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경구 옵션으로 존거티닙 가속승인
엔허투 단독 체제에서 옵션 다양화···순차치료 가능성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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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단독 체제였던 HER2 양성 비소세포폐암 분야가 환자 맞춤형 다중 치료옵션 시대로 전환된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HER2 타이로신 키나제 도메인(TKD) 활성 변이를 가진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베링거인겔하임 존거티닙을 가속 승인했다. 이로써 존거티닙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분야에서 처음으로 경구용 표적치료제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단일 옵션에서 다양화된 선택지···순차 치료 가능성도 ↑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2~4%를 차지하는 희귀한 아형으로, 2022년 엔허투가 FDA 허가를 획득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표적 치료옵션은 없었다.

엔허투는 임상2상 DESTINY-Lung01 연구의 HER2 변이 코호트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얻어냈다. 이 연구에서 엔허투는 질병조절률(DCR) 90.5%(95% CI 77.4~97.3), PFS 중앙값 14.0개월(95% CI 6.4~14.0)을 기록했다. 

다만, ADC의 고질적인 이상반응인 간질성 폐질환(ILD)은 고려사항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존거티닙이 임상1/1b상 Beamion LUNG-1 연구를 통해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임상1상에서는 20mg, 60mg, 120mg 용량 탐색 코호트의 내약성, 약동학(PK) 등을 평가했고, 1b상에서는 존거티닙의 최적 용량을 120mg으로 확정한 후 전신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연구의 주요 목표점은 객관적 반응률(ORR), 무진행생존(PFS), 반응기간(DoR), 안전성 등으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HER2 표적 치료 미경험군(n=71)에서 ORR 75%(95% CI 63-83%), HER2-ADC 이전 치료군(n=34)에서 ORR 44%(95% CI 29-61%)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뇌전이 환자에서의 활성이었다. 존거티닙은 뇌전이 평가가 가능한 환자의 41%에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뇌전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폐암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존거티닙이 이전에 엔허투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당 연구에서 이전에 엔허투로 치료를 받은 22명의 환자에서 ORR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ADC 치료 실패 후 구제요법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호 보완적 치료 구축

존거티닙의 등장으로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영역은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적 역할 분담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두 약물은 서로 다른 작용 기전과 특성을 가져 환자별로 최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엔허투는 높은 효과를 원하지만 정맥 접근과 간질성 폐질환 모니터링이 가능한 환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존거티닙은 간질성 폐질환 관리 부담을 해소한 만큼 외래 중심의 장기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할 수 있다. 실제로 존거티닙의 간질성 폐질환 발생률은 4%로, 대부분 1~2등급이었다. 

게다가 경구용인 만큼 복용 편의성을 중시하거나 외래 중심 치료를 선호하는 환자, 뇌전이가 있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 유리하다. 

특히 존거티닙의 Beamion LUNG-1 연구에서 엔허투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된 22명의 환자에서 41%의 반응률을 보인 만큼 두 약물은 서로 다른 내성 기전을 가져 순차척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쟁도 가속도

HER2 변이를 타깃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옵션 개발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우선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이름을 올린 존거티닙은 완전승인을 위한 확증 임상3상 Beamion LUNG-2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HER2 변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존거티닙과 표준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한다. 

경쟁 파이프라인도 활발하다.

우선 MSD의 투키사(성분명 투카티닙)는 HER2 양성 유방암에서 검증된 선택적 HER2 TKI로, 현재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의 병용요법으로 HER2 변이/증폭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바스켓 연구인 SGNTUC-019 연구를 진행 중이다. 투키사는 뇌전이에 대한 우수한 침투력으로 주목받고 있어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HLB의 파이로티닙이 주목을 받는다. 파이로티닙은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후 2차 치료 환경에서 ORR 19.2%, PFS 중앙값 5.6개월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아파티닙과의 병용요법을 평가한 PATHER2 연구에서 ORR과 PFS 중앙값은 각각 51.5%, 6.9개월이라는 인상적인 결과를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더 이상 치료옵션이 제한적인 희귀 변이가 아니다"라며 "여러 치료 전략을 체계적으로 적용해 치료할 수 있는 분자 아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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