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장호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

조장호 가천대 길병원 교수.
조장호 가천대 길병원 교수.

[메디칼업저버 문윤희 기자]국내에서 식도암·폐암·위암 등 주요 고형암의 치료 수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면역항암제의 급여 공백으로 인한 환자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생존율이 낮고 진단 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은 식도편평세포암, 사망률 1위 암종인 폐암, 효과적 치료 옵션이 부족한 HER2 음성 위암 등에서는 임상 근거가 확립된 면역항암제의 조기 치료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테빔브라가 다수의 3상 임상에서 의미 있는 생존 연장 효과를 입증하고, 일부 적응증에서 급여까지 확보하면서 국내 면역항암제 치료 영역에 의미있는 파장을 던지고 있다. 

이처럼 면역항암제의 급여 확대의 필요성과 사회적·의료적 의미에 대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서 메디칼업저버는 조장호 가천의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면역항암제 테빔브라가 갖는 생존연장과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조 교수는 폐암과 위암, 두경부식도암 등 면역항암제 수요가 존재하는 다수의 영역을 돌보는 전문의로 현재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폐암분과 간사, 대한폐암학회 보험위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면역항암제가 도입된 이후, 진료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기존에는 30~40년 동안 세포독성 항암제만으로 치료해 왔고, 그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1년을 채 넘기지 못하는 4기 암환자 기준으로 보면 치료 성적이 미미하거나, 환자들이 치료 도중 부작용으로 인해 끝까지 항암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세포독성 항암제는 체력적으로 이미 약해진 환자에게 추가적인 독성을 주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단순히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긴 수준을 넘어, 기존 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훨씬 좋은 시너지를 보였다. 과거에는 10개월도 채 넘기기 어려웠던 환자들이 이제는 1년 이상 치료를 이어가는 사례가 많아졌고, 실제 임상에서도 치료 지속기간이 확연히 길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면역항암제가 단순한 대체제가 아니라, 식도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 실제 식도암 환자 치료 환경은 어떤가?

식도암 환자들이 다른 암종 환자보다 특히 힘든 이유는 ‘식사’가 어렵다는 점이다.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데, 식도암 환자는 진단 시점부터 음식 섭취에 큰 제한이 있다. ‘잘 먹고 체력을 유지해야 항암치료를 견딜 수 있다’는 일반적인 개념이 식도암에서는 사실상 적용되기 어렵다.

또한 국내 식도암의 90% 이상은 편평상피암으로, 주된 원인이 음주와 흡연이다. 환자 대부분이 헤비 드링커이자 흡연자이며, 독거 생활을 하는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치료 이전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면역항암제 도입 이후에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반응이 매우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반면, 면역항암제는 한 번 반응이 나타나면 그 효과가 길게 유지된다는 특성이 있다. 식도암의 가장 큰 문제는 치료 지속 기간이 짧다는 점인데, 면역항암제를 통해 반응이 좋은 환자들은 생존 기간이 유의미하게 길어졌다. 이 점이 면역항암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면역항암제는 환자 간 치료 반응의 편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같은 식도암이라 하더라도 암의 생물학적 특성이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환자에게는 기존 항암제나 면역항암제 모두 효과가 없지만, 어떤 환자는 짧은 기간 내에도 뚜렷한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한 환자는 1년간 1차 항암치료 후 질병이 진행되어 테빔브라로 전환했는데, 두 차례 투여 후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이처럼 환자 개개인의 치료 반응 차이는 여전히 임상의로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향후 테빔브라가 1차 치료로 허가·급여된다면, 치료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현재 모든 식도암 환자가 2차 치료까지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전체 환자의 약 90%가 1차 치료를 받지만, 그중 10~20%만이 2차 치료로 넘어간다. 그 이유는 1차 치료 과정에서 질병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세포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신체 상태가 악화되어 다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환자들이 2차 치료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2차 치료에서만 급여가 적용되는 구조는 실질적으로 접근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면역항암제가 1차 치료 단계에서부터 급여가 적용된다면, 훨씬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RATIONALE306 연구를 포함한 여러 임상에서 병용요법이 단독요법보다 효과가 우수하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1차 치료에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임상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치료임을 알면서도 환자에게 권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

- 식도암에서 1차 치료 급여가 도입되기 위해 전반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기존의 면역항암제(펨브롤리주맙, 니볼루맙 등)은 약제를 사용하기 위해 PDL1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펨브롤리주맙 PDL1 발현 양성 CPS≥10, 니볼루맙 PDL1 발현 양성(≥1%))

문제는 아직 임상 현장에서 식도암에서는 PDL1 검사 진행이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폐암의 경우 진단과 동시에 PDL1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루틴화되어 있지만, 식도암에서는 아직 진단 후 PDL1 검사가 표준처럼 자리 잡지 못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검사를 의뢰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주 정도가 걸리며, 그 사이 환자는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식도암 환자들은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시간적 지연은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치명적이다.

테빔브라는 이러한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되어 있어, 검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진단 후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치료 시작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이며, 치료 기회를 놓칠 수 있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 테빔브라의 적응증이 폐암, 위암, 식도암 등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확장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테빔브라의 적응증이 여러 암종으로 확대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폐암의 경우 이미 기존 치료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면역항암제의 선택은 단순한 데이터뿐 아니라 의사가 실제로 사용하며 축적한 경험과 익숙한 치료 패턴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정 약제가 장기간 사용되면서 부작용 관리나 병용 패턴이 확립된 경우 더욱 그러하다.

- 위암 영역에서의 테빔브라 포지션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위암은 폐암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현재 니볼루맙이 CPS 5 이상 환자를 중심으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PD-L1 음성 또는 CPS 5 미만 환자군에서는 뚜렷한 치료 대안이 부족하다. 테빔브라는 이러한 미충족 영역에서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회사에서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지원은 초기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으로서 위암 환자군에서도 충분히 활용 가치가 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FGFR2 억제제, 졸베툭시맙(zolbetuximab) 등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위암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어떻게 병용하거나 순차적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임상적 논의와 연구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 테빔브라의 강점이나, 현장에서 느낀 차별적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전이나 효과측면에서 기존의 면역항암제들과 동등한 수준이면서 동시에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프로그램 등 환자 중심의 지원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다. 또한 다른 면역항암제 대비 합리적인 약가를 제시하고 있어, 급여 도입 논의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본다.

- 반대로 아쉬운 점이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가?

효과나 안전성 측면에서는 특별히 아쉬운 부분은 없다. 다만 후발주자로 출시된 만큼, 임상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표준치료 영역에 집중되어 있지만, 향후에는 면역항암제 재투여(re-challenge)나 희귀 암종(subgroup) 등 아직 데이터가 부족한 영역에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부 환자들은 면역항암제를 한 번 사용했다가 중단 후 다시 투여했을 때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례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어떤 환자군이 다시 반응할 수 있는지 세분화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임상적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 정부의 급여 정책과 관련해 학회 차원의 논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학회에서는 꾸준히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폐암에서 면역항암제가 처음 급여로 인정되기까지도 당시에는 쉽지 않았다. 고가 약제를 보험 재정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큰 고민이었고, 결정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폐암과 위암에서의 경험이 이미 충분히 쌓여 있고, 1차 치료 효과도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식도암에서는 그때보다 빠를 것으로 본다. 데이터도 명확하고 1차 치료가 훨씬 더 좋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조만간 급여가 되기를 희망한다.

- 마지막으로, 테빔브라와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재는 병용요법으로 급여 사용 가능한 면역항암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테빔브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서 선택의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테빔브라는 여러 암종에서 좋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환자 중심으로 현실적인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치료 기회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 종양내과에서는 좋은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약가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 테빔브라는 이러한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약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다양한 제도적 지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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