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인프라 없인 정부지원 유명무실

전문 의료인 육성·의료센터 구축, 시간·경제적 손실 막아야

김 현 주
아주의대 의학유전학과 교수 / 한국희귀질환연맹 대표

 미국에서 의학유전학 전문의로서 20여년간 활동하다가 지난 1994년 7월에 아주대의료원 개원과 함께 초빙되어 한국에 돌아와 국내 최초로 유전질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단, 상담, 치료 관리하는 유전학클리닉을 개설하여 진료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에서의 희귀질환 치료의 열악한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우선 언론의 도움으로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는데 노력해왔다. 또한 2000년부터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사회적 여건조성` 심포지엄을 개최해 처음에는 아주대병원 유전학클리닉이 중심이 되어 시작했지만, 2001년 제 2회부터는 한국희귀질환연맹과 공동으로 주최하게 됐다. 해마다 심포지엄을 통해 관심 있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희귀질환 치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해 온지 벌써 6년이 됐다.
 희귀질환(대부분 유전질환)은 워낙 드물어서 일반인에게는 물론, 일반 전문의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진단을 받는데도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크다. 진단이 되었다 해도 대부분의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소수의 질환에서 개발되어진 치료 방법이 있더라도 고가의 치료비로 환자 개인과 가족이 부담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효율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희귀질환의 효율적인 치료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의료 서비스의 인프라 구축 없이는 정부의 어떠한 지원 정책도 고비용 저효율로 실효를 거들 수 없고 희귀질환의 효율적인 관리는 물론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궁극적인 목적 달성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의료서비스 차원에서 볼 때 희귀질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의에 의해서 임상적 진단의 가능성을 의심해서 특수 검사를 통해서만 확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 건강보험 제도하의 의료 서비스에서는 의사가 희귀질환을 진단하는데 필요한 과거력 뿐만 아니라 가족력(가계도)을 얻기 위한 충분한 시간 (초진>30분 이상)을 진료에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단을 받기까지 환자와 가족들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다.
 이러한 진단상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희귀질환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조기에 전문 의료기관으로 의뢰되어 확진과 유전상담을 받아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희귀질환 진단, 유전상담, 치료를 전담할 수 있는 임상유전학 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희귀질환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아직 효율적인 치료가 없어 치명적이거나 만성화되고 가족 내 재발되거나 대물림되기 때문에 유전상담을 통한 예방과 삶의 질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의학유전학 전문의 제도 수립과 공공의 제도= 국내에서는 아직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단, 유전 상담, 치료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의는 극소수이기 때문에 희귀질환 환자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기에는 전문 인력이 절대부족하다. 또한 전문의를 교육, 양성하는 제도도 마련되어있지 않다. 이미 미국에서는 1982년 임상유전학 전문의(Clinical Genetics) 제도를 시작하였고 일본에서도 1992년 임상유전학전문의 제도가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도 대한의학유전학회 중심으로 임상유전학전문의 교육, 연수과정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의 양성 및 인증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적인 논리에 따른 비인기 과의 전문의 수련을 회피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하여 임상유전학 전문의를 교육, 배출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공공의 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대안 모색도 함께 이루어져야겠다.
 ▲의료 전달 체계 구축= 보건소, 1,2차 병원에서 희귀질환이 의심될 때 조기에 전문의료 기관으로 의뢰되어 전문의에게 확진과 유전 상담을 통해서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전문 의료 기관 지정 지원= 전문 의료기관을 지정 지원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손실을 막는데 기여할 수 있다.
 암질환의 경우 이미 정부에서 암 정복 정책의 일환으로 전문 암 의료기관으로 국립암센터를 설립하여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희귀질환 극복을 위해서도 정부에서 전문의료 기관을 지정, 지원함으로써 희귀질환 치료와 관리를 위한 효율적인 종합 프로그램과 임상유전학전문의 교육 및 수련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일반 의료인을 위한 교육과 의뢰 가이드라인의 홍보가 이루어져서 희귀질환환자가 진단을 받는데 시간적 경제적인 손실을 줄여야 할 것이다.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 지원도 활성화 되어야 하며 일반인 및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제공과 공유를 위한 희귀질환 DB시스템의 구축도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희귀질환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장애를 최소화 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기 특수교육을 위한 보육원, 재활교육, 요양원 등의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지원도 포괄적인 정부 희귀질환 정책에 포함되어 한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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