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이어지는 전환기 의료로 재입원률 낮추고 환자의 일상 복귀 도와
재택의료 인식과 정보 부족, 지원 플랫폼 부재 등도 걸림돌

대한재택의료학회는 20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2025년춘계심포지엄을개최했다.
대한재택의료학회는 20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2025년춘계심포지엄을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고령화 사회, 노인환자들이 퇴원 후 재택에서 치료하고 호스피스 돌봄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전환기 의료와 가정 호스피스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의 입을 모았다. 

대한재택의료학회는 20일 서울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2025년춘계심포지엄을개최했다.  

'전환기 의료와 가정 호스피스: 지속가능한 재택의료를 위한 도전과 협력'을 타이틀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의료·돌봄전문가들이 연자로 나서 재택의료의 시작점인 퇴원 이후의 전환기의료와 마지막 단계인 가정 호스피스의 필요성 및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박건우 이사장(고대안암병원신경과교수)은 “퇴원환자를 집으로 보내 재택의료를 받게 하고 싶어도 병원진료협력센터에서 재택의료 존재를 모르거나 수가 및 실적 등의 현실적 문제로 인해 요양병원 등으로 이송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학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분절된 의료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효과적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환기 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오전세션에서 연자들은 효과적인 전환기 의료를 위해서는 병원과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는 제도적 체계와 환자중심의 진료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환기 의료란 퇴원환자가 집에서 지속적이고 안전하게 치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말한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전환기의료는 노인환자의 재입원과 응급상황을 줄여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필수의료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교수(가정의학과)는 "종합병원에 입원한 노인이 퇴원할 때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입원 시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허약해진 노인들은 퇴원 후 복잡한 외래 진료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퇴원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퇴원 후 연속적이고 종합적인 치료와 자가 관리를 지원하는 전환기 의료로 재입원률을 유의미하게 낮추고 환자의 원활한 일상 복귀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상급병원과 지역사회 자원, 가정을 연결하는 유기적 연계 시스템을 확립하고 그 과정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코디네이션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선경 진료협력팀장은 "진료협력센터에서 월평균 300건 이상의 전원 건을 다루는데 그 중 가정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이 팀장은 "가정 복귀 환자에 대한 퇴원 계획과 퇴원 후 관리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재택의료에 대한 인식과 정보도 부족하다"며 "병원과 지역사회 재택의료 연계를 지원할 플랫폼과 정보 공유 시스템이 부재한 것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방문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신내의원 이상범 원장은 "퇴원 후 환자는 복약관리나 응급상황 대처에서 의료공백에 놓이기 쉽다"며 "재택의료센터가 전환기 의료의 중심축 역할을 하려면 상급병원과 재택의료를 연결하는 제도적 루트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만성질환자, 고위험 노인 환자는 지속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상급병원과 재택의료센터의 연계 체계 구축 △환자의 치료 연속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진료정보 공유 △전환기 의료 계획 수립, 자원 연계 등에 대한 별도의 수가 마련을 제안했다.

믿음노인복지센터 류지호 대표는 "상급병원과 지역자원 연계 실적을 평가지표로 반영하면 실질적 협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 주도로 지역돌봄협약을 체결하거나 현장중심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택의료센터의 임종기 환자 지원 위한 교육 및 인센티브 필요  

탁영란 부회장(한양대 간호학과 교수)이 좌장으로 나선 오후 세션에서는 가정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환자가 생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생애말기 돌봄 확대 필요성이 강조됐다. 

고대안암병원 이찬녕 신경과 교수(완화의료팀 팀장)는 "우리나라의 호스피스는 여전히 암 환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 신경계 질환자 등은 생애말기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비암성 질환자에 대한 완화의료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문간호사회 김선희 회장도 "상당수 장기요양 대상자가 생애말기 상태이지만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생애말기 돌봄을 제도화하고, 간호사와 보호자에 대한 윤리·정서적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백 성루카병원 김호성 진료과장은 "가정형 호스피스 목적은 가정 임종이 아니라 응급실에 덜 가게 하는 것"이라며 "정책 당국이 가정형 호스피스를 확충하려 하지만 지역적,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택의료센터가 생애말기 돌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과 같이 기능강화형 재택진료센터를 지정해 호스피스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돌봄의원 김창오 원장은 "재택의료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환자 임종을 마주하게 된다"며 "재택의료센터가 임종기 환자를 원활히 지원할 수 있도록 윤리적 의사결정과 유족관리, 24시간 상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법적, 재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후 이건세 회장(건국대의전원 예방의학과 교수)은 "정책당국이 상급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환자 필요에 맞춘 전환기의료에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학회가 병원과 지역사회, 재택의료센터의 효과적 연계를 위한 연구와 정책 제안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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