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책 선보였던 2017년 병원 ... 환자 안전 위한 정책들 눈길

2017년 병원계를 정리하면 한마디로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제도와 정책들이 다수 선보였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과 맞물려 국내에 소개된 호스피탈리스트제도,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 3년으로 단축, 15분 심층진료 시작, 입원환자 감염을 막기 위한 방문객 제한 등이 모두 같은 맥락의 정책들이다. 

정밀의료도 올해를 장식한 키워드다. 고려대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정밀의료센터를 개소하면서 미래 먹거리가 될 정밀의료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왓슨 포 온콜로지는 올해 결과물을 내놓았다. 처음 우려와는 달리 환자 진료와 의료진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성적표를 얻었다. 

개원가에서는 협동조합 바람이 불었다. 어려워진 개원가 처지를 대변하듯 의사회는 물론 각 진료과, 지역 의사회 등 합종연횡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개원 의사들이 뭉쳤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호스피탈리스트 - 환자·의사 모두 만족…희망의 싹 틔우다

호스피탈리스트제도는 올해 '꽃봉오리'를 틔운 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입원환자 안전관리 강화 등을 목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반응은 신통찮았다. 직업 안정성, 수가 등의 이유로 시범사업에 지원하는 인력이 없었던 것.

하지만 올해 시범사업을 하는 병원에서 환자와 의사 만족도 등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을 이용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환자의 진료서비스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90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이다. 환자와의 교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범사업 참여 의료진과 병원의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입원전문전담의 시범사업 수가를 평균 40% 인상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동안 인력 규모에 따라 1만 500원~2만 9940원 수준으로 지급되던 것을 병상당 최대 4만원 이상으로 인상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호스피탈리스트제도가 어느 정도 안착하는 상태로 보이지만, 다른 병원의 상태는 좋지 못하다. 특히 지방에 있는 병원은 지원자 자체를 구하지 못해 시범사업조차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수가지원과 병원 내에서 호스피탈리스트들이 어떤 지위를 차지하느냐 등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전공의 1년 단축 - 내과, 전공의 3년제 효과 '톡톡'

전공의 수련기간 1년 단축은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지난해 대한내과학회는 전공의 수련기간 1년 단축으로 희망을 얻고, 올해 축포를 터트렸다. 서울대병원은 20명 모집에 35명이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은 17명 모집에 24명 지원, 서울아산병원은 25명 모집에 34명이 지원해 마음에 드는 인재를 골라 선택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지방에 있는 대학병원들도 모두 정원을 채워 수련 1년 단축의 위력을 보여줬다.

이렇듯 수련기간 1년 단축은 모든 학회의 희망 사항이 됐을 정도다. 대한외과학회는 올해 수련기간 단축을 위한 정책을 시도했지만 쓴맛을 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 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수련기간 단축이 전공의 모집과 직결되면서 학회와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15분 진료 - 심층진료, 의료전달체계 확립 기여할까

3차 병원의 역할에 변화를 가져올 시도로는 서울대병원이 처음 시작한 '15분 심층진료'를 꼽을 수 있다. 대학병원이 지금과 같이 중소병원 등과 경쟁하는 시스템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의료는 잿빛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경각심에서 나온 것이 15분 심층진료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내과(알레르기내과, 혈종내과, 호흡기내과), 뇌하수체센터, 산부인과, 소청과(소아신경, 소아신장, 소아심장, 소아정형), 신경외과, 피부과 등 진료과목에서 13명의 의료진이 심층진료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도 서울대병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심층진찰수가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환자상태와 종별기능에 맞는 적정진료를 위해 중증·희귀질환자 초진 시 충분한 시간(10분 이상)을 할애한 충실한 진료에 대해 적절한 수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내분비내과 등 7개 진료과목에서 참여를 결정했고, 길병원도 내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6개 진료과에서 참석을 결정했다.  

성패를 가르는 것은 역시 수가다. 정부가 수가를 9만 4000원 수준으로 밝혔지만 과연 이 정도 수가로 대학병원이 기존의 많은 환자를 마다하고, 심층진료를 선택할지 의문이 남는다.

▲ 2017년은 환자 안전과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해 병원 방문객 제한을 시작했다.

# 방문객 제한 - 감염 예방 위해 면회 시간·장소 제한

우리나라 정서상 병원에 누군가 입원하고 있을 때 "가봐야 하지 않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국민 정서를 바꿀 상황이 펼쳐졌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방지를 위해 정책이 시행됐고, 올해는 병원 방문객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 정부가 병원 감염 방지를 위한 실천을 병원 평가에 넣음으로써 병원들은 앞다퉈 병동 입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고 병동마다 방문객 관리제도를 시작했다. 

병원들은 입원 환자들에게 QR코드 형태의 상주증과 병실 출입증을 소지하게 해 감염관리에 집중했다. 또 주말과 공휴일에도 면회 시간을 제한하고, 면회는 면회실에서만 하도록 하는 등 병문안 문화의 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방문객 관리제도 등이 우리나라 병원 문화를 바꿔 놓을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 협동조합 - 개원의 모여 교육·훈련·공동구매

대학병원 등이 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에 치중했다면 개원의들은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한 한 해였다. 

6월 설립된 투석내과 협동조합은 투석전문의들이 모여 조합원과 직원에 대한 상담, 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사업, 조합 간 협력을 위한 사업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8월에는 경기도의사회도 협동조합을 조직했다. 경기도의사회는 "회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구매, 판매, 정보 등을 제공하는 사업의 일환"이라며 "협동조합은 지역 의사들이 힘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9월에는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가 협동조합을 선보였다. 의사회 측은 "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 품질 인정 제품 국내 최저가 공급, 광고 및 전시기획 사업, 조합 간 협력 사업 등 상생방안을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적합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에는 '개업 의사들의 행복한 동행'이란 슬로건을 내건 메디쿱스 협동조합이 창립됐다. 수도권 개원 의사들이 참여하는 메디쿱스 협동조합은 메디컬 컨설팅, HR 인력 지원, 메디컬 스마트앱 서비스, 공동구매, 유통망 구축, 메디컬 R&D 사업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 정밀의료센터 - '미래 먹거리 창출' 대형병원, 잇단 개소

올해 대형병원들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정밀의료센터 개소에 힘을 쏟았다. 

눈여겨볼 만한 곳은 고대의료원이다. 지난 9월 고대의료원은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국가전략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정밀의료사업의 두 가지 세부 사업에 모두 선정돼 향후 5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정밀의료센터를 개소하고 연구에 들어갔다. 세부 사업단으로는 김열홍 교수(혈액종양내과)가 이끄는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과 이상헌 교수(연구부원장, 재활의학과)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으로 이뤄졌다.

11월 서울대병원은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을 통한 정밀의료 개척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밀의료센터를 개소했다. 병원 내의 연구중심병원 암유닛 암 패널과 희귀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유전체-임상 DB, 의과대학 내 정보의학실과 유전체의학연구소 등에서 유전체 분석을 통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유전체 분석 연구를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충북대병원도 11월 NGS 정밀의료센터를 개소하고 개인별 정밀 맞춤 진단에 들어갔다. 

# 왓슨 포 온콜로지 - 결과물 '무난'…병원 홍보에는 도움

가천대 길병원이 이슈를 일으키며 도입했던 왓슨 포 온콜로지의 성적표가 나왔다. 의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 혹은 환자가 왓슨을 더 신뢰하면 어쩌나 등의 자극적 관심을 몰고 왔지만 결과물은 평범했다는 평가다. 

길병원은 12월 초 2016년 12월 센터 개소 이후부터 2017년 11월까지의 환자 총 5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한 의료진과 왓슨의 '강력 추천' 분야 의견 일치율은 55.9%로 과거 이뤄진 후향적 연구 48.9%에 비해 7% 높아졌다. 의견 일치 분야를 '강력 추천'뿐 아니라 '추천'으로 확대하면 대장암(결장암) 환자의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율은 78.8%였다. 

전문가들은 왓슨을 도입한 길병원, 부산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암환자의 마음을 붙잡으려 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또 병원 홍보에도 적당한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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