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용철 교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용철 교수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용철 교수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상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ADPKD)은 신장에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물혹(낭종)이 생기며 점차 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필요로 하게 되는 대표적인 유전성 신장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약 9000명에서 1만 명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이 60세 이전에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이에 따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용철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ADPKD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전문가로, 톨밥탄(Tolvaptan) 치료와 ADPKD 치료의 현실 및 향후 과제에 대해 깊이 있는 견해를 밝혔다.

상염색체우성 다낭콩팥병(ADPKD)은 어떤 질환이며, 진단의 핵심은 무엇인가?

ADPKD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이다. 신장에 수많은 물혹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크기와 개수가 늘어나면서 신장 전체 부피가 증가하고 기능이 저하되는 병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60세 이전에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고, 문진과 영상검사(초음파, CT 등)를 통해 전형적인 낭종 패턴이 확인되면 유전자 검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하다. 전체 환자의 약 10% 정도만 가족력이 없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어떤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가?

신장 기능이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들이 치료 대상이다. 특히 신장 부피가 빠르게 증가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분류(Mayo classification)를 사용하는데, 환자의 나이, 성별, 신장 부피를 기준으로 A부터 E등급까지 나뉜다.

C, D, E 등급 환자들은 기능 악화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꼭 필요하다. 이 등급부터 산정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톨밥탄 치료 대상자도 여기에 해당된다.

2023년부터 ADPKD에 산정특례가 적용됐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예전에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도 환자가 약값의 30%를 부담해야 했다. 톨밥탄은 월 약값이 100만 원 정도인데, 이 중 30만 원을 매달 수년간 부담해야 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다.

2023년부터 산정특례가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이 10%로 줄었고, 그동안 치료를 망설였던 많은 환자들이 톨밥탄 복용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복용자 수는 크게 증가했고, 올해 말에는 국내 ADPKD 환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톨밥탄 치료 시 환자들과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나?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SDM)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의료진이 의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함께 결정하는 협력적 과정이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환자의 가치관과 선호를 반영한 접근이다.

예를 들어, 장기 투석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장단점을 설명한 뒤 함께 방식 선택을 한다. 톨밥탄도 최소 20~30년 복용해야 하므로, 의료진과 함께 치료 결정을 한 경우 복약 순응도가 훨씬 높다. 현재 대한신장학회는 이를 위한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해 사용 중이며, 그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톨밥탄 1일 최대 용량인 120mg 증량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임상시험에서는 120mg까지 증량해 복용했지만, 실생활에서는 환자들의 체격과 생활 여건을 고려해 조정한다. 일본에서는 평균 처방 용량이 60mg 정도이며, 체구가 작은 경우 저용량으로도 효과가 충분하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에서는 D, E등급 환자에게는 120mg까지 적극 권장하지만, C등급 환자에게는 90mg도 효과가 있다. 고용량일수록 수분 배출이 많아지기 때문에, 택시기사나 콜센터 직원처럼 자주 화장실에 가기 어려운 직종의 환자들은 저용량부터 시작해 천천히 증량한다.

톨밥탄 장기 복용 시 효과와 부작용은 어떤가?

톨밥탄을 1년 이상 복용한 경우, 부작용보다 치료 효과가 더 크다. 간 효소 수치 상승이 주요 부작용이지만, 국내외 연구에서 약 5%에서만 나타났고, 대부분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면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복용 초기 1년 6개월까지는 매달 간 기능 검사를 해야 하지만, 이후에는 간 수치가 악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장기적으로는 신장 부피 증가 억제 및 기능 저하 지연이라는 중요한 치료 효과가 있다.

톨밥탄 급여 기준과 실제 진료 현장 간 간극은 어떤가?

현재는 Mayo C, D 등급이면서 사구체여과율(eGFR)이 90 미만인 경우에만 급여가 적용된다. 하지만 eGFR이 90 이상이어도 신장 부피가 빠르게 증가하는 환자들이 있어, 이들에게도 치료가 필요하다.

기능이 정상이기 때문에 기능 보존 효과를 증명하긴 어렵지만, 부피 증가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이런 환자군이 전체의 20~30% 정도된다. 대한신장학회에서는 이들에 대한 임상연구를 계획 중이며, 향후 급여 기준 확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환자들이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나?

대부분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치료의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매달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환자들이 학교나 직장생활 때문에 진료가 어렵다. 그래서 저희는 토요일 외래를 운영해 이들을 배려하고 있다.

또 화장실에 자주 갈 수 없는 직종에 있는 환자들도 치료를 꺼리는데, 이 경우 저용량부터 시작하거나 저용량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조정하고 있다.

반대로 환자는 치료 의지가 있지만 의료진이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나?

톨밥탄의 국내 허가/요양 기준은 만 18세 이상이다. 다만 55세 이상은 임상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래서 55세 이상이더라도 동반 질환이 없는 건강하고 순수한 ADPKD 환자라면 상태를 잘 평가해 톨밥탄을 처방한다. 다만, 70세 이상이거나 동반질환이 많아 복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치료 방법을 설명드리고 선택하게 한다.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는 먼저 해당 질환을 치료한 후 톨밥탄을 처방한다.

앞으로 ADPKD 치료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산정특례 기준 확대다. 현재 eGFR이 90 이상이면 보험 적용이 되지 않지만, 일본이나 터키처럼 신장 부피가 빠르게 증가하는 환자에게도 치료를 허용해야 한다. 대한신장학회에서 이를 위한 임상연구를 준비 중이다.

둘째는 전문의 부족이다. ADPKD는 특화된 관리와 장기적 치료가 필요하지만,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 ‘다낭신연구회’와 같은 전문가 모임을 통해 협력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의료진의 참여가 필요하다.

ADPKD는 예후가 나쁜 질환이지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이뤄지면 투석 시기를 7년 이상 늦출 수 있다. 환자 스스로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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