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진료 중 18%는 의과진료...일반의 중심 '청구용' 고용 목적 우려
교차고용 기준의 확립 및 엄격한 심사 절차 도입과 모니터링 강화 필요

이미지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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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최근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의한방 협진의 비중과 방향성은 제도 본래 취지와 괴리된 상업적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교차고용'이 협진을 위한 보완적 도구가 아닌, 진료 수익 확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병의협에 따르면, 의한방 교차고용은 상호보완적 진료를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의학과 한의학의 전문성을 결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러나 실제 운영 양상은 제도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병원급 이상의 한방병원이 의사를 고용해 의과 진료를 병행하거나, 요양병원이 한의사를 고용해 일정 부분 한방진료를 병행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협진보다는 보험급여 항목 확대와 진료비 수익 증가가 주요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의한 협진 시범사업에서 의사가 한의사에게 협진을 의뢰한 비율은 1.67%에 불과한 반면, 한의사가 의사에게 의뢰한 비율은 98.33%에 달한다. 이는 협진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과 진료 비중 상승…진료의 실질은 '불분명'

최근 3년간 한방병원의 건강보험 의과 진료 청구 실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22년 한방병원 총 건강보험 진료비 5739억 원 중 의과 진료는 1034억 원으로 약 18%에 달했으며, 2023년과 2024년도 각각 1262억 원, 1483억 원을 기록해 여전히 18%를 유지하고 있다.

병의협은 "비율은 동일하지만, 전체 진료비 증가에 따라 의과 진료비 역시 절대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이는 한방병원이 의사를 통해 건강보험 청구 항목을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의과 비급여 진료 규모나 의과 진료를 통해 추가로 환자가 유인되는 영향 등을 감안했을 때, 실제 한방병원에서 의과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클 것이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2022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한방병원이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한 총 진료비는 3조 1487억 원이며, 이 중 의과 진료는 3073억 원으로 약 9.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진료 내용은 주로 염좌(S13, S33), 두부손상(S06), 어깨 및 무릎 염좌(S43, S83) 등 경증 상병에 집중되어 있다. 중증 질환에 대한 의과 개입은 제한적이며, 급성기보다는 장기 재활·요양 중심 진료가 대부분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의 중심 '청구용' 의사 고용 의심…의료기관 내 한방진료 실적 낮아

한방병원 내 의사 고용 구성도 이 같은 방향성과 일치한다. 2022년 한방병원에서 근무한 의사 559명 중 전문의는 428명, 일반의는 131명이었으나, 2025년에는 전체 636명 중 전문의는 427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일반의는 209명으로 약 60% 증가했다.

특히 일반의 채용이 대폭 증가한 것은, 진료 전문성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 구조와 진료 명의 확보 중심의 고용 전략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실제 일부 현장에서는 "의료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진료 개입 없이 처방전 서명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한의사가 의료기관에 고용되어 시행한 한방진료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2022년 건강보험 진료비 대비 한방 진료 비중은 0.28%, 2023년 0.32%, 2024년 0.38%로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0.5%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한방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진료 범위의 확대나 구조적 확장은 뚜렷하지 않다. 자동차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22년~2025년 4월까지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청구금액은 약 2조 6390억 원이며, 이 중 한방진료는 393억 원(1.5%)에 그쳤다.

병의협은 "한방병원에서 의과 진료가 수익 구조상 핵심 역할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라며 "양방에서의 협진 확대보다는 한방 중심의 의과 진료 활용이 실제 현장의 구조로 굳어졌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병의협은△교차고용 기준의 명확화 및 엄격한 심사 절차 도입 △진료 실질성 평가 체계 마련(예: 진료 개입율, 상병구성 분석 등) △건강보험·자동차보험의 의과 진료 청구 모니터링 강화 △협진 목적의 인력 운영과 단순 명의용 고용 구분 기준 마련 등을 제언했다.

병의협은 "협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적 하에 인력이 운용되어야 한다"며 "단순 진료비 청구 수단으로의 고용은 제도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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