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주사로 약제 투여한 경우 C형 간염 감염률 분석
"발생률 낮추려면 감염 위험군 치료·예방 전략 확대 필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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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퇴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 세계 C형 간염 감염률을 70% 이상 낮춰야 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주사로 약제를 투여한 후 감염 확률이 높은 위험군을 집중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은 오염된 주사로 약물을 투여하거나 피부 시술을 받는 경우, 혹은 C형 간염 바이러스(HCV) 보균자와 같은 주사를 사용하는 경우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이다. 

그러나 약물 투여 등을 위해 주사를 사용한 인구(PWID·이하 주사 사용군)에서 C형 간염 퇴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WHO는 100인년당 2건 이하의 C형 간염 발생을 퇴치 기준으로 삼는데, 이를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영국 브리스톨의대 Adelina Artenie 박사 연구팀은 주사 투여 때문에 발생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과 연간 신규 감염 건수를 추산하기 위해 글로벌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5년 전까지의 주사 사용군과 2015~2021년 주사 사용군을 나눠 집단별 C형 간염 감염 건수를 추산했다. 또 2015년부터 주사 사용으로 인한 연간 신규 C형 간염 감염 건수를 추산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활용했다. 

지역별, 국가별 C형 간염 감염률을 추산하기 위해 네 단계에 걸친 작업이 이뤄졌다. 

우선 감염력(FOI) 모델링을 활용해 주사 사용 기간에 근거한 C형 간염 항체 유병률을 파악하고 감염률을 추산했다. FOI 모델링은 C형 간염 항체 양성인 주사 사용군에서 감염률을 추산하는 데 쓰였다. 

또 베이지안 무작위-효과 메타분석을 사용해 FOI 모델에서 도출한 추정치와 국가별 글로벌 메타분석으로 확보한 직접적인 C형 간염 감염률 데이터를 통합했다. 

FOI 모델에서 도출한 추정치나 직접적인 C형 간염 감염률 데이터가 없는 국가는 다국가 동적-수학적 모델을 활용해 감염률 추정치를 확보했다. 

앞서 언급된 어떤 방법으로도 감염률을 추정할 수 없지만 전체적인 C형 간염 항체 유병률 데이터가 있는 국가에서는 주사 사용 기간과 유행 정도에 기반한 회귀 모델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C형 간염 감염률과 지역별 감염률을 파악하고, 2015~2021년 대비 2015년 전까지 C형 간염 발생률비(IRRs), 그리고 WHO의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감염 감소율 등을 도출했다. 

추정 대상은 WHO에서 분류한 지역 기준으로 최소 5개국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한 경우로 한정했다. 또 국가별 C형 간염에 걸릴 위험이 있는 주사 사용군 수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했다. 

주사 사용으로 인한 연간 신규 C형 간염 감염 건수는 C형 간염 RNA-음성인 주사 사용군에서 국가별로 보고된 2015~2021년 감염률을 통해 추정했다. 

C형 간염 감염률 데이터가 없지만 기존 주사 사용군의 근거가 있는 경우, WHO 지역별 감염률 수치를 적용했다. 

수치 분석 결과, 2015년 전까지 81개국에서 146명이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추산됐다. 36%(52명)는 직접적인 주사 사용에 의한 감염이었고 42%(61명)는 FOI 모델, 23%(33명)는 회귀 모델을 기반으로 추산한 값이다. 

2015~2021년에는 97개국에서 114명이 C형 간염에 걸린 것으로 추산됐다. 18%(20명)는 직접 감염으로 나타났고 16%(18명)는 FOI 모델, 60%(60명)는 동적 모델, 7%(8명)는 회귀 모델 기반 추정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다. 

세계적인 C형 간염 감염률은 2015년 전까지 100인년당 13.9건이었고(95% UI 11.9~16.4) 2015~2021년에는 100인년당 8.6건이었다(95% UI 7.1~10.7). 

두 기간 내 국가별 하위 데이터를 보면, 2015~2021년 대비 2015년 이전 C형 간염 감염률은 서태평양 지역 국가에서 가장 낮았고(IRR 0.32; 95% UI 0.23~0.50) 지중해 동부(IRR 0.67; 95% UI 0.50~0.89), 유럽(IRR 0.79; 95% UI 0.63~1.02) 순으로 높았다. 

아메리카에서는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데이터가 불충분해 비교가 불가능했다. 

한국의 경우 2015년 전까지 C형 간염 감염은 1건 보고됐고 감염률은 100인년당 11.8건(95% UI 9.1~16.4)으로 나타났다. 2015~2021년 사이 감염 건수는 0건이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기반으로 WHO의 2030년 C형 간염 퇴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C형 간염 감염률이 76.7%(95% UI 71.8~81.3) 감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사 사용으로 인한 연간 신규 C형 간염 감염 건수는 187개국에서 83만 3760건이 보고됐다(95% UI 493716~1544395). 

주사 사용군의 C형 간염 감염률은 다양한 측면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15년 이후 일부 국가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세계적인 흐름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Artenie 박사는 "주사 사용군의 C형 간염 감염률을 낮추고 WHO의 2030년 C형 간염 퇴치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C형 간염 치료나 예방 사업이 더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사 사용군에서 C형 간염 감염을 추적하고 질병 유행을 파악하기 위한 코호트 연구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rtenie 박사는 "코호트 연구가 불가능한 경우 반복적인 단면 연구를 통해 만성 C형 간염 감염률을 추산하는 등 대체 지표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가 불확실한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2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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