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방암학회 노우철 이사장

한국유방암학회 노우철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20일 글로벌 유방암 컨퍼런스(GBCC) 개막과 동시에 시작된다. 유방외과 전문의로서 국내 유방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노 이사장은 한국을 아시아 최고의 유방암 기술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또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학회 내 임상연구 시스템을 구축, 여러 병원이 임상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회 기능 확장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원자력병원 병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올해 부터 학회 운영과 병원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 한국유방암학회 노우철 이사장

-이른바 빅 5병원 출신 교수들을 제치고 지난 학회에서 이사장으로도 추대됐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학회는 워낙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국내 학회 중에서 역사도 제일 오래됐고 회원들 간 교류나 학술적인 부분도 잘 세팅돼 있어 이사장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역대 이사장들이 해온 일들을 인계받아 내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더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기존에 하던 사업의 내용을 더 충실하게 다셔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임상연구 부분에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세부적으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학회에서 주도하는 다기관 임상연구가 좀 더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서 이사장 재임 중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쓸 계획이다. 또 다기관 임상연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도 구축돼 운영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학회 자체에서 다기관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인프라 구축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CRA(임상설계전문가)까지 직접 고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과거 PI(주 연구자)를 하면서 다기관 임상연구를 처음으로 주도했었다. 거의 완성되는 연구가 있는데 학회가 지원을 해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 임상시험위원회가 있긴 있지만, 진짜 임상연구를 하는 연구자들한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 임상연구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을 학회 자체에 구축하려고 한다. 

다국적제약사에서 수행하는 임상시험도 학회에서 받아 다시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역할도 계획 중이다. 임상연구가 몇 개 안되는 주요 병원에 집중되면 상업논리가 작용한다. 대학병원 외에 많은 회원도 신약을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 때로는 임상시험 자체가 실제로 병원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때문에 다른 중소병원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학회에서 나눠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욕을 먹더라도 꼭 추진할 계획이다.

-학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유방암 등록 사업이 좀 미진하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보완할 계획인가?

유방암등록사업은 우리나라 암 등록에 선두적인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침체된 부분이 있다. 한동안 잘 되다 여러 가지 개인정보보호법과 상충되는 면이 있었다. 또 몇 개 기관이 주도하고 매번 참여하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다. 그래도 유방암은 전체 암환자의 70%는 등록이 될 정도로 잘 운영되는 편이다. 등록사업 성과는 2년 간격으로 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학회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다. 진료권고안도 유방암학회에서 거의 최초로 했던것 같다. 앞으르 임상시험위원회 업무가 유방암학회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를 잘 발전시키는게 제일 큰 임무라 생각한다.

-등록사업 평가를 보면 과거에 비해 유방암 유병율 등의 큰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나?

최근 10-15년 사이 환자들이 3배나 늘었다. 굉장히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암의 원인이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 여성의 유전자가 10년 사이 바뀌었을 리는 없다는 점에서 당연히 후천적인 요인이 크다.

가장 많이 작용하는게 에스트로겐, 즉 여성호르몬과 관련있는데 여성호르몬에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되느냐 여부가 유방암의 발생 원인이다. 노출을 줄여야 유방암이 줄어드는데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 출산, 육아를 하지 않는 패턴으로 바뀌면서 호르몬 노출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식생활의 서구화, 비만 등이 두 번째 요인이라 생각한다.

-논란이 많은 폐경 후 호르몬 복용과 유방암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폐경 후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은 유방암을 증가시키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폐경 후 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유방암 검진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해야한다. 다만 폐경 후 증상이 없는데 보약처럼 먹을 필요는 없다. 보약의 개념으로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는 것은 유방암을 증가시킬뿐더러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득 될 것이 없다. 때문에 폐경 후 증상이 심할 경우 치료제로써 복용하고, 폐경됐지만 증상이 없는데도 무조건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은 득이 없다.

-학회가 추진하는 GBCC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곧 행사를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되나?

GBCC는 2007년 1회부터 학술기획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애착이 큰다. 당시 2년 간격으로 하다 작년부터 연례 학술대회로 바뀌었다. 어째든 우리나라 유방암학회 중에서는 제일 큰 데 외형에 비해서 내실은 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그 정도 규모의 학회이면 큰 연구나 새로운 데이터가 발표돼야 하는데 아직은 큰 이슈를 끌만한 데이터들이 없다. 오히려 미국의 빅 가이(저명한 교수)들이 와도 리뷰형식의 강의가 많고 새로운 데이터를 발표하는 자리로써는 아직은 미흡하다. 아무래도 새로운 중요한 데이터들은 미국 샌안토니오 유방암학회나 아스코(ASCO) 그리고 애스모(ESMO) 등에서 발표한다. 얼마나 좋은 데이터들이 발표되는 학회인가가 성공여부인데 이런 부분은 좀 아쉽다.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학회로 자리잡았다. 쉽게 되지는 않지만 중요한 연구 발표에도 신경쓸 계획이다.

-학회가 고민하는 가장 큰 급여 이슈는 무엇인가?

약제에 차지하는 비율에 비해 외과의사의 수기에 대한 보상이 실제로 적다. 수술수가, 시술료 등 손으로 직접하는 행위에 대한 수가가 적은 편이다. 이런 거에 대한 수가를 올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매년 보험위원회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데, 여러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급하게 추진할 계획은 없다.

-지난해 1월 부임해 올해로 2년째다. 병원장으로서의 계획은 무엇인가?

두 가지다. 원자력병원하면 암병원만 생각하지만, 방사성의학연구소가 있고 또 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있다. 이곳은 밀본에 후쿠시마원전사고 같은 방사선재난사고가 터지면 제어하는 의료 컨트롤 타워라고 보면 된다. 평시에는 암병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대 사태가 터지만 방사선재난 환자들을 치료하는 기관으로 전환이 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책임이 있는 기관이다. 그 기본적인 역할을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기관 자립도 향상이다. 작년까지 가장 큰 이슈는 적자다. 연간 50~100억 정도의 적자였다. 공공병원의 한계지만 적자가 누적되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지난해 1월에 병원장을 맡아 첫 번째 내걸었던 것이, 병원경영 정상화다. 각자의 역할에서 10%만 더 해보자는 10% 운동을 했고, 그 결과 거의 해결된 상태다. 앞으로도 자립도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또한 원자력병원의 간판 질환이라고 할 수 있는 유방암과 골육종 치료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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