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홍 교수, “빌베이, 희귀난치질환 신속 진입 제도의 첫 모델” 평가
오석희 교수, “간 이식 외 대안 없었던 ‘PFIC’ 패러다임 전환”
의료진 “희귀난치질환, 치료 효과 높이기 위한 환경 개선 필요” 입모아
[메디칼업저버 문윤희 기자]희귀난치질환치료제의 조속한 급여 진입을 위해 시행 중인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을 조속히 제도화해 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극희귀질환 중 하나인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Progressive Familial Intrahepatic Cholestasis, 이하 PFIC)’ 치료제 빌베이(성분 오데빅시바트)가 급여권 진입에 물고를 튼 만큼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빌베이는 보건당국이 신약의 신속한 급여 진입을 위해 마련한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1호 약물로, 지난해 8월 허가를 받은 지 1년 1개월 만인 이달 1일부터 급여 적용됐다.
고홍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17일 잠실 소피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빌베이 급여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빌베이는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1호 약물로 조속히 도입되어야 하는 희귀난치질환 분야 치료제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고 교수는 “시범사업으로 약제 급여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뛰어들어 일하다 보니 식약처의 허가 과정과 심평원과의 논의 과정에서 의견 충돌도 많고 고충도 많았다”면서 “거의 2년에 걸쳐 논의를 진행하며 많이 지쳤지만 지고 싶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쓰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 (논의를)끌고 갔다”고 밝혔다.
그는 “항암제와 달리 희귀질환은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가 명확하지 않아 같은 잣대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여서 (근거 입증에)많은 수정 과정이 필요했다”면서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홍 교수는 이날 희귀난치질환 관련 제도 개선 방안으로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 접근성 개선 ▲신약 개발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지원 확대 ▲치료제 허가 전 단계 전문가 참여 등을 제시했다.
서지현 경상국립대병원 교수도 “건강보험심평원의 신약 급여 적용 기준이 다소 이론적인 수치에 치우쳐진 측면이 있다”면서 “신약의 급여 여부를 심사할 때 임상시험 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아시아 최초 ‘빌베이’ 급여 적용”…치료 환경 개선
그동안 PFIC 치료는 간이식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빌베이의 등장으로 간이식 없이 약물 치료가 가능해 졌다.
오석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PFIC 치료에서 가장 좋은 정답은 간이식을 피하는 것”이라면서 “간이식은 평균 10% 이상의 실패율과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동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치료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빌베이는 간 이식 없이 환자를 지켜낼 수 있는 특별한 대안으로, PFIC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온 약물”이라면서 "이식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길인지 아는 의사의 입장에서, 빌베이는 매우 희망적인 약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 교수는 또 “이후 도입되는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에도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이 조속히 제도화돼 환아들의 치료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홍 교수는 "빌베이는 PFIC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가려움증 완화, 간 수치 개선 등 임상적 반응이 확인되고 있으며, 향후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지현 교수는 "소아소화기영양학회 역시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내 희귀 간질환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빌베이 도입은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새로운 치료의 지평을 연 뜻좋은 성과"라고 밝혔다.
PFIC은 대부분 소아기에 발병하며, 극심한 가려움증과 성장 장애, 간부전 등을 유발하는 유전성 희귀 질환이다. 환자와 가족은 수면 부족, 학업 중단, 사회적 고립 등 일상 전반에 걸친 고통을 겪는다.
최근 ‘빌베이’는 PFIC 외에도 알라질 증후군(Alagille Syndrome)에 대해서도 식약처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입센코리아는 해당 적응증에 대한 국내 허가 및 급여 확대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치료제 ‘아이커보(Iqirvo)’의 국내 출시도 준비 중이다. ‘아이커보’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옵션으로, 현재 국내 허가를 완료하고 급여 적용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양미선 입센코리아 대표는 “희귀 간질환은 질환 자체의 복잡성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부족, 치료 접근성의 제약 등 다층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며 “입센은 치료제 공급을 넘어, 환자들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