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억제제 신장보호 효과 입증한 임상연구에서 ADPKD 환자 제외
후향적 연구 결과, ADPKD 치료 혜택 가능성 시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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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SGLT-2 억제제가 치료제가 하나뿐인 상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ADPKD)의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항당뇨병제로 개발됐던 SGLT-2 억제제는 심혈관질환에 이어 신장질환에서도 중요한 치료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SGLT-2 억제제의 만성 콩팥병 환자 대상 임상연구에서 유전성 신장질환인 ADPKD 환자는 제외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ADPKD 환자에게도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으며, 근거 부족 및 잠재적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후향적 연구에서는 SGLT-2 억제제를 ADPKD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ADPKD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무작위 연구도 시작됐다.

ADPKD 치료 금기인 이유, 무작위 연구가 없기 때문

만성 콩팥병 환자 대상 SGLT-2 억제제 임상연구에서 ADPKD 환자가 제외된 이유 중 하나는 SGLT-2 억제제가 신장의 낭종 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GLT-2 억제제는 요당 배설, 나트륨 이뇨, 포도당에 의한 삼투성 이뇨를 유도해 바소프레신 분비를 자극할 수 있다. 바소프레신은 낭종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다. 

또 ADPKD의 유일한 치료제인 톨밥탄과 SGLT-2 억제제를 병용하면 체액량이 감소해 이에 따라 바소프레신이 추가 분비되면서 질병 진행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SGLT-2 억제제가 ADPKD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구체 과여과는 ADPKD 진행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졌는데, SGLT-2 억제제는 세뇨관-사구체 되먹임을 활성화해 사구체 과여과를 조절할 수 있다.

아울러 SGLT-2 억제제는 세뇨관 내 포도당 흡수를 줄여, 낭종 상피세포의 대사 및 호기성 해당작용에 의존하는 방식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 함께 SGLT-2 억제제는 혈중 케톤 수치를 완만하게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ADPKD의 신장보호 효과를 유도할 수도 있다.

전남대병원 배은희 교수(신장내과)는 "SGLT-2 억제제가 ADPKD 치료에 금기이지만, 이는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무작위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아직 ADPKD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을지 평가한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진료현장에서는 단백뇨 양이 많은 ADPKD 환자에게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향적 연구 결과, eGFR 기울기 감소 완화해 질병 진행 지연될 수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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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SGLT-2 억제제가 ADPKD 환자에게 잠재적 혜택이 있음을 시사하는 후향적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미국국립신장재단 학술대회에서는 미국 재향군인 중 ADPKD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복용에 따른 장기간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변화를 조사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에는 2017년 1월~2023년 5월 SGLT-2 억제제를 복용했으며 ADPKD 진단코드가 있는 환자 348명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SGLT-2 억제제 시작 전 90일 동안 eGFR 기울기는 -0.77mL/min/1.73㎡ 감소했고, 치료 시작 이후 3개월 동안에는 -2.89mL/min/1.73㎡ 줄어 치료 이후 eGFR이 크게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3~12개월 동안 eGFR 기울기는 -0.18mL/min/1.73㎡ 줄어, 시간이 지나면서 eGFR 기울기 감소가 완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DPP-4 억제제와 비교해 SGLT-2 억제제 치료 시 eGFR 기울기가 첫 3개월 동안 빠르게 감소했을지라도 3~12개월에는 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톨밥탄을 복용 중인 ADPKD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부가 효과를 평가한 오픈라벨 무작위 연구에서도 질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Kidney International Reports 4월호에 실린 이번 연구는 일본에서 톨밥탄을 복용 중인 ADPKD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포시가 치료에 따른 eGFR 기울기와 총 신장부피 변화를 평가했다. 전체 환자군은 그룹1과 그룹2로 무작위 분류돼, 각각 포시가 10mg 복용하는 기간과 투약하지 않는 기간을 6개월 가진 이후 치료전략을 바꿔 추가로 6개월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크레아티닌과 시스타틴C를 모두 활용해 사구체여과율을 추정하는 eGFRcr-cys와 eGFRcys 기울기는 포시가 치료기간에 더 서서히 감소했다. eGFRcr 기울기도 비치료기간 대비 포시가 치료기간에 중등도 수준의 완만한 변화가 확인됐다. 다만 포시가 치료기간에 신장부피가 증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포시가가 톨밥탄의 내약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ADPKD 진행을 완화하는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한 첫 무작위 연구"라며 "톨밥탄을 복용하는 ADPKD 환자를 대상으로 포시가 효과를 확인하는 대규모 장기간 추적관찰 무작위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디앙 안전성 평가하는 EMPA-PKD 진행 중

이런 가운데 독일에서는 ADPKD 환자를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EMPA-PKD 연구가 지난해 시작됐다. 

ADPKD 환자 44명을 모집해 자디앙 10mg 또는 위약을 18개월 투약 시 낭성 신장 성장 진행과 총 신장부피, eGFR 등 변화를 평가한다. 톨밥탄 병용 여부에 따라 자디앙의 안전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2027년 5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ADPKD 환자에서 자디앙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한 예비 무작위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eGFR이 30~90mL/min/1.73㎡인 ADPKD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12개월 동안 1차 목표점으로 내약성을 조사한다. 

"톨밥탄 사용 어려운 ADPKD 환자 위한 치료제 될 수도"

앞으로 발표되는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학계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신장 과부하를 줄여 ADPKD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톨밥탄을 투약하기 어려운 ADPKD 환자에게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강동경희대병원 문주영 교수(신장내과)는 "혈역학적 변화로 인해 신장이 손상돼 기능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진 상태에서 SGLT-2 억제제는 남아있는 신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ADPKD는 톨밥탄 외 다른 치료제가 없다. SGLT-2 억제제는 신장 과부하를 줄이고 신장보호 효과를 보여 ADPKD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톨밥탄은 eGFR이 90mL/min/1.73㎡ 미만이고 미국 메이오클리닉 분류 C 등급 이상인 진행 위험이 높은 ADPKD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적응증이 정해졌다"면서 "하지만 ADPKD 환자 중 낭종이 많음에도 C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가 상당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SGLT-2 억제제 임상연구가 이뤄진다면, SGLT-2 억제제를 톨밥탄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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