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항생제와 유관한 장내 미생물군과 치매 위험도 분석
항생제 복용과 치매·인지기능 위험 상관관계 입증 안 돼
[메디칼업저버 손재원 기자] 건강한 노인은 항생제를 복용해도 인지 저하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 Yiqing Wang 박사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항생제 복용과 치매 위험 간 관련성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건강한 노인이 항생제를 한 번 또는 반복적으로 복용해도 치매나 치매가 아닌 인지기능장애(CIND) 발생 위험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항생제는 장내 박테리아 다양성을 빠르게 감소시켜 수개월에서 수년간 지속되는 장내 세균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 이전에 발표된 후향적 연구나 청구 기반 연구에서 장내 세균 불균형과 인지기능 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연구팀은 항생제와 치매 위험 간 관련성을 파악하고자 지역사회 기반 전향적 연구인 ASPREE 연구를 활용해 이번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호주 노인이면서 추적관찰 첫 2년 동안 처방 기록이 남아 있고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연구 참여자의 항생제 복용 여부를 ATC 코드(J01)로 확인했다.
우선 선형혼합모델을 이용해 표준화된 종합적 인지 점수 및 전반적인 인식, 일화 기억, 언어와 실행 기능, 정신운동 속도 등 영역별 인지 점수 2개 지표와 첫 2년간 항생제 복용 간 관련성을 평가했다.
또 콕스 비례-위험 모형을 활용해 DSM 4판 기준 임상적으로 판정된 치매나 CIND와 항생제 복용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
두 번째 추적관찰 후 중앙값 4.7년 동안 연구에 참여한 1만 3571명 중 461명이 치매, 2576명이 CIND로 확인됐다. 연구 참여자의 평균 나이는 75세, 성비는 여성이 54.3%였다.
연구팀은 사회인구학적 요인과 생활 습관 요소, 치매 가족력, 인지기능 기준치,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치료제 등 요소를 보정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생제를 한 번 또는 반복해서 복용한 군은 그렇지 않은 군 대비 치매(HR 1.03; 95% CI 0.84~1.24)나 CIND(HR 1.02; 95% CI 0.94~1.11) 발생 위험, 이후에 인지기능 점수가 감소할 위험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크지 않았다.
항생제 복용 빈도나 장기간에 걸친 투약, 베타락탐, 테트라시클린, 설폰아미드 등 특정 종류 항생제 복용과 기타 하위 요소로 분류된 위험인자 역시 치매 등 발생 위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에서 한 번 또는 반복적인 항생제 복용이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Wang 박사는 "항생제 처방 데이터가 실제 사용량을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항생제를 복용한 정도와 기간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 정의 기간 내 항생제 복용 빈도를 확인해 연구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항생제와 유관한 장내 미생물군 파괴와 치매 발생 위험 간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Neurology 1월호에 실렸다.
