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극미숙아에서 부데소니드+폐 계면활성제 유효성 분석
기관지폐이형성증 및 사망 위험 못 낮춰···장기 연구 필요성 대두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미숙아에게 부데소니드와 폐 계면활성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 기관지폐이형성증(BPD) 및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개됐던 소규모 연구와는 상반되는 결과로, 부데소니드가 미숙아에서 기관지폐이형성증 예방 효과 입증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임상연구가 실패함에 따라 현재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기관지폐이형성증 환자에게는 여전히 대증치료만이 선택지로 남게 됐다.
부데소니드, 미숙아에서 BPD 및 사망 위험 낮추는 데 실패
미국 앨라배마대 Namasivayam Ambalavanan 박사 연구팀은 극미숙아로 태어난 29주 미만 조산아에서 부데소니드+폐 계면활성제 기관 내 투여가 기관지폐이형성증 발생이나 출생 후 36주차까지의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확인하는 BiB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극미숙아에서 기관지폐이형성증 발생이나 사망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이뤄졌다. 앞서 여러 건의 소규모 무작위 임상연구에서는 부데소니드+폐 계면활성제 투여 시 폐 계면활성제 단독 투여 대비 기관지폐이형성증 및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극미숙아에게 부데소니드 0.25mg/kg과 폐 계면활성제를 기관 내 병용 투여했을 때 이런 위험이 감소하는지 살피고자 다기관, 무작위, 이중 맹검 방식의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미국 신생아 연구 네트워크에 소속된 17개 센터에서 이뤄졌다.
연구 대상은 임신 22~28주에 태어났거나 출생 시 체중이 401~1000g인 미숙아 중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폐 계면활성제를 투여받은 경우로 한정했다.
연구팀은 아이들을 출생 후 50시간 내 기관 내 삽관 튜브를 통해 부데소니드+포락탄트 알파를 병용 투여하는 군(병용군) 혹은 포락탄트 알파를 단독 투여하는 군(단독군)에 1:1 무작위 배정했다.
1차 목표점은 기관지폐이형성증 발생 혹은 36주차까지의 사망률로 정해졌다.
해당 연구는 총 1160명의 미숙아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55.3%(641명)가 등록됐을 때 중단됐다. 중간 분석 결과, 해당 시점에서 이미 사전 지정한 무용성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연구 중단 시점에서 병용군의 기관지폐이형성증 혹은 사망률은 68.5%로 단독군(67.9%) 대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aRR 1.00; 95% CI 0.90~1.11).
또 36주차까지 생존한 미숙아에서도 병용군 사망률은 15.3%를 기록해 단독군(13.2%) 대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aRR 1.13; 95% CI 0.78~1.64). 기관지폐이형성증 발생률 측면에서도 병용군 62.9%와 단독군 63.0%로 의미 없는 차이만 보였다(aRR 0.99; 95% CI 0.87~1.12).
아울러 병용군 66.7%에서 고혈당증이 보고돼 단독군(49.8%) 대비 위험이 1.33배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aRR 1.33; 95% CI 1.17~1.51).
연구를 진행한 Ambalavanan 박사는 "극미숙아에게 부데소니드+포락탄트 알파를 투여해도 기관지폐이형성증이나 사망 위험을 낮추지 못했다"며 "폐 계면활성제 단독 투여와 비교해도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JAMA Network 9월 3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BPD 환아, 성인 될 때까지 장기 추적관찰 필요성도
학계에서는 이번 실패가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23개 병원에서 이뤄진 유사한 임상연구에서도 부데소니드의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최창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에서 연이어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해 유효성이 없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며 "기관지폐이형성증은 각종 손상으로 인해 염증 반응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염증을 줄이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부데소니드를 장기간 처방해도 유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단일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가 이뤄진 바 있지만 역시 부데소니드의 유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기관지폐이형성증에서 부데소니드 처방은 힘을 얻지 못할 전망이다. 그러나 기관지폐이형성증은 아직까지 개발된 치료제가 없어 대증치료가 유일한 방안이다.
최 교수는 "미숙아에서 호흡곤란증후군을 치료하다 보면 기관지폐이형성증은 흔히 나타난다. 28주 미만 미숙아라면 거의 다 생긴다고 봐야 한다"며 "뚜렷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출생 후 폐를 보호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기관 내 삽관 비율을 낮추고 양압기 등 비침습적인 치료에 집중하고자 하는 경향도 보고된다. 고위험군 미숙아의 경우 전신 스테로이드를 처방하지만, 이 역시도 일부 케이스에 한해 저용량을 정맥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 교수는 "36주차에 양압기나 산소 공급이 필요하면 중등증,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거나 삽관이 진행 중이면 중증"이라며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사망률도 높을 뿐 아니라 신경학적인 문제나 발달 지연 등 합병증까지 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런 아이들이 RSV에 감염되면 예후가 굉장히 나빠 RSV 항체 예방주사가 필요하다"며 "기관지폐이형성증 환아의 경우 건강한 아이 대비 24개월까지 2회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기관지폐이형성증 환아를 포함한 코호트 연구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6개 병원이 참여해 28주 미만 미숙아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관찰을 통해 질병 경과를 살필 계획이다.
최 교수는 "미숙아는 꼭 호흡기질환이 아니어도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기관지폐이형성증 환아라면 3~4살과 7~8살에 폐기능검사를 진행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폐기능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슨 어려움을 겪는지 규명한 연구가 아직 없다.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