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인자 있는 19세 이상, 35세 이상 성인 선별검사”
“성인 당뇨병전단계 인구 1400만명 추정”
“혈당조절 모니터링에 A1C, CGM 적극 활용”
“메트포르민, 더 이상 1차치료제 우선권고 대상 아냐”
“△혈당 △심혈관·신장위험 △췌도부전”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가 지난 5월 8~10일까지 사흘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성대히 개최됐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당뇨병 진료지침 2025 제9판’이 공식 발표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당뇨병학회는 최근 들어 2년 마다 진료지침 전체 개정판을 내놓고 있는데, 올해 개정본은 지난 2023년 제8판 이후 업데이트 된 연구결과(eveidence-based)와 전문가 합의(consensus statement)를 새롭게 반영한 결과다. 학회는 진료지침을 통해 당뇨병의 예방·진단·치료와 미세혈관(신장병증, 신경병증, 망막병증, 족부질환) 또는 대혈관합병증(심혈관질환)을 비롯한 합병증 예방·치료의 최신동향을 전국의 임상의들에게 전하고 있다.

진단

올해 진료지침 역시 ‘당뇨병 분류 및 진단검사’ 섹션과 함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우선 당뇨병을 진단하는데 △당화혈색소(A1C) △공복혈장포도당(FPG) △75g 경구포도당부하 2시간 후 혈장포도당(식후혈당, 2-h PG)을 기준으로 사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당뇨병 진단을 위해 고혈당 증상을 동반한 경우 무작위 혈장포도당 검사를 시행하도록 제8판과 다름 없이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A1C ≥ 6.5% △FPG ≥ 126mg/dL △2-h PG ≥ 200mg/dL인 경우에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형적 당뇨병 증상(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이 있으면서 무작위 혈장혈당이 200mg/dL 이상인 경우도 진단의 근거로 삼았다.

선별검사

당뇨병은 장기화 될수록 혈관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선별해 조기검진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선별검사의 기준으로 △공복혈당 △A1C △경구포도당내성검사를 제시했다. 선별검사의 수단으로 A1C를 언급한 것이 주목된다.

진료지침에는 한국인의 2형당뇨병 위험인자를 제시, 이에 근거해 선별검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과체중 또는 비만(BMI ≥ 23kg/㎡)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성 90cm, 여성 85cm 이상) △가족의 당뇨병력 △공복혈당장애 또는 내당능장애 과거력 △임신당뇨병이나 4kg 이상 거대아 출산력 △고혈압(혈압 130/80mmHg 이상 또는 항고혈압제 치료) △중성지방 > 250mg/dL 또는 HDL콜레스테롤 < 35mg/dL △인슐린저항성(다낭난소증후군, 흑색가시세포증 등) △심혈관질환(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 △약물(글루코코르티코이드, 비정형 향정신병약 등)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성인에게 당뇨병 선별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선별검사 대상과 관련해서는 당뇨병 위험인자가 있는 19세 이상 모든 성인과 35세 이상의 모든 성인으로 규정했다.

예방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4’에 따르면, 2021~2022년 통합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당뇨병전단계(공복혈당 100~125mg/dL, A1C 5.7~6.4%) 유병률은 44.3%로 성인 10명 중 4명 꼴에 해당한다.

19세 이상 성인으로 연령대를 넓히면 유병률은 36.1%로 떨어지지만, 65세 이상으로 좁히면 47.7%로 2명 중 1명 꼴이다.

이를 당뇨병전단계 인구로 환산해 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에서 당뇨병전단계 인구는 1400만명으로 추정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내당능장애(IGT)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당뇨병전단계 유병률이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당뇨병 진료지침 제9판에서는 당뇨병전단계를 △A1C 5.7~6.4% △식후혈당 140~199mg/dL 구간인 내당능장애(IGT, Impaired Glucose Tolerance) △공복혈당이 100~125mg/dL에 해당하는 공복혈당장애(IFG, Impaired Fasting Glucose) 등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당뇨병 이환위험이 높은 전단계에서부터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를 통해 당뇨병 대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올해 진료지침에서도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뇨병학회는 지침에서 “과체중·비만인 당뇨병전단계 성인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해 메트포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이전과 다름 없이 권고했다.

목표혈당

올해 진료지침에서도 혈당조절 목표 및 혈당조절 모니터링과 관련해 A1C와 연속혈당측정(CGM)을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우선 예년과 같이 혈당조절의 기준 또는 지표로 삼을 수 있는 A1C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혈당치료를 위해서는 조절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마커(marker)가 있어야 하는데, 2~3개월가량의 혈당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A1C를 표준으로 선택한 것이다.

학회는 혈당조절 목표치와 관련해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예방을 위해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한다”고 강조, 2형당뇨병 성인에서 목표혈당을 A1C 6.5% 미만으로 제시했다.

혈당조절 목표에 있어 하나의 기준점을 두었지만, 환자의 임상특성(신체·정신·사회적 여건, 기대여명, 동반질환 중증도)이나 저혈당 위험도에 따라 개별화 할 수 있도록 주문하며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개념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혈당조절 모니터링

한편 당뇨병학회는 혈당조절을 모니터링하는데 A1C에 더해 CGM까지 사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학회는 권고안에서 모든 1형당뇨병 성인,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2형당뇨병 성인에서 혈당조절 및 저혈당 위험감소를 위해 CGM(실시간연속혈당측정장치)을 상시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CGM을 통한 목표치 설정에는 TIR(time in range, 목표혈당범위내시간)을 활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A1C는 수개월에 걸친 혈당의 평균치이기 때문에 하루 중 식사에 따른 변화 등 활동혈당과 특정기간의 혈당변화 경향(혈당변동성)은 파악하기 힘들다.

이에 근거해 A1C의 제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CGM의 적용을 권고했고, 구체적인 혈당조절 지표로 A1C 말고도 TIR을 활용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더불어 목표혈당미만시간(TBR, time below range)과 목표혈당초과시간(TAR, time above range)도 치료계획 평가를 위한 유용한 지표로 언급했다.

학회는 이와 관련해 CGM을 사용하는 경우 TIR(70-180mg/dL)이 70%를 초과하고, TBR(<70mg/dL)은 4% 미만, 54mg/dL 미만의 저혈당은 1%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주문했다.

한편 학회는 CGM의 혜택과 관련해 CGM의 임상적 이득은 장치의 정확한 사용 및 정보의 적절한 적용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우에만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CGM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다회인슐린주사나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려는 성인은 당뇨병전문가팀을 통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약물치료

대한당뇨병학회는 진료지침을 통해 “약물치료에 있어 무엇에 기준해 약제를 선택할 것이냐”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학회는 약물치료 권고안에서 “약물선택 시 동반질환(심부전,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이득, 혈당강하 효과, 체중에 대한 효과, 저혈당 위험도, 부작용, 비용 등 환자와 약물의 특성을 고려한다”며 환자 중심의 맞춤형 약물선택에 무게를 실고 있다.

환자의 임상특성을 가장 중요한 인자로 고려해, 이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1차치료제

진료지침의 약물치료 권고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1차치료제 선택에 다양성을 부여한 것이다.

지난 지침에서 언급된 “약물치료 시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는 권고안을, 이번 지침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약물치료 권고안에 1차치료제 선택에 관한 주문이 없다.

다만 “약물치료 시작 및 초기부터 A1C 목표와 현재 수준을 고려한다”, “약물치료 시작 시 단독 또는 병용요법을 한다”, “약물치료 초기 시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등의 권고안이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메트포르민이 혈당강하 효과 등 임상적 이득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메트포르민 만을 1차약제로 하는 권고가 환자중심의학의 실현에 제한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혈당관리

이렇게 1차약제 선택에 다양성이 부여되다 보니,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는 로드맵도 달라지게 된다.

우선 약제를 선택하는데 △혈당관리 △심혈관·신장위험 관리 △이화작용 증상 및 췌도부전 관리와 같은 세 가지의 치료목표에 근거하도록 권고가 이뤄졌다.

‘혈당관리’ 치료목표 하에서는 각 약제의 혈당강하 효과, 저혈당 위험, 체중변화 등이 기준으로 작용한다.

혈당강하 효과와 관련해서는 인슐린·터제파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등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저혈당 위험 측면에서는 인슐린·설폰요소제·글리나이드 계열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반면 메트포르민·DPP-4억제제·GLP-1수용체작용제·SGLT-2억제제 등은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됐다.

체중변화는 인슐린·티아졸리딘디온계·설폰요소제 등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GLP-1수용체작용제·SGLT-2억제제 등은 감소시키는 것으로 언급됐다.

심혈관·신장위험 관리

또 다른 치료목표는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 강조되고 있는 ‘심혈관·신장위험 관리’ 측면이다.

이 치료목표 하에서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 심부전과 만성신장질환(CKD) 병력을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에서 각각의 합병증 재발을 막는데 적합한 치료전략을 우선 선택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ASCVD·심부전·신장질환 임상혜택을 입증받은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가 우선적으로 권고된다.

실제로 진료지침의 약물치료 권고안에서는 “심부전을 동반한 경우 심부전 이익이 입증된 SGLT-2억제제를 A1C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고 언급돼 있다.

신장질환과 관련해서는 “알부민뇨가 있거나 추정사구체여과율(eGFR)이 감소한 경우 신장 이익이 입증된 SGLT-2억제제를 A1C 수치와 무관하게 우선 사용하고 금기나 부작용이 없는 한 유지한다”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ASCVD를 동반한 경우 심혈관 이익이 입증된 GLP-1수용체작용제 혹은 SGLT-2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한다”는 내용이 권고안을 장식하고 있다.

췌도부전

이번 진료지침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변화는 2형당뇨병의 치료목표로 ‘이화작용 또는 췌도부전(hypercatabolic state or islet failure)의 관리’가 새롭게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 치료목표 하에서는 인슐린 치료가 주된 선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료지침에서는 “이화작용 증상(체중감소, 다음, 다뇨 등)과 동반된 고혈당의 경우 인슐린 치료를 시행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편 진료지침 제9판의 약물치료 권고안에서는 혈당강하제 병용요법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도 특징이다.

진료지침에서는 “약물치료 초기 시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며 초기 병용요법 적용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당뇨병학회는 이와 관련해 “초기 혹은 조기 병용요법에 의한 혈당관리가 향후 합병증 발생위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어떤 약물의 병용이 가장 좋은 조합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초기 혹은 조기 병용요법의 이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고혈압 관리

대한당뇨병학회는 지침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관리 전략에 대해서도 권고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는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변화를 줬다.

과거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130/80mmHg 미만조절을 권고했는데, 이번에 당뇨병 환자 전체로 집중 혈압조절 전략을 확대·적용한 것이다.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이환된 환자의 치료전략과 관련해서는 “혈압이 120/80 mmHg 이상인 당뇨병 환자는 정상혈압 유지를 위해 체중조절, 적절한 운동 및 식사조절을 포함한 생활습관교정을 해야 한다”며 생활요법을 우선 권고했다.

특히 항고혈압제 치료에 대해서는 “고혈압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 모든 항고혈압제를 1차약물로 사용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적용을 주문했다.

항고혈압제 선택 측면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또는 알부민뇨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우선 사용한다고 조언했다.

항고혈압제 병용의 경우는, 혈압이 160/100mmHg를 초과하는 경우 적극적인 생활습관교정과 함께 처음부터 2제 이상의 병용요법을 적용하도록 안내했다.

한편 ADA는 진료실혈압이 150/190mmHg 이상으로 중증인 경우에 생활요법에 더해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가 입증된 두 계열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하거나 단일제형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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