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후향적 연구, 수술 전 세마글루타이드 투약해도 12개월째 체중 더 줄지 않아
당뇨병 관해 도달률·합병증 발생률, 세마글루타이드 선행치료 관계없이 비슷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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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대사수술 선행치료로 약물을 투약하는 관리전략에 의문이 제기된다. 

항당뇨병제로 개발됐고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 세마글루타이드(항당뇨병제 오젬픽,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비만대사수술 전 투약해도 수술 후 12개월째 체중이 더 감소하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비만대사수술 후 당뇨병 관해 도달률과 합병증 발생률도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비슷했다.

수술 전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선행화학요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만대사수술 전 약물을 투약하는 치료전략이 제안됐던 가운데, 이번 연구는 약물치료와 비만대사수술 병행에 따른 부가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JAMA Surgery 3월 5일자 온라인판에 레터 형식으로 실렸다. 

비만대사수술 전 약물치료가 도움 될 것으로 기대

학계에서는 비만대사수술 전 약물치료를 조기 시작하면 수술 후 체중을 더 크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됐다. 

2023년 Surgery for Obesity and Related Diseases에 실린 회고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60kg/㎡ 이상이고 비만대사수술 보조 약물요법으로 펜터민 또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를 조기에 시작한 환자의 체중 감량 효과가 개선됐다. 또 비만대사수술 전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은 수술 이후 약물을 투약한 환자군보다 체중 조절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 GLP-1 제제도 비만대사수술 전 투약하면 체중 감량과 합병증 예방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BMI가 50kg/㎡를 초과했고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군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수술 전 GLP-1 제제 투약 시 BMI가 더 개선됐고 수술시간 또는 합병증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2023년 Surgical Endoscopy에 실렸다.

아울러 지난해 열린 미국비만대사수술학회(ASMBS) 연례학술대회에서는 BMI 70kg/㎡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는 비만대사수술 전 의학적 감독하에 GLP-1 제제 투약 시 수술 이후 합병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BMI가 높은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대사수술 전 약물치료가 장기간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수술 후 12개월 총 체중 감소량, 세마군 21% vs 대조군 26%

"효과적인 체중 감량 위해 치료 순서 중요할 수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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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리검여성병원 Eric G. Sheu 박사 연구팀은 비만대사수술 선행치료로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약 시 장기간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고 대사 혜택이 있는지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2017~2024년 단일 다학제 체중관리센터에 등록된 비만대사수술 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군(세마글루타이드군, 182명)과 치료받지 않은 환자군(대조군, 182명)을 1:1 매칭했다. 여성이 77.5%를 차지했고 수술 시 중앙값 나이는 45세였다. 대다수 환자는 위소매절제술을 받았고 약 10%만 루와이위우회술을 시행했다. BMI는 세마글루타이드군 42.6kg/㎡, 대조군 43kg/㎡로 비슷했다. 

세마글루타이드군은 당뇨병 치료 용량인 주당 1mg을 투약했으며 약물 치료 기간 중앙값은 24.4주였다. 세마글루타이드군이 비만대사수술 전 감량한 총 체중 감소량(TWL) 중앙값은 4%였다. 

분석 결과, 비만대사수술 후 3개월째 TWL은 세마글루타이드군 22%, 대조군 15%로 세마글루타이드군의 체중이 더 줄었다. 

하지만 이후 대조군이 빠르게 따라잡아, 12개월째 TWL은 세마글루타이드군은 21%, 대조군은 26%로 오히려 대조군보다 세마글루타이드군의 체중 감량 정도가 의미 있게 적었다(P=0.008).

당화혈색소 수치는 치료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대다수 환자는 등록 당시 당뇨병 전단계이거나 당뇨병을 동반했던 가운데, 비만대사수술 이후 12개월째 당화혈색소 중앙값은 세마글루타이드군 5.5%, 대조군 5.7%로 비슷했다(P=0.60). 

비만대사수술 후 12개월째 당뇨병 관해 도달률도 세마글루타이드군 12.6%(79명 중 10명), 대조군 5.1%(78명 중 4명)로 세마글루타이드군이 수치상 더 높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P=0.15). 

아울러 비만대사수술에 잘 반응한 환자군(TWL 20% 이상)과 반응하지 않은 환자군(TWL 20% 미만)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약 시 비슷한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났다. 반대로 세마글루타이드에 잘 반응한 환자군(TWL 5% 초과)과 반응하지 않은 환자군(TWL 5% 미만)도 비만대사수술에 따른 체중 조절 정도가 유사했다.

또 출혈, 누출(leak), 감염, 재수술, 재입원 등 초기 주요 수술 후 합병증과 수술시간은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Sheu 박사는 "비만대사수술 전 약물을 조기 투약하면 체중이 더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만대사수술 전 세마글루타이드 치료가 체중 감량, 당뇨병 관해, 안전성 등 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비만대사수술 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약하면 체중 감량에 도움 된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가장 효과적인 체중 감량 전략은 '1+1=2' 공식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치료전략의 순서가 중요할 수 있다"며 "비만 치료를 위한 무기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잘 활용하는 방법을 조사하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 비만 환자가 언제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비만대사수술 전 어느 시기에 치료를 중단할지 그리고 언제 수술받아야 하는지 등을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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