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3]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한 통증치료에 대해 식약처가 허가사항을 변경하고, 심평원이 급여 제한에 나섰다. 이에 대한 통증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대한통증학회 기획이사인 심우석 교수(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와 세계통증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동 교수(원광의대 마취통증의학과)를 만났다.

▲ 심우석 교수 - 성균관의대 마취통증의학과
-돌이켜보면 국내 급여제한 조치는 트리암씨놀론을 이용한 경막외 스테로이즈 주사(ESI)의 부작용 문제가 발단이 됐던 것 같다. ESI는 굉장히 오래 전부터 사용됐기 때문에 부작용 문제는 익히 알려진 것 아닌가?

신경통증 치료에 있어서 스테로이드 사용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보고가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전부터 신경손상 등 몇몇 부작용은  다 알려져 있어 의사들 사이에서도 신중하게 시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ESI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주장은 문제가 있다. 수술적 치료 대비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전 세계 학계가 공감하고 있다.

- 제조상의 문제와 부작용보다는 요통에서의 주사 치료 자체에 효과를 의문시하는 게 심평원 입장인 것 같다.
최근 심평원의 신경차단에 대한 각종 심사 지침의 경향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각종 퇴행성 통증 질환의 증가, 사회 발달로 인한 의료 접근성의 증가,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욕구와 맞물려 통증 분야에서 신경 주사 치료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ㅅ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고령화에 따른 통증 환자 증가와 이에 따른 무분별한 치료에 관련된 의료 윤리 및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료 질적인 문제점, 한정된 의료 재정, 비의료적 근거에 기반한 진료제한도 심각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척추 통증은 이미 이러한 문제들이 상충하면서 비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연구보고서들에 의한 주장들이 정부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참조하는 영국 NICE 가이드라인의 경우 ESI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2009년 발표된 영국 NICE 가이드라인은 영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침 발표 후 영국통증학회 일부 회원이 충분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이드라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학회 비상소집이 이뤄지고 회장이 사퇴하는 등의 혼란을 겪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가이드라인을 참조하다 보니 근거부족이라고 제기할 수밖에 없다.

- 학회 지침에서도 언급돼 있듯 근거가 부족한 면이 크지 않나? 때문에 용량, 기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보를 제공하려면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가 많아야 하며 이를 토대로 메타분석도 해야 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한계다. 가이드라인은 연구를 근거로 만드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RCT를 일률적으로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용량과 기간 등을 정할 수 없는 것 같다. 박상준 기자

▲ 김연동 교수-원광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세계통증학회 회원 대상 사용현황 조사
"투여량·기간 등 가이드 제시할 것"

김연동 세계통증학회 회원

- 해외에서는 여전히 ESI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
요통에서의 통증치료를 위한 스테로이드 사용은 지난 수십년간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게 사용되고 효과가 이미 충분히 입증된 보편타당한 치료법이다. 비록 보고된 관련 합병증이 있으나 이는 이미 시술 자체보다는 여러 가지 사용된 주사침이나 해부학적 구조물과 관련된  문제, 시술 기술들과 관련되 문제점 등 지엽적인 합병증 때문임도 충분히 입증됐다. 더 이상 요통에서의 수술적 치료가 유일한 해결 방법이 아니며, 이에 대한 효용성이 점점 의문시 되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어 비수술적 치료로 패러다임이 전환한 지 이미 오래다.

또한 다른 치료법들과 비교해 많은 수의 임상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는 점과 유익-유해 비율(risk-benefit ratio)이 훨씬 유리하다. 2012년 이후 최신의 체계적 문헌고찰과 RCT 위주로 정리 발표된 모든 논문들에서 효과가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 ESI에 의한 증상의 호전은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과 과사용 그리고 알려진 심각한 수술 등에 의한 부작용들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 최근 대한통증학회가 ESI 가이드라인을 냈는데 그 배경은?
식약처 금지조치 이후 회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지난해 5월에 '경막외 블록시 스테로이드 사용 지침서'를 제작했다. 여기에는 대한통증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문헌 등을 참고해 스테로이드 사용량과 횟수, 간격 등이 언급돼 있다. 다만 국내 사용 허가 사항 (비입자성 스테로이 제제만 사용 가능)을 소개하고 사용 용량이나 횟수, 기간에 대해서는 보험제도의 제한으로 인해서 외국의 관련 학회 지침 등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 이번 고시경험을 계기로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우선 통증영역에서의 올바른 스테로이드 사용을 위해 현재  미국, 일본의 통증 치료 전문의들과 함께 세계통증학회(WIP) 산하 전 세계 회원을 대상으로 스테로이드 사용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용량, 종류, 횟수 등에 대한 임상적 사용 현황을 파악 정리해 지침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객관적 자료로 보건 행적 당국에 근거로 사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신경치료에 대해 제고해 볼 수 있도록 대한통증학회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임상현장에서의 신경치료 관련 합병증 사례를 최근 5년간 중심으로 연구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러한 연구 자료들이 통증 치료 전문의들이 시행하는 시술 난이도 평가와 상대가치 점수 산정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말은?
대한통증학회는 2014년 현재 회원수 4000명을 넘는 대표적 국내 통증치료의 전문가 집단이다. 이에 따라 임상현장을 충분한 반영한 학회 내 현장 전문가들의 완전한 동의를 기반으로 한 통증치료에 대한 신경치료 지침의 제작과 스테로이드 및 기타 통증 관련 약제(마약성 진통제 포함)에 대한 권고안들의 선도적 제작이 요구되고 있고 이미 학회내 수많은 전문가가 이에 대한 진행을 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 행정 당국에도 선진 보건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보건 행정 절차의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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