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D 2025] ATG·올루미언트·베라파밀 활용 임상연구 결과 발표
C-펩타이드 농도 평가 결과, 베타세포 기능 보존 가능성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1형 당뇨병 진행을 막기 위한 치료제 발굴에 기존 약물을 다른 용도에 활용하는 전략인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이 주목받고 있다.
1형 당뇨병 진행을 막을 수 있을지 평가 중인 약물에는 면역억제제인 항흉선세포글로불린(ATG)과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칼슘채널차단제 베라파밀 등이 있다.
지난 15~19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5)에서 공개된 세 가지 약물의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약물은 베타세포 기능 보존 가능성을 시사했다.
MELD-ATG, ATG군과 위약군 C-펩타이드 농도 차이 나타나
ATG는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최소 유효 용량을 평가한 임상2상 MELD-ATG 연구에서 베타세포 기능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용량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발표와 동시에 The Lancet 9월 1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에는 영국, 덴마크, 독일, 핀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 8개국 14곳 의료기관에서 5~25세 1형 당뇨병 환자 117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치료 3~9주 전 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고 인슐린 생성에 관여하는 중요한 지표인 C-펩타이드 농도가 0.2nmol/L 이상이며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당뇨병 관련 자가항체(GADA, IA-2A, ZnT8)를 보유했다.
전체 환자군은 ATG 2.5mg/kg(33명), 1.5mg/kg(12명), 0.5mg/kg(35명), 0.1mg/kg(6명) 투약군 또는 위약군(31명)에 무작위 배정돼 2일 연속 정맥주입하는 방식으로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은 12개월째 2시간 혼합 식부하검사에 따른 C-펩타이드 농도의 곡선하면적(AUC)으로 정의했고, ln(AUC C-펩타이드 + 1)를 활용해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12개월째 평균 ln(AUC C-펩타이드 + 1)은 위약군이 분당 0.411nmol/L이었고, ATG 2.5mg/kg군은 분당 0.535nmol/L로 조사됐다. 두 군 간 ln(AUC C-펩타이드 + 1) 평균 차이는 분당 0.124nmol/L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95% CI 0.043~0.205; P=0.0028).
12개월째 중간 용량인 ATG 0.5mg/kg군의 평균 ln(AUC C-펩타이드 + 1)은 분당 0.513nmol/L였고, 등록 당시 수치를 보정한 위약군과의 평균 차이는 분당 0.102nmol/L로 확인됐다(P=0.014).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은 ATG 2.5 mg/kg군 11명(33%), 0.5mg/kg군 8명(24%)에게 발생했고, 위약군은 없었다. 혈청병은 ATG 2.5mg/kg군 27명(82%), 0.5mg/kg군 11명(32%)에게 확인됐고, 위약군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상반응 관련 사망자도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벨기에 루벤의대 Chantal Mathieu 교수는 "최근 1형 당뇨병이 발생한 젊은 환자에서 ATG 2.5mg/kg과 0.5mg/kg은 베타세포 기능 손실을 줄였다"며 "저렴하고 약물 재창출이 가능한 ATG가 낮고 안전한 용량으로 최근 발생한 1형 당뇨병을 개선하는 약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BANDIT, 올루미언트 중단 후 베타세포 기능 보존 효과 사라져
올루미언트는 100일 이내 1형 당뇨병을 진단 받은 10~30세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한 BANDIT 연구에서 48주째 확인한 베타세포 기능 보존 효과가 치료 중단 시 사라진다는것을 확인했다.
연구에서 전체 환자군은 올루미언트 1일 4mg 복용군(올루미언트군, 60명)과 위약군(31명)에 무작위 배정됐다. 2023년 공개된 결과에 따르면, 1차 목표점인 48주 차에 2시간 혼합식 부하검사 동안 AUC로 평가한 C-펩타이드 농도는 올루미언트군 분당 0.65nmol/L, 위약군 0.43nmol/L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P=0.001).
치료 중단 후 C-펩타이드 농도는 72주째 올루미언트군 분당 0.49nmol/L, 위약군 0.36nmol/L로 감소했고, 96주차에는 각각 0.37nmol/L와 0.26nmol/L로 줄었다. 치료 중단 이후 C-펩타이드 농도 감소는 인슐린 치료 용량 증가와 관련됐으며, 이는 72주째와 96주째에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추적관찰 동안 추가적인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호주 세인트빈센트 의학연구소 Michaela Waibel 박사는 "1형 당뇨병 환자의 베타세포 기능 보존에 유망하다고 보고되는 약물 중 올루미언트는 경구로 복용 가능하며 소아를 포함한 모든 환자에게서 좋은 내약성과 뚜렷한 효능을 보였다"며 "이번 연구는 올루미언트 치료 중단 시 효과가 사라짐을 보고한 기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향후 1형 당뇨병 3단계뿐 아니라 2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올루미언트의 예방 효과를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Ver-A-T1D, 베라파밀군 1차 목표점 달성 실패 이유는 위약군 때문?
앞선 약물들과 달리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베라파밀은 Ver-A-T1D 연구에서 C-펩타이드 농도의 AUC로 정의한 1차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유의한 결과를 얻기엔 위약군의 C-펩타이드 농도 변화가 더디게 나타나, 임상적으로 중요한 최소 차이를 검출하기 위한 검정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베라파밀은 설치류 대상 연구에서 베타세포 결핍과 관련된 세포 산화환원 조절자인 TXNIP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된 약물이다. 또 사람 대상 연구에서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Ver-A-T1D 연구는 최근 1형 당뇨병이 발생한 18~45세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다기관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로 진행됐다. 전체 환자군은 베라파밀 경구용 서방형 제제를 120~360mg 용량으로 조절해 1일 1회 복용한 군(베라파밀군, 90명)과 위약군(46명)에 무작위 배정돼 12개월 동안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으로 정의한 2시간 혼합 식부하검사에 따른 C-펩타이드 AUC는 3, 6, 9, 12개월째에 베라파밀군과 위약군 간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차 목표점과 2차 목표점 그리고 계획서 순응 분석(PP)에서 위약군 대비 베라파밀군의 치료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경향성이 관찰됐다. 이에 연구팀은 추적관찰을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연구를 진행한 오스트리아 그라츠의대 Thomas R. Pieber 교수는 "베라파밀은 면역억제 효과가 없고 베타세포 보호 효과가 있으며 저렴하다. 면역조절 치료와 병용하기 쉽다"며 "이번 연구에서 위약군의 C-펩타이드 농도 감소가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나 임상적으로 중요한 최소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는 24개월까지 지속되며, 이후 Ver-A-Long 오픈라벨 연장연구를 통해 3년간 추적관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