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임재성 교수
울산의대 임재성 교수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러한 급속한 전환은 치매 유병률 증가를 초래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혈관치매가 중요한 질병부담으로 대두되고 있다.

혈관치매는 뇌혈관질환에 의해 인지기능과 행동조절에 관여하는 뇌 주요 영역이 손상됨으로써 발생한다. 최근에는 치매 전단계부터의 조기 진단 및 예방적 치료를 위해 ‘혈관인지장애(vascular cognitive impairment, VCI)’라는 광범위한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혈관치매의 병태생리를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예방전략을 논의하고자 한다.

혈관치매의 병태생리

혈관치매의 주요 병리기전은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허혈 및 출혈 병변이다. 병변의 크기, 위치, 빈도에 따라 다발경색치매, 전략뇌경색치매, 피질하혈관치매 등으로 분류된다.

다발경색치매

다발경색치매는 반복적인 뇌경색으로 계단식 인지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좌측 중대뇌동맥경색 환자에서는 Gerstmann증후군, 우측 중대뇌동맥경색 환자에서는 무시증후군 등 특징적인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다.

전략뇌경색치매

전략뇌경색치매는 단일 뇌경색이 전두엽-피질하회로 또는 기저측부 변연회로 등 전략적 부위에 발생해 급격한 인지기능저하를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질하혈관치매

피질하혈관치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혈관 위험인자에 장기간 노출된 결과, 광범위한 백질변성과 열공경색이 발생하는 피질하 소혈관 병리에서 기인한다.

백질변성은 축삭(axon)의 소실과 희소돌기교세포(oligodendrocyte)의 손상 등을 초래해 신경회로의 기능적 단절을 유발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피질하혈관치매 환자의 30~50%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소견이 관찰됐으며, 이는 혈관 병변이 아밀로이드의 정상적인 배출을 방해해 뇌내 축적을 촉진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최근에는 유전적 요인 또한 혈관치매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표적 질환인 CADASIL (Cerebral Autosomal Dominant Arteriopathy with Subcortical Infarcts and Leukoencephalopathy)은 19번 염색체의 NOTCH3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30대부터 편두통이나 뇌졸중,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임상양상을 보인다.

역학과 위험요인

혈관치매의 유병률은 진단기준, 연구집단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보고되지만,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에서 약 2.0%로 나타났다.

전체 치매 환자들 중 유형별 구분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76.04%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혈관치매는 8.57%로 두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주요 위험요인으로 고령, 저학력,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 등이 있으며 뇌졸중 후 인지기능저하는 뇌졸중의 재발과 관련된 추가적인 위험성을 내포한다. 특히 고령에서의 백질변성과 뇌 위축은 혈관치매 발생의 강력한 예측인자로 보고됐다.

진단 및 임상적 특성

혈관치매 진단은 인지기능저하와 뇌졸중 병력, 신경영상에서의 뇌혈관 병변 존재에 기반을 둔다.

최근 American Heart Association(AHA)·American Stroke Association(ASA)의 진단기준에서는 기억장애를 필수요소로 삼지 않고 전두엽실행기능, 기억, 언어, 공간지각 등 여러 인지영역 중 두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이상을 보일 경우 혈관치매로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피질하혈관치매 환자는 뇌졸중 병력을 동반하지 않고, 임상경과도 단계적 악화가 아니라 점진적이고 완만한 인지기능저하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알츠하이머병과의 감별이 까다로울 수 있다.

AHA·ASA 진단기준 외에도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5), VASCOG 진단기준 등이 주로 참조되는 진단기준이며 VASCOG 진단기준은 올해 개정을 앞두고 있다.

예방전략

현재까지 혈관치매에 효과가 명확히 증명된 약물은 없으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전략의 핵심은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 조절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 혈관 위험인자의 적극적 관리와 생활습관의 개선(금연, 절주,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필요하다.

2차예방 전략으로는 뇌졸중 후의 지속적인 항혈전제 복용과 재활치료를 포함한 적극적인 뇌졸중 재발방지 노력이 요구된다.

대규모 임상연구(PRoFESS, SPS3 등)에서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등 다양한 항혈전제의 복합요법이 치매예방에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으나, 재발성 뇌졸중 예방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급성 뇌졸중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섬망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장기적인 인지기능 보호에 중요하다.

Phosphodiesterase 3(PDE3)억제제인 실로스타졸의 경우 항혈전효과 외에도 혈관확장, 혈관내피기능 개선, 항염증 및 항산화효과 등 다양한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혈관질환 환자들에서 Isosorbide mononitrate와 복합치료의 타당성을 검증하고자 한 LACI-2 임상시험 결과 탐색지표였던 인지기능장애 위험을 약 56%가량 줄일 수 있었다.

결론

혈관치매는 복합적인 병리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유전적 요인부터 환경적 요인까지 다양하게 작용한다.

뇌혈관질환의 철저한 위험인자 관리와 적절한 예방적 치료는 혈관치매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의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위험요인 관리에 초점을 맞춘 임상적 접근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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