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 기획특집
대형병원 몰리는 환자들, 누가 '공룡'을 키웠나4대 중증 보장성 강화 후 전달체계 왜곡 심화..."전달체계 확립" 수년째 헛구호
고신정 기자  |  ksj8855@mo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호] 승인 2017.10.10  06:27: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전국 43개 상급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매출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치과와 한방, 보건기관까지 포함한 전국 9만개 의료기관의 총 매출액이 50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상급병원 쏠림현상이야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이를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상급병원 급여비 매출은 지난 4년간 눈에 띄게 증가했다. 4대 중증질환 급여 확대와 3대 비급여 해소 등 박근혜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당시 의료계는 4대 중증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가 환자의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나, 정부는 "보장성 강화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 부작용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하며 정책 추진을 강행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지금,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 등을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 중이다. 

의료계는 이번에도 유사한 이유로 정책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장성이 강화돼 가격장벽이 낮아진다면 상급병원 쏠림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같은 약속을 내놨다. 이번에야말로 전달체계를 바로잡아 각각의 종별이 제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4대 중증 보장성 강화 후 기관당 매출 증가율 '역전현상'

2016년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급여비 매출액은 10조 933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9만 의료기관의 급여비 매출액은 50조 3667억원 규모로, 전체 급여비 시장의 5분의 1을 전국 43개 상급병원이 잠식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급병원 한 곳당 평균 연간 급여비 매출은 2542억 6000만원이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 298곳은 10조 1064억원의 급여비를 나눠 가졌다. 기관당 연 매출은 339억원. 병원은 1541곳이 10조 5931억원을 나눴다. 기관당 매출은 68억 7000만원이다. 의원은 3만 292곳이 12조 64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관당 평균 매출 규모는 4억 2000만원이다.

상급병원의 급여비 매출은 최근 4년간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09~2012년 상급병원 급여비 매출 증가율은 21.7%로 전체 의료기관 평균 매출 증가율(26.8%)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의 급여 매출은 26.3%, 병원의 급여 매출 규모는 54.2%가 증가했다.  

기관 수 증감을 반영해 의료기관 1곳당 급여비 매출액을 계산했을 때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2009~2012년 기준 각 종별 기관당 급여 매출 증가율은 상급병원 21.7%, 종합병원 22.2%, 병원 36.9%로, 병원급 의료기관이 상급병원의 성장세를 앞질렀다. 2009년과 2012년 각 종별 기관당 급여 매출은 상급병원 1423억 3000만원→1732억 4000만원, 종합병원 210억 5000만원→257억 2000만원, 병원 38억 2000만원→ 52억 3000만원이다. 

   
©메디칼업저버

그러나 2013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병원급의 상승세는 확 꺾였고, 상급병원의 몸집은 눈에 띄게 커졌다.   

2013~2016년 상급병원 급여비 매출 증가율은 35.6%로 전체 의료기관 평균 29.6%는 물론, 종합병원 31%, 병원 29.1%를 크게 앞선다.  당초 병원 > 종합병원 > 상급병원으로 이어지던 매출 증가율 순위가 완전히 뒤집어져, 규모가 클수록 매출 규모도 커지는 모양으로 변화한 것.

의료기관 1곳당 평균 급여비 매출도 규모가 클 수록 더 많이 늘었다.

2013~2016년 기관당 연 평균 급여비 매출 증가율은 상급병원 35.6%, 종합병원 23.5%, 병원 21.6%를 기록했다. 2013년과 2016년 각 종별 급여 매출은 상급병원 1875억 4000만원→2542억 6000만원, 종합병원 274억 6000만원→339억 1000만원, 병원 56억 5000만원→68억 70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거꾸로 가는 의료정책...“선택진료 폐지 결정적 한 방"

여기에는 2013년부터 추진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4대 중증질환 급여 확대와 3대 비급여 해소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바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질환 치료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 적용하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등 국민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대표적 비급여를 해소한다는 게 골자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앞두고 의료계는 특정 질환, 특히 중증질환자 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비용 부담이 줄어 가격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해당 질환자들이 큰 병원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지적. 

복지부 또한 "본인부담률 인하 효과로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및 지역불균형, 과도한 장기입원, 말기암 환자들의 무의미한 치료 등 의료이용 행태에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약속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1월 뒤늦게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회 관계자는 "부분적 급여 확대는 의료전달체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보장성 강화는 가격부담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대형병원에 대한 선호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당시 국회에서도 일차의료 지원 강화 등 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대책을 주문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디칼업저버

4대 중증 보장성 강화와 함께 추진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해소 정책은 또 다른 측면에서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야기했다. 

이송 대한중소병원협회장은 "선택진료비가 존재하던 과거에는 그나마 경제적인 이유로 전문성을 갖춘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었으나, 선택진료비 폐지로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마저도 끊겼다"며 "선택진료비 폐지가 상급병원 쏠림과 중소병원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제도 폐지에 따른 지원금마저 상급병원으로 몰리면서 이들의 덩치를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2017년 의료 질 평가결과에 따르면, 상급병원 43곳은 전 영역에서 모두 상위 등급에 안착하며 지원금 획득에 성공한 반면, 다수 종합병원은 등급제외 판정을 받으며 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은 "제도 도입 3년째인데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평가 항목의 문제나 상대 평가의 한계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의료 질 평가가 빅5병원과 일부 상급종합병원에 높은 수가를 지급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전달체계 개편 수년째 헛구호…"결단이 필요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와 더불어 상급병실료 급여화 정책 등 보장성 강화정책을 임기 중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급여 급여화로 상급병원의 문턱을 더 낮춰버린다면 환자쏠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으며, 선택진료 폐지 등의 전례에 비춰볼 때 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손실 보상액도 대부분 대형병원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달체계 개편 없는 보장성 강화는 더 큰 공룡을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 발표 후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의료전달체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에 속도를 내, 협의체를 통해 연내 개선 권고문 등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4대 중증 보장성 강화와 함께 전달체계 개선을 약속했지만 아무런 사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국정과제 이행이라는 눈에 보이는 목표달성에만 매몰된 결과"라며 "이번이라고 어떻게 정부를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송 회장은 "가격 차이가 없는데 누가 중소병원에 오겠느냐"며 "비급여 전면 급여화에, 상급병실료 급여화까지 완성된다면 중소병원은 그야말로 파탄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난장판 속에서 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다"며 "의료전달체계를 조속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복지부는 개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건강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상급병원 쏠림현상이 급격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보장성 강화 정책이 환자들의 의료이용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존재한다"며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한 필수 과제"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의협과 병협이 리더십을 가지고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고신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