입장이 분명했던 만큼 의료전달체계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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