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구팀, 노인 환자에 케타민 처방한 13개 연구 후향적 분석
비강 및 정맥투여 대비 피하 및 경구 투약은 추가 근거 필요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60세 이상 고령 우울증 환자에서 케타민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비강을 통해 흡입하는 형태나 정맥투여(IV) 제형은 항우울 효과 근거가 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노인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연구 필요성도 제기된다. 다른 연령대 환자와는 다른 노인 환자만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헌 분석 결과 케타민의 잠재적 치료 효과 확인
케타민은 중증 우울증이나 주요우울장애(MDD) 치료제로 폭넓게 쓰이지만 노인 환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노인 우울증의 12개월 유병률이 5.4%에 달하고, 삶의 질 저하나 기능 장애,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노인 우울증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반질환 유무나 기존 복용하는 약물의 다양성, 연령 상승에 따른 약력학적, 약동학적 변화 등이 고려돼야 한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노인 우울증에 있어 다양한 치료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캐나다 유니버시티 헬스 네트워크 Ronesh Sukhdeo 박사 연구팀은 노년기 우울증 환자에서 케타민 사용에 대한 최신 근거를 확립하기 위한 체계적 분헌 고찰을 실시했다.
이를 위해 PubMed, EMBASE, PsycINFO에서 60세 이상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데이터를 수집했다. 분석에는 총 13개 연구에서 환자 757명의 데이터가 활용됐다.
연구별 케타민 투여 유형은 비강 내 투여(5개)가 가장 많았고 △정맥투여(4개) △피하투여(SC, 1개) △경구 투약(1개) △기타 전문의약품과 결합해 투여(2개) 등이었다.
보편적인 환자 제외 기준은 정신질환이나 약물 사용 합병증, 자살 위험 증가, 심혈관질환, 치매 등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케타민은 잠재적인 항우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신뢰할 수 있는 근거 대부분은 케타민을 비강 및 정맥투여했을 때 확보됐다.
대규모로 진행한 TRANSFORM-3 연구에서는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경향성이 보고됐지만, 이는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4주 간격의 투여 기간이나 최적화되지 못한 복용량이 보다 지연된 치료 반응을 파악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비강 투여하는 케타민 효과를 평가한 SUSTAIN-2/3 연구에서는 최대 160주간 지속되는 장기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정맥투여하는 케타민은 여러 연구에서 항우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0세 미만 젊은 환자군과 비슷한 수준의 치료 반응이나 증상 완화율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65세 이상 우울증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Oughli 박사 등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급성기 이후 케타민을 정맥투여한 환자에서 평균 MADRS 점수가 9.4점 감소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가 보고됐다(95% CI 6.46~12.32; P<0.01).
다만 피하투여하거나 경구 투약하는 경우, 또 다른 전문의약품에 대한 보조제로 케타민이 쓰이는 경우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으로 확인됐다.
George 박사 등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피하투여하는 케타민도 통계적으로 유효한 수준으로 증상을 완화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 결과 케타민을 투여한 군의 관해율은 68.8%로 나타났고 50%는 7일 이후에도 관해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Glue 박사 등의 연구에서는 65세 이상 환자에서 경구용 케타민을 투약했을 때 MADRS 점수가 평균 -0.1점 변화하는 데 그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05% CI -23.4~23.7). 이는 65세 미만 환자군(-6.9점) 대비 뒤떨어진 수치다.
부작용 측면에서 보면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고혈압, 해리 등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경도였고 일시적인 증상에 그쳤다. 이는 60세 미만 젊은 환자에서 보고된 결과와 일치한다.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전체에서 8% 미만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Oughli 박사 등의 연구에서 케타민과 함께 예방적으로 클로니딘을 사용하면 해리나 고혈압과 관련된 부작용이 감소된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런 예방적 치료 전략이 케타민의 내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노인 환자에서 젊은 환자에 비해 케타민 사용 후 방광염이나 간 독성이 증가하는 결과도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를 진행한 Sukhdeo 박사는 "이번 분석 결과는 노인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 필요성을 보여준다"며 "하위 분석군에 노인 환자를 포함하고, 연구 대상으로도 75세 이상 고령 환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강이나 정맥투여하는 케타민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지만, 피하투여하는 케타민에서도 양호한 결과가 보고된 만큼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적절한 용량이나 클로니딘 같은 보조제, 노인 환자의 혈압 및 인지능력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맞춤형 전략을 세우면 케타민 치료 내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The American Journal of Geriatric Psychiatry 8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