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세계화 필수조건" VS "빈익빈 부익부 심화"

찬 : 시장 개방은 못피해…경쟁력 키워야
반 : 의료비 상승 불보듯…서민의료 소외

  최근 정부가 민간유휴자금을 의료기관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후 의료계·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찬반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은 그동안 수십차례 공청회와 각 보건의료정책 관련 행사의 특강 등에서 다루어왔던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던 것을 보건복지부가 의료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는 시각에서 의료정책의 획기적 전환 입장에 섬으로써 환영입장의 다른 한편에서는 철회 요구를 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본의 의료기관 투자. 자본투자는 `영리법인 허용`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비영리의료법인만이 있는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개편을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전환임은 분명하다.
 자본 참여는 주식회사 형태의 의료법인, 지방자치단체의 보증하에 비영리 의료법인이 채권 발행으로 투자비용 조달, 의사들이 모여 만든 의료법인, 이들 형태의 조합형 등 다양하게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이 제도의 검토계획과 관련 의료계내에서는 의료기관 설립 형태별, 규모별로 입장이 달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실장은 "법인 출연금 증액·대출·자기자본 투자 등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투자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의료기관도 활발한 자본의 참여를 통해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도입을 찬성했다. 그러나 그는 영리법인으로 바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법조계의 법무법인 형태와 같은 중간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개인의견을 피력했다.
 덧붙여 영리법인 도입에 앞서 세제상의 문제를 포함 비영리의료법인의 영리법인 진출, 비영리 의료법인에 대한 별도의 혜택,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등과 함께 논의돼야 하며, 또 지분을 인정해주는 비영리법인 허용이나 지분 양도와 투자분에 대한 회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사항에 꼭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는 산업이다
 이제는 의료도 하나의 산업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의료산업을 정보기술(IT) 못지않은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분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개혁에 손 놓고 있을 경우 조만간 우리 의료계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의료기관·의료인 관련제도, 건강보험제도, 의료기술 경쟁력 강화 등 분야별로 주요 검토대상 정책과제를 선정하고 단기과제는 6월말까지, 전문적인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연말까지 추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외국환자를 국내에 유치할 수 있도록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한편 정보제공 등의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의사도 2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프리랜서 형태로 진료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과 의료기관 개설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게 되며, 한국에 있는 외국인 의사가 자국인을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사항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번 개혁방안에 대한 반대목소리도 크다. 특히 영리의료법인 허용은 건강보험, 민간보험 등과 연계를 피할 수 없다며, 강력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사설을 통해 `의료이용의 양극화`가 `건강의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개혁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돈벌이 경쟁을 심화시키는 영리법인 허용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고 참여연대는 "의료의 시장화와 산업화를 운운하는 것은 공공의료정책의 명백한 포기일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자 침해"라고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반대목소리는 의료기관이 자본주의적 경쟁을 하게 되면 저소득층의 상대적인 서비스 소외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과 의료비 상승을 초래해 건강보험에 타격을 입혀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
 이에 대해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의료정책연구소장·본지 객원논설위원)는 앞으로는 의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과거에는 모든 의료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건강보험 보장성은 옵션 부분을 제외하면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인부담금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은 상급병실료와 지정진료비라며 필수적 보장성은 더욱 강화해야 하지만 옵션부분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인식 바꿀때
 허교수는 덧붙여 고령사회에서 의료산업의 발전은 불을 보듯 훤하다며, 20~30년전 이공계열에 우수한 인재가 몰려 현재 반도체·휴대폰 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듯이 의대의 우수 인력에게 세계를 무대로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올바른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까지의 영리의료법인의 도입 논란은 의료기관의 경쟁력 확보와 공공 의료 서비스 확대라는 두 가지 명제의 조화가 우선돼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전문회사 삼보가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듯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한국의료`는 아시아에서도 종이호랑이로 추락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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