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증량군 대비 조기 병용군에서 당화혈색소 유의하게 감소
엄격한 혈당 조절 필요한 젊은 환자군에서 유효한 가능성 제시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경구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에서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존)+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을 포함한 조기 4제 요법이 기존 치료법 대비 혈당 관리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 김소라 교수(내분비내과)는 15~1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5)에서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를 병용한 조절되지 않는 2형 당뇨병에서 조기 처방한 듀비에+자디앙 등 4제 요법 유효성과 지속성'을 주제로 초록 발표를 진행했다.
병용요법 치료 시 당뇨병에서 고혈당 위험 50% 감소
당뇨병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B세포 기능 장애가 미치는 영향은 환자별로 크게 차이를 보이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른 질병 진행 수준 역시 환자마다 다르게 보고된다.
당뇨병의 복합적인 발병 기전은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단독요법 치료는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조기에 병용요법을 실시하면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 조절과 B세포 기능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로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서 조기에 4제 병용요법을 적용했을 때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다"며 "이는 3제에서 4제로 약제를 늘리는 기존 치료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빌다글립틴 조기 치료 효과를 분석한 VERIFY 연구에 따르면, 2년 내 당뇨병 진단을 받고 당화혈색소 6.5~7.5% 이상인 환자에서 메트포르민+빌다글립틴군 치료 실패율은 43.6%를 기록해 메트포르민+위약군(62.1%) 대비 위험이 49% 낮았다(HR 0.51; 95% CI 0.45~0.58; P<0.0001).
김 교수는 "당뇨병에서 조기에 병용요법을 적용한 경우, 단계적 치료 대비 고혈당으로 진행할 위험이 절반가량 줄었다"고 부연했다.
또 DISCOVER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2차 약제로 전환하면서 치료가 지연될 경우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약제 전환 시점에 당화혈색소가 8% 이상인 환자가 절반을 넘겼고, 9% 이상인 경우도 약 30%에 달했다. 이는 당뇨병에서 조기 개입이 혈당 조절 등 질병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듀비에+자디앙 등 조기 치료 시 당화혈색소 감소 효과
김 교수 연구팀은 19~74세 당뇨병 환자 중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를 12주 이상 병용하고 선별검사 결과 당화혈색소 7.0~8.5%로 나타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은 듀비에(0.5mg)+자디앙(25mg)을 투약하는 조기 4제 병용요법군(EQC, 조기 개입군) 혹은 듀비에나 자디앙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단계적 증량군(SE)에 무작위 배정됐다.
여기에 14주차부터 당화혈색소 수치가 7.0% 이상인 단계적 증량군에게는 추가 치료를 시행했다. 듀비에를 처음 투약한 환자군(듀비에군)에는 자디앙을, 자디앙을 처음 투약한 환자군(자디앙군)에는 듀비에를 추가했다.
1차 목표점은 112주차 혈당 조절 수준으로 정했고, 치료 실패 기준은 14주마다 진행한 추적관찰 방문에서 2회 연속으로 당화혈색소 7.0%를 초과한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조기 개입군(51명)과 듀비에군(56명), 자디앙군(51명)으로 환자를 무작위 배정한 후 분석을 진행했다.
김 교수는 "112주차 분석 결과 조기 개입군은 단계적 증량군 대비 당화혈색소가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HOMA-IR로 평가한 인슐린 저항성도 조기 개입군에서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112주차 당화혈색소 수준은 조기 개입군이 평균 7.47%에서 6.37%로 감소했고, 단계적 증량군은 7.47%에서 6.55%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P=0.031).
112주차 인슐린 저항성 역시 조기 개입군은 평균 7.06에서 1.88로 감소한 데 비해 단계적 증량군은 4.69에서 2.19로 감소하는 데 그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P=0.02).
체중 변화의 경우 조기 개입군은 78.1kg에서 76.6kg로 줄었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P=0.314). 다만 자디앙군은 72.4kg에서 69.6kg으로 의미 있는 감소세를 보였다(P<0.001).
아울러 제어 감쇠 매개변수(CAP)를 활용한 간 지방증 검사 결과 조기 개입군은 292.6dB/m에서 248.1dB/m로 감소했으나 단계적 증량군(282.8dB/m에서 238.3dB/m) 대비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P=0.999).
간 경직도 측정 검사(LSM)에서도 조기 개입군은 6.52kPa에서 4.83kPa로 측정값이 감소했으나 역시 단계적 증량군(6.08kPa에서 5.11kPa) 대비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P=0.319).
김 교수는 "4제 병용요법 조기 치료는 단계적 증량 요법 대비 2년간 혈당 조절과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더 뛰어났다"며 "부작용과 치료 실패율 측면에서는 두 접근법 간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결과는 엄격한 혈당 조절이 필요한 젊은 성인 환자에서 조기 병용요법 적용이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조기 개입군에서 저혈당을 제외하고 부작용이 1건 이상 발생한 비율은 29.4%(15명)를 기록해 듀비에군 37.5%(21명) 및 자디앙군 33.3(17명) 대비 낮았으나 통계적 유효성은 없었다(P=0.675).
다만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 부작용 발생률은 조기 개입군에서(1.96%) 더 낮았고(P=0.309), 심각한 부작용도 조기 개입군(3.92%)에서 듀비에군(1.79%) 및 자디앙군(7.84%) 대비 유의한 수준으로 낮았다(P=0.303).
한편 종근당은 듀비에를 비롯해 듀비메트(로베글리타존+메트포르민)와 듀비에에스(로베글리타존+시타글립틴), 듀비메트에스(로베글리타존+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 등 듀비에 패밀리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지난 4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듀비엠파(로베글리타존+엠파글리플로진)와 듀비엠폴(로베글리타존+엠파글리플로진+메트포르민)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등 맞춤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