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B 계열에서는 콩팥 보호효과 입증받은 베니디핀에 주목”

 

한림의대 김성균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한림의대 김성균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

“우리나라에서 고혈압 유병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고혈압에 의한 콩팥병의 유병률도 더블링(doubling)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신장학(nephrology) 분야의 저명한 임상의학자인 한림의대 김성균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신장내과)는 고혈압 환자의 관리에 있어 콩팥병 동반이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고혈압과 콩팥병의 동반이환율이 높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항고혈압제·혈당강하제·nsMRA 등 콩팥 보호효과 또는 단백뇨 감소효과를 입증받은 다양한 약제들을 적극적으로 병합해 치료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항고혈압제 중에서 콩팥 보호효과를 입증받은 약제로 레닌·안지오텐신(RAS)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CCB) 등을 꼽았다. 특히 CCB 계열에서는 기전특성에 따른 콩팥 보호효과를 담보하는 베니디핀의 선택을 추천, 만성 콩팥병이 있는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새로운 처방선택을 부여했다.

Q. 고혈압과 콩팥병 동반이환 실태와 병태생리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유병률이 상당히 높은데, 콩팥병이 고혈압 발생의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를 ‘콩팥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고혈압’이라 지칭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혈압에 의한 콩팥병 유병률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고혈압이 위험인자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는 ‘고혈압(성) 콩팥병’이라 부른다.

등록연구에 따르면, 만성 콩팥병 환자의 90%가량이 고혈압을 동반하고 말기 콩팥병의 원인 중 고혈압이 2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질환이 쉽게 동반이환되는 것은 같은 경로의 병태생리 기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혈압 발생의 병태생리는 콩팥에서 이뤄진다. 콩팥 또는 사구체의 혈관에 구조·기능적 문제가 생기면 나트륨 배출이 어려워지고 레닌·안지오텐신계(RAS)가 활성화 되는 등 고혈압이 발생하기 쉽다.

반대로 고혈압으로 인해 사구체의 혈관수축이 심해지면 콩팥의 구조·기능에 고장이 발생하게 된다.

Q. 고혈압 콩팥병의 치료는 어떻게 권고되고 있는지?

고혈압 콩팥병 또는 콩팥병 환자의 고혈압을 관리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혈압을 어디까지 낮출 것이냐, 즉 목표혈압을 정하는 일이다.

기립성 저혈압이나 어지럼증, 노인 고혈압 등을 고려해 보다 덜 엄격한 목표치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반대로 수축기혈압 120mmHg 이상부터 사망률이나 심혈관 아웃컴이 증가한다는 근거에 기반해 집중치료를 권고하기도 한다.

국제신장학회(KDIGO) 진료지침에서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Q. 항고혈압제의 선택은 어떻게 이뤄지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또는 고혈압 콩팥병 환자에게 강력한 혈압조절(목표혈압)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권고안을 수용하기 위해서라도 항고혈제 병용요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대한신장학회에서 고혈압콩팥병 진료지침(2025)을 새롭게 발표하는데, 두 질환이 동반이환된 환자의 경우 처음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으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안이 나올 예정이다.

특히나 콩팥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라면 항고혈압제 병용조합의 선택 시에 혈압강하 효과 외에 콩팥과 같은 표적장기 보호효과까지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때문에 병용조합으로는 RAS차단제와 칼슘채널차단제(CCB)의 2제병용에서 RAS차단제 + CCB + 이뇨제의 3제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Q. CCB의 콩팥 보호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고혈압 치료에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하나의 약제만으로는 원하는 목표혈압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혈압 콩팥병의 경우도 하나의 항고혈압제만으로는 목표한 만큼의 단백뇨 감소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콩팥병 환자의 혈압치료에 쓰이는 RAS차단제의 단백뇨 감소효과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만 가지고는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

이 경우 베니디핀과 같은 CCB 계열약제를 병용하면 최대 25%까지 추가로 단백뇨를 더 줄일 수 있다.

Q. 베니디핀의 콩팥 보호효과가 다른 이유는?

우리 몸의 칼슘채널은 L, N, T-type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암로디핀과 같은 대부분의 CCB는 심장과 평활근에 영향을 미치는 L-type 칼슘채널만 주로 차단해 혈관확장 효과를 유도한다.

따라서 L-type 칼슘채널차단제에서 관찰되는 콩팥 보호효과는 혈압강하 효과에서 기인했다고 보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전을 달리 하는 베니디핀은 고유의 기전특성 자체에서 콩팥 보호효과를 담보한다.

베니디핀은 L-type은 물론 N-type, T-type의 칼슘채널까지 모두 차단하는 CCB 제제다.

즉 베니디핀은 기전특성 상 L, N, T-type 칼슘채널 모두를 차단해 수입 세동맥(efferent arteriole)에서 수출 세동맥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구체압(glomerular pressure)을 줄이는 등 콩팥 보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구체적인 임상사례가 있나?

한 연구(Keio J med 2010)에서 베니디핀이 사구체 수입·수출 세동맥에서 균형 있는 확장효과를 유도한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또 다른 연구(J Cardiovasc Pharmacol 1997)에서는 베니디핀의 유의한 사구체압 감소로 인한 콩팥 보호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일련의 연구들에서 베니디핀이 알도스테론 감소효과(Eur J Pharmacol 2008), 단백뇨 감소효과(Hypertens Res 2011), 사구체여과율 보전혜택(BMC Nephrology 2013), 알부민/크레아티닌비율 개선효과(Hypertens Res 2009·2011, Int Heart J 2014, Pharmaceuticals 2023) 등 콩팥병 관련 마커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Q. 베니디핀의 안전성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일반적으로 CCB 계열에서 약제에 따라 부종의 빈도가 5~20%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L, N, T-type 칼슘채널을 모두 차단하는 베니디핀은 사구체 수입·수출 세동맥의 이완 또는 확장에 모두 관여하는 기전특성으로 인해 암로디핀과 같은 다른 CCB 제제에서 관찰되는 부종의 위험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RAS차단제를 쓰다 보면 고칼륨혈증(hyperkalemia)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때 베니디핀과 같은 CCB 제제를 병용하면 부작용 위험을 상쇄시킬 수도 있다.

Q. 임상의들에게 베니디핀의 처방팁을 준다면?

1차의료 환경에서도 콩팥병이 있는 고혈압 또는 고혈압 콩팥병 환자들이 내원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적으로 단백뇨가 있는 만성 콩팥병 환자라면 CCB의 처방 시에 베니디핀을 선택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안전성과 함께 혈압강하 효과에 더해지는 심장, 콩팥 등 표적장기 보호효과가 입증돼 있는 약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유병특성의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처방이 필요하다면 RAS차단제·베니디핀·이뇨제에까지 이르는 3제병용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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