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시장읽는 능력 갖췄지만 타인 거부·거절 예민해…

▲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최근 미디어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행하는 용어 중에 '관종'이라는 단어가 있다. 관심종자(關心從者)의 준말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그런 부류를 뜻한다.

주로 타인의 관심을 끌고자하는 욕구를 강하게 내비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며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관종'들을 마냥 가볍게 볼 수 없는 '관종 사회'가 되고 있다.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가 발달하고, 수많은 매체를 통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지식을 외운 사람에게 권위가 집중되는 시대로 점차 퇴조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건과 콘텐츠, 서비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지만 이를 소비할 대중은 한정적이다.

SNS 팔로워 수십만 명을 거느리며 이슈메이커 노릇을 하는 이들이 중요한 중개 역할을 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들은 방송을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비교우위를 쉽게 점하고,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바탕으로 정치적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관심'을 추구하는 행동이 개인의 취미를 넘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오늘날 사회…타인의 관심이 절실한 '히스트리오닉 사회'

구(舊)시대를 나의 전문성과 권위 등이 중요한 '나르시시스틱 사회(narcissistic society)'라고 한다면, 오늘날은 대중의 관심이 더 중요해진 연극적 사회, 즉 '히스트리오닉 사회(histrionic society)'라고 할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을 빠르게 읽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앞으로의 사회는 관종, 즉 '히스트리오닉'한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의 중요성도 커진다.

히스트리오닉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다른 사람의 감각을 잘 이해한다. 다른 이들이 간과하는 점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시장을 읽는 능력이 있다.

내면취약해, SNS '좋아요' 관심에 목말라 해

그러나 이들은 타인의 관심이 있어야 자존감이 유지된다. 다른 사람의 거절이나 거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부에 대한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으로 주위 시선과 '좋아요'로 표현되는 SNS 상 관심에 목말라 있다. 내면이 취약한 것이다.

히스트리오닉은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던 사람이 관심을 덜 보이면 '거부에 대한 민감성'으로 인해 분노할 수 있다. 관심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배분해 지속적으로 일정한 관심을 유지해야 한다. 또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만약 히스트리오닉이 일적인 관심을 개인적 관심으로 착각하면, 특유의 이슈메이킹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히스트리오닉은 권위적인 탑다운 방식의 리더십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에서도 이들을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히스트리오닉 특성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히스트리오닉의 장점이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할지라도, 타인의 관심도에 따라 감정이 요동치고 불안해지는 상태는 결국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신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거나, 타인의 관심이 줄더라도 힘들어 하지 않을 수 있는 '미움 받을 용기'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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