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연구 결과, LDL-C 원인 확인" vs "염증반응이 질환 진행에 중요 기전" 주장 맞서

죽상동맥경화증은 동맥혈관 벽에 LDL-콜레스테롤(LDL-C)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면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이에 제약계는 LDL-C를 조절해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치료하는 신약 개발에 불이 붙은 상황.

그러나 학계에서는 LDL-C가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LDL-C만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기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DL-C가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죽상동맥경화증이 발병하지 않고, 이보다 '염증반응'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24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17 유럽동맥경화학회 연례학술대회(EAS 2017)'의 플래너리 세션에서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대규모 연구 결과, 'LDL-C'가 죽상동맥경화증 결정적 원인"

먼저 죽상동맥경화증의 주원인으로 LDL-C를 지목하는 전문가들은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LDL-C가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글래스고 의대 Chris Packard 교수는 "FOURIER, IMPROVE-IT 등을 포함해 지난 수 십 년간 발표된 연구에서 LDL-C가 죽상동맥경화증의 중요한 원인임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논쟁이 이뤄지는 점에 의구심을 표했다.

지난 3월 제66차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 발표된 FOURIER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타틴과 함께 PCSK9 억제제인 에볼로쿠맙을 죽상동맥경화증이 동반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투약해 LDL-C를 강력하게 조절했을 때 심혈관사건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

아울러 IMPROVE-IT 연구에서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해 LDL-C를 조절한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N Engl J Med 2015;372:2387~2397).

이러한 근거로 EAS는 이번 연례학술대회에서 "유전학, 병리학, 역학연구 등을 분석한 결과,  LDL-C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명백한 원인이다"는 전문가 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LDL-C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발병 간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Packard 교수는 "LDL-C 없이는 죽상동맥경화증이 발병하지 않는다"며 "LDL-C를 낮추는 것이 질환 예방은 물론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하는 중요한 치료전략이다"고 강조했다.

"'염증반응', 죽상동맥경화증 발병에 중요한 기전"

반면 염증반응이 주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죽상동맥경화증 발병에 염증반응이 중요한 기전임을 강조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혈관 내피세포에 손상을 주면서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결국 죽상동맥경화증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Peter Libby 박사는"이전 연구에서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인해 나타나는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할 경우 염증인자인 C 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이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현재 임상에서 환자들의 CRP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점이 염증반응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2008년 Libby 박사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LDL-C가 130mg/dL 미만으로 고지혈증이 없지만 CRP 수치가 증가한 성인에게 로수바스타틴을 투약했을 때 심혈관사건 위험이 감소했다(N Engl J Med 2008;359(21):2195~2207). 이를 계기로 학계에서는 염증반응을 조절해 심혈관사건을 예방하는 치료전략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Libby 박사는 "항염증제인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는 IL-6 및 CRP 수치를 낮춘다. 이전 관찰연구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메토트렉세이트를 투약했을 때 혈관사건 발생률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며 "현재 미국에서는 메토트렉세이트 저용량을 심근경색 병력자에게 투약했을 때 위약 대비 죽종(plaque) 염증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지를 평가한 CIRT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CANTOS 연구가 논쟁에 대한 답 줄 것"

그동안 발표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두 가지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학계는 'CANTOS 연구'가 논쟁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CANTOS 연구는 위약 대조군 연구로 고감도 CRP 수치가 높아진 심근경색 환자 1만여 명이 포함됐다. IL-1β 저해제인 '카나키누맙(canakinumab)'이 심혈관사건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디자인됐으며, 환자들은 카나키누맙 또는 위약 투여군으로 무작위 분류됐다.

결과는 다가오는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심장학회(ESC 2017)에서 첫 공개될 예정이다.

Libby 박사는 "CANTOS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염증반응에 힘을 싣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며 "단 염증반응이 다른 전통적인 위험요인을 대체할 수 없기에, LDL-C와 염증반응을 분리해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다"고 제언했다.

Packard 교수는 "만약 염증 전 단계에 LDL-C 수치가 높다면 죽상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은 2배가 될 것"이라며 두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CANTOS 연구에서 염증반응이 LDL-C를 낮췄을 때의 혜택 외에 추가적인 혜택이 있는지를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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