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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①] R&D부터 임상·마케팅까지, ‘빅데이터’가 책임진다처방 패턴·동반질환 분석해 신약 필요영역 발굴…임상 리스크도 줄여
이현주 ·양영구 기자  |  hj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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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7.07.17  06: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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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앞설 것인가 뒤따를 것인가

새로운 기술발전에 의해 경제체제 및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시기를 산업혁명이라 일컫는다. 인류는 18세기 증기기관(1차 산업혁명), 20세기 초(2차 산업혁명), 20세기 컴퓨터·인터넷(3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혁신으로 3차례 혁명적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에 직면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모든 산업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기반 기술로, 보건의료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약과 의료기기, 의료현장, 정책 분야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정리한다.

① 제약바이오산업
② 의료기기산업
③ 의료현장
④ 보건의료정책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 IoT), VR,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등장하는 키워드다. 

특히 생산가능 인구와 소비, 고용,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4대 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이 같은 흐름을 되돌릴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뇌관을 제대로 건드리면 새로운 고용 창출과 함께 소비, 투자의 기폭제가 연달아 터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에 대해 명확하게 정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관련 전문가들이 키워드를 통해 각자가 내린 정의일 뿐 실체는 없는 것이다. 다만,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10여 개 안팎의 기반기술과 여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서비스로 구성될 것이라는 막연한 개념이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산업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무엇이어야 할까. 업계 전문가들은 '빅데이터'가 중심에 서야 한다고 말한다. 각종 기반기술과 파생 서비스의 기초재료가 빅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필요 영역, 빅데이터로 예측

제약업계에서는 빅데이터라는 기반기술을 산업군 전체에 접목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신약 개발이 필요한 영역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트렌드를 찾아내는 것이다.

제약산업 영역에서는 개인정보를 제외한 요양기관의 진료 내역을 담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건강검진 데이터 및 진료명세서 빅데이터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제약업계는 일부 약국이나 도매상을 통해 제공되던 데이터를 신약개발을 위한 분석 자료로 활용했다면, 이제는 정부기관의 표본 분석을 거쳐 99.93%에 달하는 정확도를 갖춘 빅데이터를 원천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코아제타는 이 같은 빅데이터를 분석, 가공해 허가-특허, 개발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료과별 처방 패턴이나 자사 제품의 품목별, 지역별 성장세 등을 분석함으로써 출시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을 개발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A제약사에서 리나글립틴을 기반으로 한 신규 복합제를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근 3년간 리나글립틴과 병용처방된 약물의 종류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게 된다.

만일 이 과정에서 스타틴이 가장 많이 병용처방된 약물로 선정됐다면, 실제 병용처방 환자 수, 처방 건수 및 금액, 1일 투약 횟수 및 투약량 등을 분석함으로써 신약 개발을 위한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질환에 많이 발생하는 동반질환을 분석해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신규 복합제를 개발하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빅데이터라는 기반기술을 신약개발부터 영업·마케팅까지 다양하게 접목하고 있다. 

코아제타 이홍기 대표는 "빅데이터로 인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트렌드인 바이오항암제의 처방 동향과 개발 방향성도 빅데이터를 통해 유추 가능하다.

사실 업계에서 항암제 등 원내처방약의 처방동향은 잘 알 수 없을뿐더러 여러 적응증을 가진 바이오항암제가 어느 암종에 주로 사용되는지 투약 트렌드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항암제의 처방과 사용 빈도를 분석하면 새로운 바이오항암제 개발에서 타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 분석에 나선다면 아직 항암제가 존재하지 않는 질환 분야에 대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보다 빠른 개발을 위해서는 관련 분야 바이오신약을 준비 중인 벤처기업과 함께 연구개발에 나서 상업화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까다롭고 어려운 '임상시험'…빅데이터로 리스크 줄여

빅데이터는 계획과 설계, 수행관리, 결과분석 등 까다로운 과정으로 진행되는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 도출을 앞당기는 데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 임상시험을 위한 모든 데이터는 종이 문서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글로벌 임상의 경우 전 세계의 데이터를 취합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전자자료수집(EDC) 기술이 적용되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 오류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EDC 기술에 빅데이터가 융합되면서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기간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는 수년 전부터 빅데이터를 이용해 신약개발 임상연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메디데이터와 오라클이다.

메디데이터는 1만여 건의 임상 연구와 300만명 이상의 임상시험 대상자로부터 얻은 80억 건의 빅데이터를 클라우드와 접목하면, 임상연구 준비 시간을 최대 41% 단축할 수 있고, 연구 종결 시점까지 최대 65%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임상연구 도중에 회사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임상연구 자료를 비교한다면 오차를 줄여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라클도 임상시험 품질 향상을 위해 위해성 기반 모니터링(Risk-Based Monitoring)을 국내에 선보였다.

위해성 기반 모니터링은 임상시험 품질 향상과 임상시험 대상자의 보호체계 강화가 목적이다. 제약사 임상시험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명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해지고, 글로벌 임상에서 국가별 규제와 승인을 받기 위한 데이터 역량 증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은 환자에 대한 스크리닝 가속화와 시험약물을 임상시험 병원에 전달하는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병리학과나 영상의학과, 각종 테스트 결과, 전자건강기록 등 모든 데이터 관리에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다.

특히 다른 솔루션에서 분석된 데이터라도 표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임상 환자가 SNS에 올리는 내용까지 분석, 임상기간 동안 실제 환자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 영업·마케팅에도 이용 가능

빅데이터는 R&D와 함께 제약사의 또 다른 축인 영업·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마케팅 전략을 세우려면 환자가 어떤 질환으로 어떤 진료과를 방문하는지, 의사들의 처방약은 무엇인지 등 기본 자료가 필요하다.

기존에는 지역별, 병원별 영업사원을 통한 구두조사, 약국이나 유통업체들에 출하되는 물류량, 무작위 표본조사를 통해 일반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해 실패하는 사례가 있었다. 자료의 오차, 사실의 왜곡, 단순 수치 등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가 있다면 과학적이면서 통계기반의 접근이 가능하다.

   
빅데이터가 있으면 과학적이고 통계기반의 영업·마케팅 접근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가 DPP-4 억제제를 처방받다 메트포르민 복합제를 처방받고, 다시 SGLT-2억제제를 처방받았다. 해당 환자의 이력을 통해 얼마만에 처방 변경이 발생한 것인지, 즉 하나의 약에 대한 투약 유지기간은 얼마인지, 투약일수는 며칠인지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사례를 가정하면, DPP-4 억제제 중 시타글립틴은 종합병원에서도 내분비내과의 처방이 가장 많고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순으로 집계됐다면, 리나글립틴은 내분비내과 이후 신장내과와 순환기내과 처방률이 거의 똑같았다. 이 같은 경우 리나글립틴의 디테일 대상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또 협심증 환자 중에서도 스텐트 수술을 받은 환자는 어떤 약을 주로 처방받는지, 수술 전과 수술 후의 약 처방 변경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약으로 변경되는지도 빅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자사의 약이 어떤 상황에 많이 쓰일 수 있을지 인지한 후 디테일한다면 처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역·품목별 세분화된 정보…영업타깃 설정 유용

아울러 지역별 신규 개설 의료기관, 대형처 파악도 용이해 영업 타깃을 설정하는 데 유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코아제타 이홍기 대표는 "신제품 출시 또는 주력 제품 디테일 메시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통해 성공확률이 높은 영업·마케팅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제약사별 처방 실적표 수취 문제도 빅데이터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심평원에서는 요청하는 제약사에 한해 해당사 의약품 처방 실적을 시/군/구별로 제공한다. 이를 △지역별 △품목별 △의료기관종별 등 다양하게 재가공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별로 나눠 성장률도 평가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 영업기획팀 임원은 "영업 담당자 개개인에 대한 아주 세분화된 자료는 아니지만 팀별 실적 평가에는 사용할 수 있다"면서 "기존 처방실적표나 문전약국 자료만으로 알 수 없었던 정확한 수치가 나오는 것인데, 영업사원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의욕을 저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회사 측에서 적절히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직접 빅데이터 활용 나선 제약사들…"맹신 말아야" 지적도

실제 빅데이터 접목에 나선 국내사들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등은 수많은 비정형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내 경쟁력 확보에 활용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에 나섰다.

이 중 가장 선도적인 곳은 동아에스티로, 이미 신약개발과 마케팅에 적용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아주대병원 유헬스정보연구소와 함께 지난해부터 복합제 개발 과정에 빅데이터를 접목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분석, 함께 처방되는 약물을 구분하는 한편, 약물별 부작용을 DB화 했다. 병용처방 시 부작용 정도까지 파악하고 나선 것.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자체 연구소에 축적한 임상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빅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신약개발과 이를 위한 임상연구 과정에서 트렌드를 읽기 가장 좋은 분야인 것은 맞다"며 "각 사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회사의 방향성을 설정할 게 아니라 빅데이터는 회사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와 역량의 근거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며 "빅데이터에 의존해 신약개발에 나서려는 경향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더라도 외부환경 변화에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정반대의 방향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 분야 자체가 외부환경에 상당히 민감하다. 특히 정부의 보험급여 정책에 따라 신약개발 및 임상시험 방향성이 100% 달라질 수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외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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