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 1일 개최
기능성 HDL 중요해졌으나 기능 높이는 약제 연구 결과 실망적
정재훈 교수 "LDL-콜레스테롤 관리가 여전히 최우선 목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콜레스테롤 관리 패러다임이 양을 늘리는 것에서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기 위한 표적으로 다시금 주목받긴 어려워 보인다.
HDL-콜레스테롤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약제 임상연구가 아직 긍정적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여전히 LDL-콜레스테롤 관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대 일산병원 정재훈 교수(심장내과)는 1일 세종대 대양AI센터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HDL 콜레스테롤, 다시 주목받을 때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HDL-C와 심혈관질환, 전통적 위험인자와 다른 연관성 보여
HDL-콜레스테롤이 좋은 콜레스테롤로 여겨지면서 과거에는 양을 늘리기 위한 약물 개발이 활기를 띠었다.
대표적 약물이 니아신과 CETP 억제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들 약제는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
게다가 ABCA1, LCAT, APOA1, SR-B1 등 유전자 변이로 인해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환자군도 심혈관 예후가 달라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는 "역학모델 연구와 달리 유전자 변이로 인해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 대상 연구에서 심혈관 예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하게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문제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HDL-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 간 선형관계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JAHA에 실린 6개 지역 기반 코호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관상동맥심질환 발생률이 크게 줄지 않았다. 또 HDL-콜레스테롤 수치 증가에 따라 관상동맥심질환 위험이 감소하다가 남성 90mg/dL 이상, 여성 75mg/dL 이상에서는 위험 감소가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2017년 발표된 일반인 대상의 Copenhagen City Heart Study에서는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암으로 인한 사망 등 위험이 감소하다가 다시 높아지는 U자형 관계가 관찰됐다.
이 같은 결과는 HDL-콜레스테롤과 심혈관질환 간 관계가 전통적인 위험인자와 다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시사했다.
기능성 HDL, 콜레스테롤 역수송 역할해 염증 줄이면서 항혈전 효과 보여
이에 학계에서는 HDL-콜레스테롤 양보단 기능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능성(functional) HDL은 잉여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배설시키는 '콜레스테롤 역수송' 역할을 잘하고 염증을 줄이면서 항혈전 효과를 보인다. 기능부전(dysfunctional) HDL은 콜레스테롤 역수송 기능을 저하시키고 염증을 조절할 수 없으며 혈전 위험을 높인다.
2014년 발표된 미국 댈러스 심장 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건강한 성인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위험은 HDL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 없었지만, 콜레스테롤 역수송 과정의 시작인 유출능(efflux capacity)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게다가 EPIC-Norfolk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 유출능에 따라 사분위수로 나눠서 분석했을 때도 가장 좋은 군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HDL 콜레스테롤의 콜레스테롤 역수송 역할은 HDL을 구성하는 ApoA-I(Apolipoprotein A-I) 활성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기반으로 이탈리아 지역에서 확인된 ApoA-I 돌연변이인 ApoA-I Milano가 있는 환자를 분석한 결과,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건강한 성인보다 절반 이상 낮았지만 경동맥 내중막 두께(cIMT) 차이는 없었다.
또 동물모델에서는 ApoA-I 돌연변이가 있는 군이 없는 군보다 콜레스테롤 역수송 잠재력이 더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HDL-콜레스테롤 수치만으로 동맥경화 발생을 판단할 수 없으며, 수치보다 기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콜레스테롤 역수송 개선 타깃 치료제 성적 기대에 못 미쳐
"HDL-콜레스테롤 생리적 기능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 이뤄지고 있어"
그러나 콜레스테롤 역수송 개선을 타깃해 개발 중이던 치료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고했다.
재조합 ApoA-I 밀라노/인지질 복합체인 ETC-216 투약 시 경동맥 내 죽상경화반 용적 변화를 조사한 결과, 위약 대비 감소하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후속약물인 재조합 ApoA-I 밀라노인 MDCO-216는 MILANO-PILOT 임상2상에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죽종 퇴행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ApoA-I인 CSL112은 임상3상에서 약 1만 8200명을 대상으로 급성 심근경색 후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 감소 효과를 조사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는 "콜레스테롤 역수송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poA-I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HDL-콜레스테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패러다임이 바뀌었지만, 기능을 높이는 약제들의 임상연구 결과는 실망스럽다. 다만,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HDL-콜레스테롤의 생리적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아직은 HDL-콜레스테롤보단 LDL-콜레스테롤 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CETP 억제제였던 아나세트라핍은 유일하게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를 보였지만, 이는 LDL-콜레스테롤을 약 40% 낮췄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LDL-콜레스테롤 관리가 여전히 최우선 목표다. HDL-콜레스테롤은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