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양홀딩스 인적분할 방식으로 바이오 사업 분할
리스크 해소·전문성 강화·기업 가치 제고 목표···선택적 투자 기회 제공 효과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캠퍼스 전경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양홀딩스가 각각 인적분할 방식으로 사업을 분할한다. 각 사업 회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가치를 재평가 받기 위한 방침이다. 

두 그룹은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을 통해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각 회사에 대한 선택적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에피스 떼내고 '순수 CDMO' 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2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회사로 거듭나고,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사업 분할의 목적이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CDMO 고객사와의 경쟁 사업 운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우려를 해소하고, 수익 창출 방식이 다른 두 사업에 동시 투자해야 하는 투자자들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 통상 변화, 약가 인하 등 대외 정책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혼재돼 발생할 수 있는 근원적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분할은 오는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 9월 16일 분할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등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창립 예정일은 10월 1일로 정해졌다. 

이어 10월 29일에 존속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 상장 및 신설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재상장이 진행된다. 신주 배정 기준일 전날인 9월 29일부터 변경상장 및 재상장일 전날인 10월 28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거래가 일시 정지된다. 

삼양디스커버리센터 전경
삼양디스커버리센터 전경

지주사에 묻혔던 삼양바이오팜, 재평가 목표

삼양그룹 지주회사인 삼양홀딩스도 바이오팜그룹을 별도 사업회사인 삼양바이오팜으로 인적분할하기로 했다. 

삼양홀딩스는 이번 분할의 이유가 바이오팜 사업의 가치를 재평가 받고, 전문 경영인의 독립경영을 통해 급변하는 제약바이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삼양홀딩스는 현재 식품·화학·의약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중 의약바이오 부문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의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 사업 및 세포독성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전달체 사업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지주회사 내 사업 부문으로만 존재하는 탓에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분할 후 삼양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로서 자회사 관리 등에 집중하며, 삼양바이오팜은 독립·책임경영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또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투자자들에게 선택적 투자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삼양바이오팜은 오는 11월 1일 독립법인 공식 출범하고 11월 24일 코스피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신주 배정 기준일 전날인 10월 30일부터 재상장일 전날까지 삼양홀딩스의 주식거래가 일시 정지된다. 

주주가치 훼손 없는 '물적분할' 선택

새정부 방침 염두했나

두 그룹의 이번 기업 분할은 주주가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주식을 지분율에 비례해 나눠 갖게 되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적 분할의 경우 기업의 가치가 양쪽으로 나뉘지만 주주가 신설회사의 지분도 보유함으로로써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기존법인이 신설법인의 주식을 100% 소유하는 방식의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일반 주주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 이에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주주들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물적분할을 택한 회사들은 주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에 삼성그룹과 삼양그룹의 인적분할은 물적분할로 인한 잡음을 피하면서도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두 그룹의 인적분할 선택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대기업의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설립한 뒤 상장 시에는 기존 소액주주 등에게 신주를 의무 배정하는 제도 등을 이야기한 바 있다. 민주당 역시 합병·쪼개기 상장시 일반주주 보호장치 마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도 "분명히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를 낳으면 주인이 남이다. 어떻게 믿고 암소를 사겠냐"며 기업의 물적분할 및 인수합병 과정에서 소액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이들 기업의 인적분할 선택에 새정부의 상법 개정 및 주식시장 공정질서 확립 움직임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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